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대 사용법

Essays 2021. 4. 6.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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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대를 쓰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다.

어떤 걸 사야하는지, 지지하중은 얼마짜리를 써야하는지 다리는 어떻게 펴야하는지, 모가지는 어떻게 빼야하는지

 

1. 삼각대를 살 때는 최소한 다리값만 40만원 이상하는 제품을 사라.

나중에 써보면 안다. 돈이 없어? 돈이 없으면 싸고 무거운 제품을 사라. 보통 사람들은 싸고 '가벼운' 삼각대를 산다. 멍청한 짓이다 싼 삼각대를 사야만 한다면 디자인이고 뭐고 그냥 무게를 보고 무거운 놈을 사라. 무거운 게 싫어요? 그럼 당신은 삼각대라는 물건을 사면 안 되는 사람이다. 어차피 사도 안 쓰니까 사지마라. 꼭 사고싶어? 그럼 싸고 무거운 삼각대를 사고 삼각대 가방에 돈을 좀 투자해라.

 

2. 삼각대를 펼 때는 모가지를 다리의 1/3이상 뽑지 마라. 모가지를 안 뽑는게 삼각대의 정석이다. 모가지를 뽑아야하는 상황이 온 건 당신이 삼각대를 작은 걸 사서 그렇다. 모가지가 평범한 도구가 아니라, 아주 엑스트라 오디너리한 상황인 거다. 모가지는 필연적으로 흔들리는 구조다. 내가 카메라 레벨을 얼마나 높여야하는지 감을 못 잡으면 모가지로 그 높이를 맞춘다. 전형적인 하수의 모습이다. 카메라 레벨은 다리로 맞추는거지 모가지 뽑아서 맞추는게 아니다. 고수는 모가지를 아예 갖고다니지도 쓰지도 않는다.

 

3. 삼각대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너의 등뒤에 두지마라. 그건 마치 너의 애인을 수영복만 입혀놓고 술취한 군인 200명이 회식하고 있는 나이트 무대에 올려두는 것과 같다. 절대로 삼각대에게 너의 등을 보이지마라. 모노포드 낙상사고가 왜 덜 생기는지 아는가? 모노포드는 사람들이 등 뒤에 두지 않기 때문이다.

 

4. 삼각대는 왜 무너지는가? (아무도 이걸 안 가르쳐준다. 통탄할 일이다.)

첫째 바람이다. 삼각대는 바람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그래서 바람이 조금이라도 분다 싶으면 절대 삼각대를 펴선 안된다. 특히 바람에는 돌풍이라는 게 있다. 순간적으로 부는 바람인데 산이나 바다같은 인피니티한 공간, 혹은 빌딩숲 같은 아주 좁은 영역에서 돌풍이 많이 생긴다.

둘째 사람이다.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동선에는 절대 삼각대를 설치해선 안된다. 특히 그 공간을 내가 처음 갔다면(예를 들면 예식장, 유치원, 관광지 등등) 나는 그 공간의 사람들의 동선이 어떤지를 모른다. 그래서 사람 동선에 삼각대를 설치하는 경우가 생기고 필연적으로 쓰러진다. 꼭 설치해야한다면 사람들의 동선을 눈여겨 본 뒤에 장소를 지정해야한다. 그런데 우리가 삼각대를 설치해야만 하는 공간은 대부분 어수선하고 처음 가본 곳이다. 그래서 내가 그 공간에 처음 갔다면 삼각대 다리를 펴는 순간 매우 조심해야한다.

셋째 헤드체결부. 카메라가 1kg이면 헤드 지지하중이 최소 5kg는 돼야한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설치하면 단단하게 고정됐는지 힘을 줘서 확인해봐야한다. 갑자기 헤드가 하중을 못 이기고 고개숙이거나 플레이트가 헐거우면 넘어지게 된다. 특히 도브테일이 아닌 원터치방식의 퀵릴리즈 제품을 조심해라. 모든 물건에서 편하다는 건 곧 리스크가 있다는 뜻과 같다.

바람, 사람, 헤드. 이 3가지를 잊지마라.

 

5.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선 공간에, 사람들이 많은 곳에 삼각대를 설치해야만 한다면

필터와 후드를 반드시 체결하라. 카메라가 넘어지면 반드시 무게중심상 렌즈의 대물렌즈쪽으로 쳐박게 된다. 후드와 필터가 박살나면서 렌즈를 살릴 수 있다. 자동차의 범퍼같은 존재다. 그래서 슬림필터를 쓰면 안된다. 필터는 최대한 비네팅이 안 생기는 조건 하에서 두꺼운게 좋다.

 

6.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어졌다면

그게 몇십만원짜리 컷이 된다. 그날 찍은 분량이 백만원짜리라고 생각해야한다. 화내지마라. 니가 다 잘못한 거니까. 방아쇠를 당긴 건 당신이 아니지만 총구를 니 머리에 갖다댄 건 바로 너야.

그리고 카메라랑 렌즈에 너무 정주지마라. 오히려 그걸로 찍은 사진과 영상에 정을 줘야지. 물건에 정주면 반드시 상처받는다. 기억나는 사진, 기억나는 영상 한 컷 쯤은 있잖아? 근데 카메라 바디나 렌즈에 대한 기억들을 떠올려봐라. 대부분 씁쓸하다. 퇴물이 됐거나 부서졌거나 잃어버렸거나. 이 셋 중에 하나다. 죽어버린 강아지에 대한 기억처럼.

 

 

이상, 본인이 200만원 이상 수업료를 치르고 배운 것들이다. 아무도 가르쳐주질 않더라. 사실 가장 중요한건데.<2021.4.6.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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