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리스크
"자, 자기 친척 중에 군대나 공무원 있으면 다 적어내라."
만약 그 종이에 "삼촌 : 국방부 군수감찰과 대령 000"이라고 적어내면 그때부터 그 신병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선임병이 때릴까? 불러내서 구타하고 폭언하고 괴롭힐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리스크가 매우 커지기 때문이다.
후임병을 때릴때는 어느 정도 자기만의 시나리오를 갖고 때린다.
'후임병이 복부를 한대 얻어맞더니 갑자기 주머니에서 칼을 깨내 내 목을 찌른다'
'후임병이 구타당한 다음날 아침 총기를 들고 탈영한 뒤에 서울로 올라가 동아일보 옥상에서 언론사 헬기가 지켜보는 가운데 내 이름 석자를 큰 락카로 쓰고 그 밑에 군대폭력 근절이라고 써놓았는데 그 장면이 전국으로 생중계되더라.'
'후임병이 휴가나간 다음날 헌병감 앞으로 등기속달로 누구누구 때문에 탈영하고 싶어요 라는 편지를 써서 보내는 장면을 유튜브 카레라이스TV에 올려놨더라.'
이런 시나리오를 갖고 가혹행위를 저지르는 선임병은 없다.
때리기 전에는 항상 리스크를 파악하는 시간을 미리 갖고, 이 놈은 패도 안전하다는 판단이 들면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미리 써서 행동에 옮긴다. 반드시 신상파악을 통해 구타대상이 또라이인지 아닌지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부터 감별한다.
(학교폭력도 괴롭힐 학생을 찾는 과정이 있다. 입학식날부터 괴롭히는 경우는 없고 첫날에는 그냥 머리 한번 세게 때려보고, 반항하지 않으면 그 다음날에는 귀싸대기 풀 파워로 한번 때려보고 반항정도를 보고 낙점한 뒤에 1년 내내 괴롭힌다. 첫날이 가장 중요하다. 테스트하는 날이거든. 쉬는 시간에 머리를 때리면 하지마라고 점잖게 이야기해라. 계속 깐죽거리면 선생님 들어오기 직전에 책상을 뻥 차고 "내가 그만하라고 했지!" 소리질러버려라. 리스크가 굉장히 큰 놈이라는 걸 담임과 가해자에게 첫날 보여줘야한다.)
2. 권력
폭력은 권력을 가진 자가 행할 수 있다. 권력에는 근거가 있다. 돈이든 인품이든 나이든 간에 부부, 형제, 학교, 군대, 직장, 데이트 과정중 일어나는 폭력 모두 마찬가지다. 군대의 권력은 특히 사병들에게 주어지는 권력은 입대 선착순이라는 아주 취약한 근거를 갖고 있고 어디까지 행사가 가능한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아니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유없이 행해지는 가혹행위에 대해 후임병들은 납득하기 힘들다. (후임병이 총기 오발사고로 사람을 죽일뻔 하면 모두 집합시켜서 엎드려뻗쳐시키고 가혹하게 다뤄도 충분한 근거가 된다) 하지만 단지 일찍 군대에 왔다는 이유만으로 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대부분 사회에서 좁밥인 애들이 군대에 가서 권력이 주어지면 더 환장하기 마련이다.- 후임들은 선임병들로부터 권력의 남용을 당하면 부당하다 느낀다.
권력이 주어질 때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타당한 근거-전국 원탑의 교수님이라든지, 몇백억 자산가인데 맨날 룸빵을 쏜다든지, 나한테 월급주는 사장님이라든지-가 있어야 굴복할만 하고 그게 없다면 적절한 보상(최소한의 금전지불 혹은 가르침 전수)이 있거나 그게 아니라면 권력사용이 절제될 수 있도록 통제장치라도 작동돼야 한다. 물론 학교나 군대에서 그런거 기대하면 안되지. 통제장치는 누군가로부터 주어지는게 아니다. 스스로 만들어내는 거야. 위의 사례처럼 국방부 군수감찰과 대령이라는 강력한 통제장치를 입대할때부터 갖고 들어오는 신병처럼.
