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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외고·국제고, 2025년 모두 폐지…정부 시한부 선고

[중앙일보] 입력 2019.11.08
[출처: 중앙일보] 자사고·외고·국제고, 2025년 모두 폐지…정부 시한부 선고

사실상 최초의 자사고인 횡성의  민족사관고등학교가 정부의 방침에 따라 오는 2025년엔 일반고로 전환해야 합니다.
하지만 학교 법인은 "영재교육을 할 수 없다면 학교를 운영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실제 폐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원문보기: chmbc.co.kr/article/-eQ4IL5wGc1gaOv

포항제철고가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교조 경북지부는 성명을 내 “포항제철고의 일반고 전환은 특권교육, 특권학교를 없애고 평등한 교육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며 환영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area/yeongnam/903492.html#csidxd781027125e82e3a8b0d4f96b9d743c

 

 

 

먼저 이 이야기를 하자면 8-90년대 분위기를 알아야한다.

전두환이 과외를 금지시키고(사실은 전두환이 임명한 교육부장관이 알아서), 연합고사, 학력고사, 수능같은 '시험'위주의 정책을 펴나갔다. 그 시절엔 수행평가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고 시험 7 ; 3 내신 정도로 시험이 훨씬 더 중요했다. 더불어 대도시는 평준화, 중소도시 이하 읍면지역은 비평준화를 실시하고 명문공립고등학교를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여 학력격차를 해소했다. 당시 인구 50만 이하의 중소도시 이하의 시골 읍면 아이들은 좋은 공립고등학교에 가기 위해서 중학생때부터 연합고사 준비를 했다. 가장 심한 지역은 마산이었던 걸로 기억함.

왜 그랬을까?

시골에는 제대로 가르치는 교사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자가 바로 체크맨이었다. 그는 나의 모교 이과 과목교사이다. 그의 별명은 왜 체크맨이냐. 체크맨은 교실로 들어오면 일단 출석을 불렀다. (참 쓸데없는 짓이었음.) 출석 부르는데 몇분 보내버린 뒤 체크맨은 칠판 좌측 맨끝으로 다가가서 판서를 시작했다. 받아쓰기 시험을 치듯 혼자 묵묵히 판서를 마치면 그 판서를 읽었다. 그리고 나갔다. 이게 수업이냐.

그것은 강의라기보다는 자습서를 대독해주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케어서비스에 가까웠다. 맹학교 교사였나?

당연히 모의고사 치게 되면 체크맨이 담당했던 과목은 개박살났다.(상대적인 평가. 제철고 순천고 김천고 학성고 안동고 춘천고 등등의 경쟁학교들에 비해) 학생들의 불만이 점점 폭발하자 도교육청에서는 체크맨을 다른 학교로 보내버렸다. 그리고 인근 명문공립고교에 재직중이던 어떤 여교사가 학기중에 그 과목 땜빵을 왔는데, 그 분의 수업은 체크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능숙했다. 이런 방식으로 교사를 재배치함으로써 비평준화 명문공립학교에는 가르치는 스킬이 상위권인 교사들로 채워진다.

 

지금 2021년에 포항시내에서 교사, 학원강사 포함해서 고3 수학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손에 꼽을 정도다.

그때나 지금이나 교사마다 가르치는 수업의 질은 천차만별이다. 탁월한 사람도 있고 최악인 사람(심지어 학생보다 모를 정도로)도 있다. 그걸 인정해야지. 학생도 마찬가지다. 학생들 간에 학력의 편차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지. 그걸 인정 안하고는 이 문제를 풀수가 없다. 학생들 수준에 교사들 수준을 맞춰줘야 한다. 그게 대원칙이다. 학생들이 수업 들으면서 "어휴, 내가 더 잘 가르치겠다."고 한탄이 나온다면 그건 제대로된 매칭이 아니다.

그 시절은 그랬다. 도교육청의 교육감은 선거로 뽑히지도 않았고 정파성도 없었고 오직 하나, 어떻게 하면 지역내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려서 좋은 대학교에 많이 보내느냐. 그것만 관심있었다. 당시 포항고에는 양호교사 외에 여교사가 온 적이 없다. 비평준화 이래로 최초로 부임한 여교사는 내가 1학년때 독일어 샘이었는데, 그 자체로 엄청난 뉴스. 그만큼 도교육청 차원에서 특정 공립고교에 몰아주기를 했다는 증거. 아무튼 당시 포항고는 포항은 물론 울진부터 울릉, 양포까지 동해안 시골중학교에서 전교1,2등 하는 애들만 몰려드는 거대한 블랙홀이었다. 물론 교사 수준도 경북에서 가장 잘 가르치는 선수들로 구성.

 

아무튼 90년대 초중반까지 포항고와 제철고는 서로 누가 서울대 많이 보내나는 경쟁을 하며 피터지게 공부시켰다.

그러다가 김대중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고교서열화 타파를 선언하고 이해찬을 교육부장관에 앉힌 뒤에 비평준화 지역을 손보기 시작했다. 우선 비평준화 선택권한을 교육부에서 지방교육청으로 넘겨버리면서 비평준화는 지역별로 각개격파로 없어지게 했다. 시골학교를 평준화할지 비평준화로 갈지는 매우 중요한 국가시책인데 이걸 왜 중앙정부에서 기준을 정하지 않고 지방교육청에 떠넘겼을까? 지방자치 때문에??? (그렇다면 이번에 자사고 일괄폐지는 왜 교육부에서 하달하냐??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아? ㅎㅎㅎㅎ) 무슨 제도든 각개격파하면 공론화를 피할 수 있다. 뭔가를 없애버릴 때는 조용히 없애는게 가장 좋다.

