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개그맨 상> : 이경규

환갑의 나이에도 은퇴는 커녕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불굴의 방송인. 도시어부에서 고기가 안 잡혀서 그림이 안 나오면 처절한 분량만들기가 시작된다. 오디오를 빼고 보면 그렇게 슬플 수가 없다. 미리 준비해온 노트와 종료시간까지 분량을 만들어내는 성실함까지! 형은 진짜구나!

 

 

<올해의 스포츠인상> : 델리알리, 손흥민

이 친구들에게 골까지 필요한 시간은 5초에서 10초다.

 

 

<올해의 드라마상> : 브레이킹배드, 종이의 집, 체르노빌, 소프라노스.

우열을 가릴 수가 없는 명작들.

 

 

<올해의 예능 프로상> : 도시어부

바다는 농사와 다르게 예측할 수가 없다. 그게 바다의 매력. 그래서 뱃놈들은 대부분 계획이 없다. 하루만 산다. 예측하기 힘든 이벤트로 가득한 낚시배에서 일어나는 일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애물은 정극캐릭터 이덕화와 호통 이경규 사이에서 이경규의 호통과 짜증을 받아낼 뺀질이 캐릭터가 없다는 점. 신정환 같은 캐릭터가 딱인데, 이경규와 합을 주고받을 수 없는 장도연 같은 순둥이 캐릭터로는 케미가 폭발하기 어렵다.

 

<올해의 유튜버 상(신설)> :  빠니보틀

폐허를 좋아하는 마이너감성.

 

 

<올해의 영화상> : 기생충

판타지 브레이커 봉준호. ㅋㅋㅋㅋ

 

 

<올해의 쇼핑 상> : 에어팟2

이건 진짜... 왜 더 빨리 사지 않았을까 하는 물건. 개목걸이에서 풀려난 강아지의 느낌.

 

<올해의 도서상> : 숨결이 바람될 때

어설프게 아는 게 가장 위험하다는 포프의 시구절이 나온다.

 

 

<올해의 인물상> 조국

조국이 등장하기 전까진 노무현에 대한 뭔지 모를 애잔함과 부채의식 같은게 있었는데, 조국이 나타나서 큰 가르침을 주고갔다. 이 상은 올해가 아니면 시상할 수가 없다. 기득권이 있는 자는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이룬게 없고 불만이 많으면 변화가 필요하고 뭔가를 급격하게 바꾸려고 한다. 그들의 문제는 그 바꾸려는 대상이 '나 빼고' 즉 내로남불이라는 점이 가장 치명적이다. 아, 얘들이 바꾸려는건 진짜 '나 빼고'구나.

강남 살아보니 너희들은 강남 살 필요가 없겠더라. 개천에서 행복하게 사는게 좋은거야. 그런 세상을 만들어보자. 난 강남에 살테니. SNS왕자님이 현실은 꼴통인데 선민의식은 굉장한 족속들이구나.

부동산이 너무 올랐어요라는 질문에 "아니 왜 강남에 사려고 해? 전국적으로는 내렸어. 월세 전세는 안정적이니까 월세 내고 살아"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담이다.

국은 나에게 호불호와 당부당의 인사이트를 주었고, 문과생들의 말장난을 쉽게 눈치채는 법도 배웠다. 소득주도성장, 임금주도성장, 경비주도성장은 모두 같은 말이다. 누군가의 임금소득은 누군가의 경비니까. 경비를 늘리면 성장한다는 이론인데. 왜 임금만 올릴까? 임대료도 같이 올려서 건물주의 소득을 더 늘려서 그들의 소비를 더 많이 하게 하면 되지. 경제가 폭발하겠는데? 노동자와 건물주들이 미친듯이 내수경기를 떠받칠테니까. 윈윈윈이다. 뭐라고?? 그게 아냐?? 건물주 소득은 줄여야해? 불로소득이라서?? 찬찬히 말해봐. 응, 그래. 네 시급은 올라야하고 통닭값은 올리면 안되고, 근데 또 네 꿈은 건물주?? 난해한 녀석들이네.

양질의 저성장같은 재미난 말까지 나왔다. 측정할 수 없는 형용사로 현실을 덮으려는 수작들의 향연은 끝도 없다. 차라리 747이 더 낫다. 747은 카운트할 수라도 있지. 창조경제, 평화경제, 혁신경제 이런건 뭘 하겠다는 건지. 게다가 향후 평가자체를 봉쇄해버리는 수작이다. 제발 형용사는 이제 그만.

돌이켜보면 노무현의 자살은 큰 충격이었지. 감성이 이성을 압도적으로 지배해버릴 정도로. 99년도였을꺼야. 명길이형이 동국관 앞 벤치에서 '사람은 물처럼 순리대로 흘러가야 한다'라고 했지. 그런데 역류의 저항 정도가 아니라 아예 '선'을 넘는 건 안 좋은거야. 자살은 선을 넘어버리는 거야. 훅!!! 완전히! 게임체인저. 승부사! 근데, 다 좋은데 정치인이 자살로 '셀프 해결'해버리면 그건 정상적인 국가 시스템에서 벗어나겠다는 행위이거든. 조국을 겪고나서 그동안 벌어졌던 사법고시 폐지, 의전원설치(특히 부산대 의전원처럼 MEET 안보는 루트 설치) 비평준화폐지. 특목고 폐지 등등의 기존시스템 파괴(동시에 본인들의 사익은 채우는)와 노무현의 자살이 접점이 닿아있는 행위라는 걸 깨달았어.

기존시스템의 파괴.

요즘 드는 생각은 이래. 자신의 진영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에 책임감 있는 정치인이라면 국가시스템 안에서 처벌받을 것은 받고 반성할 건 하고 항변할 건 하고 마무리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인이다. 지금이 70년대도 아니고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한명숙이 노무현보다 성취는 적었지만 더 성숙한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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