3. 시나리오
향우회에서 선배가 때리면 그 향우회에 다음부터 안 나가면 된다. 나도 그랬다. 째버려라. 포항고 동문회에 나갔는데 왠 찐따같이 생긴 복학생이 나오더니 교문 앞에 일렬로 엎드려뻗쳐 시키더니 각목 가져오라고 한 뒤에 한방씩 때리더라. 그는 처음 보는 선배였다.
뭐 이런 미친 새끼가 다 있어? 라고 벌떡 일어나서 그냥 집에 가면 된다.
"야야, 너 어디가?" 라고 불러세우면
그냥 조용히 집에 가라.
각목을 어정쩡하게 들고 있는 복학생에게 이런 시나리오는 미처 준비하지 않았는데... 그의 머리는어떻게 해야할까 몹시 고민된다. 쫓아가서 한방 더 때리면? 저놈이 112에 신고할 것 같은데 같이 경찰서 가야하나? 저 새끼 말하는 거 보니 보통 또라이가 아닌데 오늘 처음 본 놈인데 뒷배가 있을지도 모르고 폭행죄로 고발할지도 모르고. 지나가던 학생들은 몰려들어서 구경하고 이거 굉장히 심란해진다. 리스크를 감당할 것인가? 어쨌든 시나리오는 망가져버렸다.
보통은 리스크를 회피하려고 한다.
(그날 나는 기숙사로 돌아가자마자 나의 소중한 X-700 카메라로 멍든 엉덩이를 사진으로 찍어두고 폭행죄로 고발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증거는 당신의 유일한 변호사이다. 모든 통화는 자동녹음하도록 갤럭시만 사용하고 사건이 발생하면 반드시 CCTV를 수소문해서 핸드폰으로 직접 해당 장면을 찍어와라.-녹화기에서 백업받기가 굉장히 귀찮게 세팅돼있음- 증인이 있다면 기억이 지워지기 전에 꼭 녹음 따고. 상해진단서는 즉시 끊는다. 모든 자료는 변호사가 아닌 내가 준비해서 로펌을 찾아가야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시나리오까지는 안 가는게 가장 좋다. 학교폭력의 경우에도 14세 미만이면 촉법소년이므로 사람 찔러죽여도 형사처벌 받지 않는다. 14세 이하라면 민사쪽으로 증거를 열심히 모으고, 14세 이상이라면 증거 모아서 한벙에 형사처리한다. 군대가 문제인데 성범죄, 사망사건 외에는 민간에서 건드릴 수가 없다. 헌병대에 증거를 제출해야한다. 어떤 경우든 일지는 가장 중요한 증거물이 된다.)
내가 지금까지 짼 거는 한 두개가 아니다.
11살때 김귀순 담임한테 죽빵 맞고 다음날 바로 학교 쨌고, 대학가서 예과 2학년때부터 포항향우회 쨌지. 포항고 동문회는 첫날부터 쨌지. 뇌종양 향사평위산 사건도 있었지. 아무튼 내 기분 틀리면 다 째면 된다. 내가 째고나서 나에게 무슨 네거티브한 일이 일어났을까? 아무 일도 없었다. 동문 선배들과 사이가 틀어졌나? 그것도 아니다. 물론 나를 째게 만든 그 놈과는 연락두절이지만 -연락할 일도 없지- 나머지 선배들과는 아무 일도 없다. 아 그때 고분고분하지 않던 놈, 아, 그 때 그 미친새끼 정도로 기억되지. 20년 지나봐라. 나같은 후배는 이름도 얼굴도 기억 안 나지. 물론 당시 선배들은 순간 잠시 고민했겠지. 어라??? 저 새끼가 이 타이밍에 째는건 내 시나리오에 없었는데??? 어디서 저런 또라이가 들어왔지?
주식시장에서도 시장의 컨센서스를 훨씬 뛰어넘는 어닝쇼크를 만나면 투매가 나온다.
