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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의 탈세사건. 노홍철의 음주운전, 정치인들의 병역비리, 입시부정

보통 사람들은 합당한 처벌을 받고나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하지만 이들은 훨씬 더 가혹한 생업을 정지당하는 처분을 받는다.

정치인, 연예인 등은 왜 일반인처럼 법적인 삶이 아니라 도덕적인 삶을 요구받는가? 왜 대중들은 그들의 비도덕적인 행동에 분노하고 용납하지 않으려고 하는가?

이 문제는 '인간의 상품화'와 연결되어 있다.

분업화된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자본을 소유하고 있거나, 자본으로 치환되는 상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외모, 지능, 기술, 노동력" 등등 인간이 갖고 있는 모든 방면의 '것'들이 상품화되어 돈으로 교환된다.

노가다아저씨는 노동력으로 돈을 벌고

변호사, 의사는 기술로 돈을 벌고

모델은 몸매로 돈을 벌고

가수는 목소리로 돈을 벌다.

내 몸뚱아리의 어떤 부분을 상품화해서 손님에게 팔아먹을 것인가? 이것이 현대인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그래서 좋은 대학에 가려는 것이고 살도 빼고 헬스장도 간다. 상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의대나 사시 같은 진입장벽이 있는 바운더리 안으로 내 몸이 들어가면 상품의 가치는 급속히 증가한다.

그 중에 아주 특별한 것을 상품화하는 직업이 있다. 바로 캐릭터(이미지)를 상품화하는 직업.

연예인과 정치인이 그것이다. 이들 직업은 행크, 도리, 니모, 엘사같은 캐릭터 상품이다.(그들을 비하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정치적 사건을 흥미진진한 드라마처럼 관전하는 걸 보면 이 두가지 시장이 흡사함을 알 수 있다. 캐릭터시장, 캐릭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요소는 선악의 갈등 구조이다. 정치란 거대한 실사판 드라마.

잭키팬과 HOT팬이 서로 다투는 것처럼 문재인 박근혜팬들이 다툰다.

연예인과 정치인은 본질적으로 캐릭터사업이기 때문에 호환이 잘 된다. 잘 가꿔진 캐릭터를 가진 연예인이 쉽게 정치인으로 안착하는 이유도 비지니스의 본질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뢰감을 주는 뉴스앵커출신들이 그런 루트를 잘 탄다. 박성범, 신경민, 민경욱, 배현진, 고민정) 사실 오세훈 시장도 변호사였지만 오변호사 배변호사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잘 가꿔진 캐릭터를 만들어낸 연예인이었기 때문에 쉽게 정치인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캐릭터 사업이란 생각과 가치관을 말과 행동으로 상품화한 다음, 그 캐릭터를 통해 대중들들이 원하는 호감과 즐거움을 제공하여 그 댓가(표나 후원금, 시청률, 광고수주)로 생기는 돈과 권력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장사가 잘 되는 소위 '잘팔리는 캐릭터'를 잘 구축해놓으면 평생 먹고 산다. 하지만 비도덕적 행동으로 가치관이 훼손되면(조국처럼) 상품성이 소멸된다. 그 캐릭터의 생명이 끝나는 것이다. 마치 뚱뚱해져서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모델처럼.... 다른 직업(노동력이나 지식으로 먹고사는)을 찾아봐야 하고 불러주는 데가 없기 때문에 페이스북이나 하며 여생을 보내야하는 것이다. 한번의 잘못으로 평생 가꾸어온 상품성이 박살나는 위험한 직업. 한 순간에 상품성이 박살나버린 연예인과 정치인들 중에 자살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캐릭터의 사망은 곧 그 바닥에서의 영원한 퇴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번 손상된 캐릭터는 깨진 유리조각처럼 복구가 불가능하다.

당신은 주로 어떤 캐릭터의 정치인과 연예인을 소비하고 있는가?

우리가 어떤 이미지의 캐릭터를 소비하는 것은 대리만족을 주기 때문이다. 대리만족이란 결국 판타지다. 현실과는 정반대.

하루 10시간의 알바를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귀가해  티브이를 켠다. 드라마를 보니 잘 생긴 편의점 알바생이 우연히 만난 부자집 도련님과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극복하며 옥탑방에서 삼겹살을 구우며 행복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이어진 뉴스에서 대통령이 기업의 법인세를 10% 인상하고 강남아파트 소유자들에게 공시지가의 10%의 보유세 폭탄을 투하하고 서울대학교 입시를 주사위로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오늘밤도 기분 좋게 잠들 수 있겠다. 내일 또 힘내서 알바하러 가야지.

티브란 거대한 '판타지' 공장이다. 현실과 괴리될수록 그 판타지물의 인기는 높아진다. 우리가 마약주사 맞으면 환상을 보듯이 텔레비전이 마약이다. 켜기만 하면 환상이 가득 쏟아져나온다. 기분이 좋아진다. 붕 뜬다. 텔레비전에 중독된다. 마약처럼.

불타는 청춘이라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거기 나오는 출연자 중에 벌레 나오는 시골농가 2평짜리 골방에 4명이 옴싹달싹 못하게 잠자면서 찬물에 등목이나 하고 푸세식 화장실에서 오줌눌 사람 아무도 없다.

만약 현실 있는 그대로 그 출연진 그대로 마세라티 끌고 반얀트리 수영장에서 놀다가 신라호텔 망빙 먹는 걸 보여준다면 과연 시청자들이 그런 캐릭터를 소비해줄까?

답은 자명하다.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전해주는 판타지가 인기가 높다.

 

 

당신은 주로 어떤 캐릭터의 정치인과 연예인이 만들어내는 어떤 스토리의 판타지를 소비하고 있는가?

그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당신의 현실 상황(당신이 주로 소비하는 판타지와 정반대의 포지션. 즉 나는 서울대생이 아니고 우리 아버지는 중소기업 회장이 아니고 우리집은 래대펠이 아님)을 체크할 수 있는 키가 된다.<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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