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마

Essays 2021. 6. 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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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라는 질문을 받을때.

여기서 ####에는 의대, 서울대, 각종시험, 주식매매잘하기, 한약처방 잘하기, 침매출 늘리기 등등 온갖 좋은 것들이 다 들어갈 수 있다.

환자 중에 재수생들이 자주 오는데 오면 물어본다.

"공부 잘 하니?"

그러면 대부분 이렇게 대답한다.

"열심히 해요."

내가 물어본건 열심히 하냐 안 하냐가 아니잖아. 잘 하냐 못 하냐고 물어본건데.

열심히 한다는 애들은 대부분 자기나름대로의 기준이 있다. 하루에 10시간 정도 공부하면 열심히 하는거다. 3시간 하면 열심히 안 하는거다등등. 주관적인 기준라인을 잡는데, 심리적인 안정 외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가.

작은 종이를 길쭉하게 자른다. 24칸을 그린 다음에 아침에 눈을 뜨면 그날 쓴 시간을 칸칸이 기록하는데 중요한 점은 공부하는 시간은 기록하지 않는다. 그냥 비워둔다. (보통 하위권 애들은 반대로 한다. 공부한 시간만 카운팅한다. 왠줄 아냐? 걔들은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마치 한국인이 똠양꿍을 먹은 날을 카운팅하는 것처럼- 엑스트라 오디너리한 일이거든. 특별한 일이야. 그래서 카운팅하지. 근데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반대라구.)

자, 일단!

새벽2시에 자서 7시에 일어났으면 5시간을 수면에 쓴거다. 5칸 칠하고 수면이라고 쓴다.

씻고 밥먹고 학교에 자전거타고 가고 하는데 1시간쓰면 그대로 1시간칸에 '식사, 자전거' 써넣는다.

24개의 칸 중에 공부한 시간 외의 칸이 서서히 채워지는데 칸을 칠할때마다 "이게 내가 원하는 목표 즉 위의 ####에 도움이되는 업무인가?"를 늘 자문해본다. 공부시간은 체크 안한다. 학생이 공부하는 건 당연한거니까.

한창 컨디션 좋았던 93년도 여름쯤에는 8칸 정도 썼다. 이 말은 하루에 공부하는 시간 16시간 외에 8개의 칸을 그외의 용도(수면,식사,이동 등)로 썼다는 거다.

 

공부는 열심히 하는게 아니고 그냥 잘 하는거고, 그냥 하는거야. 그냥. 숨쉬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냐. 학생이 공부하는게 당연한거지. 직장인이 출근하는데 무슨 의미를 부여해. 그냥 출근이지. 하루 밥 3끼 먹으면서 환희에 젖어서 의미부여하는 애들 없잖아.

어떤 일을 하건 그게 내 직분이면 그걸 열심히 했다는 느낌도 들면 안돼. 그냥 하는거고. 아무 느낌도 없어야해. 그건 당연한거다. 당연한 일을 당연히 한거다.

그래서 공부한 시간을 체크하지 않는거다. 그건 숨쉬는걸 체크하지 않는것처럼 너무도 당연한 테스크.

문제는 내가 공부외의 시간에 뭘 하면서 보내느냐를 체크해서 그 시간을 최대한 없애는 거다.

결국 뭘 더해야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뭘 안해야하는지의 경쟁. 어차피 하루는 24시간이다.

뭘 더하려고 하지마.

그냥 안해야할 거를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절대 하지마.

뭘 안해야하는지는 본인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잖냐.<bk>

 

 

영어공부를 잘 하고 싶으면, 한국말을 안 쓰면 된다. 하루종일 뭔가 스스로 말을 하고 싶을때 일일이 그 문장을 통번역을 해보면 됨.

한약을 많이 처방하고 싶으면 하루종일 한약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책 읽고 하면 된다. 나머지 것들(침, 추나, 물치)은 생각하지 말고 하루종일 한약 생각만 하면 된다. 그것만 해라. 그러면 된다. 안 하는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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