아래 사진을 잘 보라. 시위대는 광화문 교육부 앞이 아니라 경북교육청 앞에서 교육감을 상대로 투쟁하고 있다. 게릴라전술에서는 전선을 좁힐수록 승산이 높다.

(관련기사)

포항시 고교 평준화추진위 공동대표로 15일동안 단식농성에 참여한 민주노총 김병일 경북본부장은 “고교 비평준화가 사교육비 부담을 높여 지역 노동자들의 생활을 어렵게 하는 주요 요인이었다”며 “지역 노동자들에게도 평준화는 시급한 문제였다”고 말한다. 고교의 서열화는 중학교 입시경쟁 과열로 이어져 초중등 사교육비 증가, 성적에 따른 위화감 조장, 인성교육 소홀, 위장전출입 성행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았다. 


“입시위주 교육으로 인성교육이 소홀해지는 것도 문제지만, 대입에서 너무 불리해서 학부모들의 고교 평준화에 대한 요구는 거의 절대적”이라는 것이 신현자 평준화추진위 공동대표이자, 참교육 학부모회 포항지회장의 설명이다. 현재의 대학입시가 고교 평준화를 기반으로 해 내신의 비중을 늘여나가고 있으므로 비평준화 지역 학생들은 내신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이다.

 

ㅎㅎㅎㅎㅎ

1998년부터 데모를 시작해서 마침내 단식투쟁까지!! 마침내 10년의 노력 끝에 2008년 드디어 포항의 비평준화는 폐지된다.

그리고 제철고만 홀로남아 자사고로 10여년 버티다가 마침내 2019년 문재인정부 들어 제철고까지도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포항지역에 명문고등학교는 완전히 사라졌다. 대단한 쾌거!

김대중정부의 고교서열화 타파정책이 30년만에 완성되는 시점이다. 민족사관고도 폐교되고, 제철고를 포함한 모든 특목고(사실 과학고는 전두환 노태우 시절에 많이 만들었다), 모든 자사고가 일반고가 된다. 만세!! 명문고가 없는 유토피아. 아직도 명문고 운영하는 미국, 영국, 일본 각성 좀 해라.

 

그렇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아까 참교육학부모회 포항지회장이 비평준화 때문에 좋은 대학을 못 간다고 했잖아.

그 부분은 연대 한순구 교수님이 논문으로 조사해놓은 게 있다.

 

연세대 경제학과 한순구 교수와 성태윤 교수는 논문 ‘평준화와 비평준화’를 미국의 경제학술지인 ‘이코노믹레터스(economic letters)’에 게재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이 논문은 2000년 이후 평준화 지역으로 바꾼 울산,분당,고양 등 10개 지역 115개 고교의 ‘빅3 대학(서울,연세,고려대)’ 진학률 변화를 분석했다.그 결과 이 지역 고교들의 ‘빅3 대학’ 진학 학생 수는 평준화 이후 '빅3'대 합격생 수가 최대 3분의 1 이상 줄었다는 결론.

 

평준화를 시행하면 해당 지역에서 연고대 이상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생숫자가 30% 감소한다는 이야기. ㅋㅋㅋ 왜 그럴까?

예전같았으면 울진군 후포중학교 전교 1등한 빙관송(내 친구다)은 연합고사 쳐서 포항고로 진학했겠지만, 울진고나 포항고나 교사 수준이 똑같은데 포항 갈 이유가 있나? 그렇다고 포항에 변변한 학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포항 유학 갈바에야 바로 수성구로 이사를 가버린다. 이런 학생이 최소 30%는 된다는 이야기. 포항고 보내던 시절과 비교해서 수성구로 유학을 보내면 빙관송 아부지에게 얼마나 돈이 더 들까? 영덕, 포항, 울진 인구는 줄어들까? 늘어날까? 수성구 집값은 오를까 내릴까?

지난 98년 이후 30년간의 중소도시 명문고 말살정책은 1단계로 비평준화 폐지로 공립명문을 작살낸 뒤, 2단계로 자사고 일괄 전환으로 이제 그 마지막 등정만 남겨놓고 있다. 그 피날레는 민사고 폐교가 될 것 같다. 그동안의 노고와 성취에 박수를 보낸다. 집념이란 바로 이런 것.

 

전교조도 이때다 성명서 하나 내야지.

 

“민족사관고의 폐교는 특권교육, 특권학교를 없애고 평등한 교육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며 환영.

 

체크맨에게 괜히 미안하네. 시대를 잘못 타고난 체크맨 ㅠ.ㅠ  25년만 늦게 임용됐어도 평등교육의 역군이 되었을텐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지는 교육입시, 인재정책의 핵심은 '과거제도'의 폐지이다. 당나라에서부터 만들어져 조선에 들어 600년 이상, 해방 이후에도 내려온 국가정책.

시험을 중심으로 한 국가인재등용 체제가 사법시험같은 고시류 폐지, 경찰대, 세무대 같은 특채대학 폐지고 육사 같은 엘리트 출신을 승진에서 배제시키고, 비평준화 공립명문고, 자사고 사립명문고 폐지 등으로 똑똑한 인재들이 모이는 것을 방지하고 로스쿨 의전원처럼 가난한 개룡남들이 도전하기 힘든 관문을 설치하고 경력직, 수행평가, 인성평가, 면접확대 등으로 시험성적이 아닌 '다른 인간적인 요소가 개입되는' 평가기준으로 인재를 등용한다.

 

역사이래로 과거제가 약화된 시기에는 음서제가 번성하기 마련.

아이러니하게도 80년대보다 더 "아부지 뭐하시노"의 시대가 돼버렸다.

 

시험의 시대는 완전히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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