봉준호가 깐느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50세.
사람들은 50세의 봉준호에 열광하지만 정작 어떻게 그가 과정을 거쳐서 그 꼭대기까지 올라갔는지는 궁금하지 않다.
사람들은 정상에서의 청량한 기념사진을 보고싶어하지 험난한 크레바스와 낙석이 나오는 캠프1, 캠프2는 보고싶지는 않아.
봉준호는 39살까지 뭘 했을까?
25세에 단편영화 프레임 속의 기억, 지리멸렬 시나리오 감독
28세에 모텔선인장 조연출
31세에 플란다스의 개. 시나리오 및 감독.
34세에 살인의 추억 시나리오 및 감독
36세에 남극일기 시나리오
37세에 괴물. 시나리오 및 감독
39세에 도쿄
40세에 마더
44세 설국열차
48세 옥자
50세 기생충
첫 감독에서 정상까지 25년이 걸림.
대부분의 직업인은 포탄처럼 스무스한 포물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게 아니라
특정한 시기에 점프를 하며 계단처럼 오른다.
단편을 찍다가 조연출은 할 수 있는데....(대부분 조연출하다가 때려친다)
장편 입봉이라는 점프!
그냥 좀 괜찮은 신인감독들은 많지만....(다음 대작을 못 찍고 사라진다. 혹은 한번 크게 말아먹고 사라지거나)
살인의 추억이라는 점프!
그 '인생점프'를 못하면 김정권 감독처럼 살아가게 된다.
김정권???
김정권이 누구야?
사실 나도 어떻게 보면 김정권이다. 오히려 그보다 더 못한 레벨이지.
김정권은 첫번째 점프는 했거든. 오히려 대성공이었지.
우리가 운동선수라고 치자
20세부터 29세까지는 종목을 정해야 한다. 방향. 즉, 어디로 뛸 것인가?
그리고 39세까지는 강력하고 고통스러운 트레이닝을 거쳐서 두번 이상 점프를 해놔야 한다.
39세 전에 최소한 두번의 점프는 모두 마쳐야 한다구.
(여기서 말하는 점프를 구질구질하게 설명하자면.... 첫번째 점프는 돈벌이가 되는 프로급으로의 점프(아마추어 탈출!)이고 두번째 점프는 그것조차 뛰어넘는 달인이 되는 점프를 말함.)
자, 이제 달인이 된 상태로 결전의 나이가 되었다.
39세.
출발선에 들어가서 엉덩이 들고 있는 나이다. 이제와서 종목을 바꿀 순 없다.
눈을 들어. 결승선이 보인다.
대부분의 직업들(삼성전자 사원이건 성형외과 의사건 철도기관사 간에)이 전성기가 39세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39세.
땅!
심판의 총소리가 울리고
전력질주한다.
그리고.....
11년이 지나면 50세가 된다. (이게 그 유명한 bk박사님의 2-39-50의 법칙이다.)
결승선에서 순위가 매겨지고 선수로서의 유통기한이 끝나고 인간으로서도 폐기되는 과정으로 들어간다.
모든 것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인간의 삶. 생명. 건물, 정치인, 정당, 교수, 자동차, 연인, 바나나, 키위, 심지어 인간관계까지 유통기한이 있다.
허무하고 황당하지만 대부분의 인생이 이렇게 흘러간다.
눈 떠보면 50짤이다. 뭐 별로 한 것도 없는데. 10년이 휙휙 지나가버림.
가끔 그런애들이 있어.
나이 45살에 '내가 말야. 20살때 연대의대 새내기 예비대학 가는 버스 안에서 한의대 추가합격 문자 받고 버스 내린 사람이야.'
아니 지금 25년전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어떡하냐.
이제 5년 뒤면 유통기한이 끝나는데.
39살 전에 점프 두번은 해놓은거야?
지금 전력질주 하고 있는거야?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너 무덤에 들어갈때도 수능성적표 갖고 관에 들어가라.<b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