한번씩들 째고난 다음에 선배를 피해다닌 경험 있을 거다. 피할 필요도 없다.
"00아, 너 왜 저번에 동문회 안 나왔냐? 다음에 꼭 나와라. 응?"
"저는 이제 안 나갑니다. 찾지마세요."
시나리오를 짓밟아버려라. 선배가 기대한 건 이런 대답이 아닌데??? 선배가 준비한 레퍼런스에는 없는 반응인데? 상대가 들고온 시나리오를 뺏어라. 너가 원하는대로 너 맘대로 써버려라.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타이밍에 상상하기 어려운 시나리오.
신입생 환영회라고 다리 밑으로 끌고 가서 입 벌리라고 한 다음에 소주 피티병을 입에 들이부으면 반사적으로 얼굴에 뱉어버려라. 물줄기는 강렬할수록 효과적이다.
선배가 방으로 끌고가서 술을 더 먹이고 괴롭히면 모두 잠든 후에 일어나서 선배가 가장 아끼는 전공서적들 위에다 오줌을 갈겨라. 오줌 양이 많을수록 효과는 확실하다.
여기서 큰 문제게 봉착하게 된다. 학교와 군대는 향우회처럼 임의로 쨀 수 없는 단체라는 점.
4. 타이밍
우리가 시나리오를 장악할 때는 타이밍이 생명이다. 이벤트 발생 즉시! 즉시 해야한다. 두들겨맞는 그 즉시 판단해야한다. 시나리오를 지금부터 내가 쓸 것인가? 아니면 놔둘것인가? 내가 쓰기로 마음 먹었다면 즉시 행동하라. 참았다가 옥상에 불러내지마라. 그러면 상대방이 시나리오를 준비해서 옥상에 올라오게 된다. 그런건 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어색하고 나중에 헌병대 잡혀가도 설명하기가 곤란해진다.
미친놈처럼!! 상상력을 발휘해서! 이 두가지가 전부다. 상대방은 어?? 어??? 당황하게 되고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고 자신이 가져온 시나리오를 본의아니게 폐기할 수 밖에 없다.
오픈된 공간일수록, 되도록 사람이 많을수록 좋다. 특히 내 동기들이 주변에 있으면 그들은 모두 나의 잠재적 아군이 된다. 최고관리자 급도 같이 있으면 더욱 좋다. 학폭가해자와 엉겨붙으려면 전교생이 나와있는 전체조회날 교장선생님 훈화말씀할 타이밍이 가장 좋다. 잃을 게 없다. 용기를 내라. 쿠데타와 생리가 같다. 상급자를 들이박을 때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할 여지를 주면 안된다. 물론 나는 충분히 고심해야한다. 법률적으로도 체크해야한다! 절대로 먼저 때리면 안된다. 일단 맞고나서 편안하고 신속하게 하면 된다. 들이박은 다음에 -왜 들이박았는지에 대해 소명용- 제출할 증거는 미리 모아두고 교육감과 헌병대에 제출할 자료를 준비해놔야한다.
봉기에 호응할 우군이 있다면 정리는 알아서 된다. 걱정마라. 동기들이 알아서 뜯어말려준다. "에헤이, 에헤이!! 야, 왜 이라노!" 마지못한척 씩씩거리며 현장을 이탈하면 된다. 벤치클리어링은 사회에서도 통한다. 연극이라 생각해라. 쪽팔림은 나의 몫이 아니다. 망가진 시나리오를 들고 무대에 홀로 남겨진 자의 몫. '아, 이게 아닌데, 아이 시불 어디서 저런 게."
5. 대가
내 주먹이 안 아프면서 상대방을 때릴 생각을 한다는 것은 놀부심보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나도 피를 흘려야만 상대방을 때려눕힐 수 있다.
선임병을 가혹행위로 영창보내고 싶으면 나도 하극상으로 영창에 같이 가야한다. 논개전략. 그건 영화볼때 돈주고 티켓을 끊는 것처럼 당연한거다.
