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어국>
북어국을 먹고 나온 기분이다. 뭐지? 이 기분은? 우리네 대부분의 삶은 지루하다. 별일없다. 그리고 약간씩 엉망진창이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잔잔하고 지루하고 약간은 엉망진창인 사건들이 일어나는데.
우리가 돈을 들여 또 2시간의 시간을 들여 영화를 보나는건 북어국보다는 잘조리된 얼큰한 짬뽕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대사는 나레이션이기도 하다>
몇달동안 일어난 일을 2시간 안에 다 이해하려면 누군가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그것은 배우의 행동으로도 전달되고 인서트로도 가능하지만 가장 강력한 것은 대사이다. 작가랑 감독은 이미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관객은 지금 막 좌석에 앉았잖아. 설명을 해줘야지. 왜 밭을 산거야???? 왜 할머니가 와야하는지(한국사람이라 미국 육아 룰을 몰라요), 할머니는 어디서 왔는지(캘리포니아 같은데서 온 줄/ 한국에서 온거면 공항씬부터 나와야하지 않냐. 아니면 최소한 인서트로 할머니 손에 삼풍백화점 쇼핑백이라도 보여주든가), 뭐타고 왔는지. 그리고 등장할 때! 이 영화에서 할머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냐. 그런 중요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최소한 할머니 신발이라도 보여줄 줄 알았다. "할머니 오셨대."라는 컷 다음에 바로 윤여정의 컷으로 넘어가면 이거 너무 주인공을 박대하는 거 아니니?
<왜>
왜 아이의 심장이 좋아진거지? 아이는 왜 오줌을 먹이는지? 왜 할머니는 중풍에 걸리고? 왜 불이 난거지? 납품했는데 왜 싸우는거지? 아내는 왜 저러는거야? 이러면 안되지. 둘다 입장이 이해가 돼야지 씬이 넘어가지. 이해가 안 됐는데 다음 씬으로 넘어가면 머릿속에 어? 왜?? 라는 단어가 떠올려지고 그 때마다 몰입이 깨지고 화면밖으로 자꾸 튕긴다. 할머니가 중풍이 걸렸을 때도 그게 얼마나 큰 사건이냐!!! 잔잔하게 가는것도 좋은데 강약강약은 좀 지켜줘야지. 초딩 딸에게 설명할때 조금만 더 설명해주지. 관객도 딸이랑 같단말야. 아무것도 몰라요. 나도 나중에 중풍인줄 알았어.
근데 굳이 할머니를 중풍에 걸리게 할 필요가 있었나?
<디테일>
화재현장에 사람이 들어가서 물건 나르고 옷소매로 입막고 하는거. 드라마틱하긴한데 거의 불가능하다 보면 된다. 화재가 캠프파이어가 아니거든.
서랍에 찍혔을때는 발목아래였는데 반창고는 왜 정강이에 붙이는지? 서랍이 떨어졌는데 왜 거기가?
불은 왜 저절로 꺼졌지? 들판으로 막 번질 것 같던데. 할머니는 어떻게 불길에서 살아남았지?
이 남자에게 빚은 얼마며, 잔고는 얼마인거야?
<씬의 마무리>
아이가 바깥에 회초리를 찾아오는 장면이 있다. 여러 나뭇가지를 뒤적이다가 풀때기같은 걸 주워오는 장면인데, 거기서 윤여정이 올라가 버리면서 씬이 끝난다. 아니!!! 아빠는? 최소한 그 씬의 가장 큰 주인공인 아빠 이야기를 들어야지. 그래야 씬이 마무리가 되지. 하다못해 아빠가 한숨쉬는 2초라도. 이건 마치 난 아직 덜 읽었는데 페이지가 넘어간 기분이야. 그 씬에서 가장 중요한게 아빠의 감정이잖아요.
<미국영화>
내 친구 알리시아는 굉장히 감동받았고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인간이라는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을 느꼈다는데 미국에 안 살아보서 교회가 어떤 의미인지도 잘 모르겠고, 왜 단수가 되는지도 모르겠고. 미국이민 2세는 밤새 울었다고하니 뭔가 미국인에게는 강한 정서적인 공명이 있긴있나보다.
<갈등>
이 영화의 갈등은 뭘까? 가족간의 갈등이 뭔가 희뿌옇게 있다없다하는데, 실제로 현실이 그렇긴하지만 너무 현실스럽잖아. 한치앞도 모를 것 같던 갈등이 풀리면서 카타르시스가 터지고 시원한 흥분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야하는건데, "어? 끝난거야?" 쿠키도 없네. 하다못해 뭐 현재 미국의 한국인이 몇명살고 평균노동시간이 어쩌고 뭐 그런 자막이라도 나올 줄 알았다. 아니면 실제 모델과 흡사한 어떤 가족 사진, 감독이 이민2세니까 감독님 가족사진이라도 좀 보여주든가. 어떻게라도 관객들 머릿속을 정리를 해주고 집에 보내줘야지. 어흥
70%는 감독이 정리해주고, 나머지 30%는 관객들이 집에 가면서 상상해서 완성하도록 하는게 가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