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초등학교다닐때 만원이 큰 돈이잖아.
그러다가 대학을 다니면 10만원이 큰돈이 돼. 대학생이 하루에 10만원 써보려고 해봐. 어후.. 간이 떨려.
그러다가 취직을 하고 월급을 받으면 이제 100만원이 큰 돈이 돼. 여친이랑 데이트할 때 10만원 정도는 가볍게 쓰지.
그러다가 개원을 하고 돈을 벌면 이제 천만원이 큰 돈이 돼. 100만원짜리 기계야 뭐 어 그래? 사야지뭐. 쉽게 사.
돈은 자기가 버는 인컴에 따라서 단위가 점점 늘어나. 자연스럽게 말야.
문제는 시간의 단위야. 사람마다 시간을 다루는 단위가 달라.
어떤 사람은 1시간이 큰 단위고
어떤 사람은 하루. 다른 이는 일주일.
어떤 애는 1년씩 단위를 잡아.
여름 휴가를 3일 가냐 4일 가냐라고 머리 싸매는 애가 있는 반면, 2020년은 쉬고 2021년에 다시 시작할까 하는 애도 있어.
시간이든 돈이든 큰 단위로 볼 줄 아는 애들은 멀리 보는거야. 과소비하라는 건 아니야. 멀리 보라는 거지.
큰 단위로 볼줄 아는 애들이 오히려 지남력이 있고 인생의 벡터가 있어.
오늘 환자가 왜 이리 적냐? 어제랑 비교해서 왜 이리 줄었냐? 고민하면 뭐하냐. 아무 의미없다.
한의원 하루 쉬면 큰일 날 것 같지? 대진 구하고 난리나지?
비교대상이 옆집 원장이라서 그래.
이재용이 재산이 2조에서 3조가 되면 짜증나? 질투나? 안 나거든.
왜냐면 이재용과 나는 다루는 돈의 단위가 달라. 재용이가 100만원짜리 가방 사면서 고민하겠어? 안하지. 하긴 하겠지 10초 정도.
근데 내가 100만원짜리 가방 산다고하면 일주일 넘게 생각해보지. 삶의 단위가 다른거야. 그래서 질투가 안 생겨. 완전히 다른 영역에 사는 거거든.
폐지줍는 김말숙 할매가 3만원너치 줍다가 오늘 5만원너치 주웠대. 질투나? 짜증나? 안나지. 삶의 단위가 달라서 그래.
멀리 볼 필요가 있어. 크게크게 봐.
인생은 마라톤이야.
마라톤을 100미터 달리기처럼 랩타임을 재면 어떡하냐. 완주를 못 한다. 매일 환자수 체크하지마라. 지금 100미터 뛰냐?
한의원 비교할때도 연간 매출액 단위로 비교해야지. 하루 환자숫자로 비교하지말고. 작년에 4억했는데 올해 5억이네. 어좋다! 그렇게 가야지. 어제 30명인데 오늘 15명이네요. 오무날이에요?? 이런건 아무 의미없어. 개원은 마라톤이니까. 20년 넘게 할거 아냐.
전체 상황을 봐야지. 축구도 마찬가지야.
시간이든 돈이든 뭔가를 평가할 때는 멀리보고 더 중요한 가치, 더 중요한 벡터를 생각해. 김말숙부터 이재용까지.
내가 해보니까 여름 8일 쉬고 겨울 4일 쉬어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나더라. 호들갑 떨 필요도 없고 쫄 필요도 없어.
전문직의 죽음 중 제일 비참한 게 죽기 전날까지 소처럼 죽도록 일하다가 어느날 밤 자다가 과로사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