소주를 선배 얼굴에 뱉었는데, 선배의 주먹이 날라온다면 너도 턱쭈가리에 주먹을 꽂아라. 엉겨붙어라. 쌍방폭행으로 같이 입건돼라. 그때 조심해야할 영역이 있다. 인체에서 뼈가 감싸고 있는 부분이다. 두군데다. 두개골과 갈비뼈. 뼈가 감싸고 있는건 중요한게 안에 들어 있어서다. 이빨과 턱쭈가리는 많이 때려도 되지만-안에 별거 없다- 두개골과 갈비뼈는 비싼게 들어있다. 석봉이도 영화에서 하이바로 대가리 찍던데 그러면 안된다. 사람 죽는다. 복싱에서 두개골이랑 갈비뼈 때리는 애들 봤니? 못 봤잖아. 대부분 턱 아니면 복부다. 영화에서 보면 갈비뼈 막 밟고 두개골 찍는 애들 있는데 해부학적 지식이 없어서 그렇다. 무식한 놈들 인생도 같이 조지는 수가 있다.
아무튼 과실을 따려면 대가를 치러야한다. 나의 평판에 금이 간다는 것은 감수해야한다. 사실 지나고나면 흠도 아니다.
하급자에게 들이받치면 그게 더 쪽팔리는 일이다. 일격을 당한 놈은 반드시 그 직후부터 기가 죽게 돼 있다.
6. 조석봉 일병의 잘못
선임병을 때려눕힌 것까진 굉장히 좋았다. 숨을 못 쉴정도로 패는 것도 좋았다.(하이바로 대가리 찍는건 빼고, 두개골 깨지는것보다 차라리 불알 터트리는 게 낫다) 예상못한 타이밍에 선임의 시나리오를 완전히 망쳐버린거니까. 문제는 마무리다. 보통은 소대원들 여러명이 우르르 나와서 '조일병님 왜 이러십니까'라며 뜯어말리면서 아름다운 벤치클리어링으로 마무리가 돼야하는데 초소 정황상 안됐다.
탈영을 한 뒤에는 반드시 대대장 숙소로 달려갔어야한다.
똑똑똑...
"탈영하려다가 대대장님 생각이 나서 왔습니다."
자수하는 거다. 둘다 영창 보내달라고해라. 시나리오의 뒷부분은 대대장이 쓰도록 해야한다. 대대장이 안 쓸 수가 없다. 강제집필. "아이 시벌 뭐 이런 미친 놈이" 하면서 쓰게 돼 있다.
앞부분은 조일병이 썼지만 뒷부분은 대대장님이 한번 시나리오를 써보십시요라고 공동집필 기회를 주는거다.
의외의 상황에서 돌발적으로 다가오는 당돌함은 갑자기 훅 들어오는 훈남의 "저기요~"처럼 호감으로 작용한다. (방송국이건 한의원이건 증권사건 간에 일하고 싶은 곳에 찾아가서 꼭 여기서 일하고 싶은데 혹시 다음에 일용직이라도 사람 뽑으면 연락주시라고 -무급도 좋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까지- 하면 대부분 '이 미친 놈은 뭐지?'하면서 그 미친놈을 기억한다. 맘에 들면 밥이라도 한그륵 사준다.)
7. 멈춤의 아름다움
절제미.
아이고 진짜 탈영을 하면 안되지. 협박이란 실행하지 않았을 때 효과가 있는 법. 이놈아, 멈출줄 알아야한다. 일을 무조건 크게 키운다고 해결되는게 아니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멈춰야한다. 멈추는 게 더 멋진거야. 절도범을 사형시켜선 안된다. 엄마한테 잔소리 들었다고 집에 불 지르면 되냐? 적당한 시점에 멈추야 수습이 되지. 일은 되도록 해야한다. 데모할 때도 가장 중요한게 출구전략. 멈추는 타이밍 잡는거야. 그거 실패하면 끝장이야. 출구전략 없으면 시작도 하면 안되는게 데모다. 멍청한 것들이 출구도 없이 데모하다가 짤리면 그 짤린 것 때문에 또 데모를 해야하고 데모의 결과를 수습하기 위해 또 데모를 하는 데모의 악순환에 빠진다.
