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이라는 피리소리

Essays 2021. 10. 2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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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에게 일어난 일 중에 불공정,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본인에게 해가 되는 사건만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득이 된 사건들 역시 부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 자신이 갖고 있는 부모재산, 직업, 면허증, 통장잔고, 재능, 지능, 키, 얼굴, 외모, 건강이 또래들에 비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가?

타인에 비해 내가 혜택받은 점들이 분명히 있다. 태어나보니 좋은 부모, 좋은 지능, 좋은 외모, 체력을 물려받았을 수도 있지만 그걸 가진 자들은 그것들이 '불공정'하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 중에 좋은 것들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내가 공부 열심히 해서 의대 갔지 임마!!! 이게 뭐가 불공정한거야??? 머리좋은 부모 밑에 태어난 게 뭐?? 그게 뭐??"

 

누구는 부모없이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서 자라고 누구는 재벌집에서 차기 총수로 키워진다. 누구는 원빈얼굴로 태어나고 누구는 옥동자 얼굴로 태어난다. 누구는 키 180으로 태어나고 누구는 키 160으로 태어난다. 아니! 이게 불공정한게 아니면 뭐가 불공정한거냐.

세상은 원래 불공정한 것으로 가득차 있고 그런 난장판 같은 공간에서 공정을 이야기하는 자들을 잘 보라. 그런 자들일수록 불공정한 혜택을 많이 입었다. 그가 한번이라도 자신의 혜택받은 점들을 내려놓는 것을 봤는가? 자신의 자격증, 면허증, 재산을 헌납하고 "아이고 내가 이런 불공정한 것을 가졌네요."라고 내려놓던가? 아니다. 오히려 더 높은 자리, 더 높은 권력이 있는 자리를 탐하고 더욱더 '불공정'한 자리를 향해 달려간다. 입으로는 '공정'을 외치면서 그 입에 10만원짜리 오마카세를 집어넣는다. 물론 공금으로.

공정한 세상을 만듭시다라는 피리소리는 달콤하지만 정작 그 피리를 불고 있는 사람이 가진 '불공정하게 가진 것들'은 점점 불어난다.

내가 가진 것들 중에 [불공정하게] '좋은 것'들이 꽤 많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은 매우 어색하다.

 

세상은 원래 불합리하고 부당하고 불공정한 것이고 거기에 적응하느냐 마느냐의 문제, 내 앞에 놓여진 카드패를 빨리 열어보느냐 늦게 열어보느냐가 남을 뿐이다. 빨리 적응할수록 칠정이 덜 생기고 건강해진다.

"나는 왜 이런 불공정한 패가 들어오나요?"라고 투덜거릴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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