법보다 빠르고 서로간 윈윈이면서 효율적인게 '사람'을 이용해서 일을 해결하는 것이다. 법이 해결못하는 일도 사람은 해결할 수 있다.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없다. 특히 군대는 특이한 조직이라 되는 일도 없지만, 안 되는 일도 없다.
내가 모든 시나리오를 완성하려 해선 안된다. 어려운 문제를 맞딱드리면 내가 풀이할 수 있는데까지는 풀어놓고 나머지는 해결능력이 있는 [사람]을 찾아가라. 누가 문제풀이의 적임자인지는 스스로 고민해봐야한다.
8. 캐릭터의 입체성
황장수를 헌병대 내부반이 아니라 로마 떼르미니 민박집에서 만났다고 하면 어땠을까? 현지 술집에서 맥주 짠! 마시면서 호탕한 여행객의 인연으로 평가될 수도 있고.
우리 한의원에 환자로 내원했다면? 말 잘 듣는 환자로 평가될 수 있다. 그 집에서는 엄청 효자일 수도 있고 친구들사이에서는 의리있는 진국일 수도 있고.. 나한테는 너무 좋은 친구인데 직원들한테는 천없는 구두쇠일 수도 있다. 사람은 결국 다면체다.
우리가 특정 캐릭터의 악마성을 측정할 때 [환경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연애할 때 날씨 좋은 계절, 건강한 20대 남녀가 하와이 가서 100불짜리 데판야끼 먹고 근사한 호텔 수영장에서 노닥거리면서.....거기서 말다툼을 한다면 그런 '환경과 상황'을 고려할 때 둘 사이는 서로 잘 안 맞는 것이다. 도저히 싸울 수가 없는 환경에서 싸우다니!!!
황장수와 조석봉이 1950년 8월 포항시 북구 연화재를 지키던 국군 참호 안에서 만난다면? 새벽에 눈을 떠보니 연화재 아래에서 인민군들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게 보이는데 갑지가 황장수가 집합 걸고 조석봉을 때릴 수 있을까? 간첩이 아닌 이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마 이적행위로 소대장에게 총맞을지도 모른다.
환경이 결국 연을 만든다. 그 연이 호연인지 악연인지는 캐릭터보다 환경-특히 타이밍-의 영향이 크다. (물론 큰 사건이 터지려면 캐릭터와 환경의 아다리가 딱 맞아야한다. 하인리히 법칙!) 캐릭터의 악마성은 애초에 절대적으로는 평가될 수 없는 것이다. 누구나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살인범의 진술서를 읽어보면 아마 첫 서두는 자신이 얼마나 불우하고 힘든 환경에서 살아왔는지부터 시작할 거다.
9. 기
낯선환경에서 내가 갑자기 을의 신분이 되었을 때 기죽으면 게임은 끝이다. 상황이 아무리 불리해도 기죽으면 진다. 정신차리고 고개 들고 TMJ에 힘주고 불리하더라도 정면돌파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어야한다. 기죽고 회피하면 할수록 문제는 곪기만 할뿐 영원히 해결 안된다. 기죽지 않으면 상대방도 어? 이 놈이 기죽지 않았다는 걸 미묘하게 느끼게 된다. 그런 미묘한 지점이 있다. 설명할 수 없지만 느낄 수는 있다. 대기실은 광활한데 아무도 없고 고요하고 장사도 안되는 병원 같은데, 막상 진료실에 들어가보니 원장이 기죽기는 커녕 엄청 여유롭고 포스가 느껴지는 그런 병원이 있다.
보통의 피해자들이 보복이 두려워서 힘들어 한다. 일단 일을 저지르고 나면 반드시 내가 보복한다고 선포해라. 보복은 가해자가 하는게 아니야. 정신차려야지. 보복은 피해자들이 하는거야. 장난으로 하는 놈이랑 죽기살기로 하는 놈이랑 누가 이기냐. 당연히 후자가 이긴다.
"너 영창 갔다오면 니 눈깔에다가 황산 쳐부어버릴테니까, 지금 밝은 세상 많이 봐둬라. 만약에 다른 부대로 도망가면 내가 끝까지 쫓아간다. 너는 내가 제대하면 조선족 시켜서라도 눈까리 빼버릴테니까. 절대 가만 안 둔다."
10. 군폭 해결책
용어의 변경. 이게 무슨 가혹행위야. 그냥 폭력이지. 그냥 군폭이라고 불러라. 폭행죄로 단죄하면 된다. 성폭행을 성적 가혹행위라고 부르는 사람 있냐? 아예 군대폭력이라고도 하지마. 폭력이면 그냥 폭력이지 접두어를 왜 붙여. 그럼 회사폭력, 공무원폭력, 동아리폭력, 테니스동호회폭력, 호프집폭력, 피자집폭력, 놀이공원폭력, 시장폭력, 병원폭력 등등 일어난 장소마다 다 붙일꺼야?
정화 중에 가장 나쁜 정화가 자가정화다. 그런 걸 기대해선 안된다. 경기장을 바꿔야한다. 소꿉놀이 하냐? 무슨 헌병대야. 지금 전쟁났어? 무슨 군사법원이야. 뭔 지들끼리 재판을 해. 계급장 달고 소꿉장난하나. 역할극 하냐.
학교나 군대 같은 자신들만의 룰?을 갖고 있는 치외법권? 지역에서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사권력이 지나치게 집행되어 집단내 약자들에게 고통을 줄 때는 경기장을 옮겨야 한다.
그 집단 내부의 룰이 아니라 사회의 룰을 적용시켜야 한다.
잡초를 뽑아야지 화초와 사이좋게 지내라고 다시 심으면 사이좋게 지내게 되나?
전시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군대내 가혹행위 발생시 피해자가 112 신고하면 경찰이 영내로 출동하여 증거를 수집하고 피의자를 체포하여 사회라는 경기장으로 끌어낸다. 그 순간 계급이라는 보호막이 날라가버린다. 군복 벗고 일개 폭행범에 준하여 공정하게 수사하고 평가하면 된다. 영창 보내고 내부에서 덮어버리니 군폭이 해결이 안되는 것. 민간의 강렬한 햇볕을 쪼이게 하면 군 빈대는 싸그리 죽게 된다. 일광소독.
그리고 지휘관에게 일체의 패널티를 주면 안된다. 잡초 뽑는데 칭찬과 위로는 못 해줄망정 왜 패널티를 주냐? 그럼 누가 잡초 뽑아? 잡초하나씩 뽑을 때마다 인센티브를 줘야지. 부하 중에 1명씩 폭행죄로 감옥갈때마다 인사고과 10점씩 플러스해줘봐라. 눈에 불을 켜고 적발하러 다닐거다.
학폭도 마찬가지다. 학생이라는 신분의 보호막을 날려버려야한다. 교복을 벗기고 폭행범에 준하여 평가하면 깔끔하다.
폭행사실이 사실로 확인되면 그게 학생이든 군인이든 회사원이든, 대학생이든, 검사든, 거지든, 조폭이든, 공무원이든, 고시생이든 남자든, 여자든 하다못해 경찰관까지 잘못을 저질렀으면 그 누구든 모두 공평하게 민간 법원에서 재판받고 민간 교도소에서 복역하고-그게 민주주의야- 출소하고나면 군인이라면 다시 재입대시킨다. 사고친 부대 인근으로는 자대배치시키지 않는다. 터가 안 좋기 때문에.
공권력은 공기처럼 사회의 모든 분야에, 열외집단 없이 공평하게 물안개 내리듯 평등하게 내려져야한다.
군복, 교복 벗기고 경찰서로 잡아가라.끝.
이 드라마는 '올해의 드라마'상 유력한 후보에 가뿐하게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