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은 담배를 끊는게 아니다. 디폴트값이 금연이 아니다.
디폴트값이 흡연이 되어야하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엑스트라오디너리한 이벤트여야 한다. 왜냐면 디폴트에서 벗어나면 중력을 벗어나는 것처럼 에너지와 인내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디폴트는 평온하다. 자연스럽다. 힘들고 괴로우면 디폴트값이 될 수 없다.
금연은 담배를 하루 아침에 확 끊는게 아니라. 담배를 계속 피우다가 하루를 잠깐 참는 것이다. 디폴트는 계속 흡연이다. 가장 힘든 날은 언제일까? 첫날이다. 어제 피웠는데 오늘 참으면 고통이 극에 달한다. 첫날! 얼마나 스트레스가 극심한가. 인간의 칠정은 변화에서 생긴다. 어제는 피웠는데 --> 오늘은 안 피운다!! 너무너무 큰 변화다. 극심한 칠정이 생긴다. 로켓트가 지구를 떠나는 그 순간 가장 많은 에너지가 드는 원리와 같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로켓은 에너지 없이 저절로 날라간다.
오늘 참아보고 내일 되면 하루 더 참는다. 변화의 양이 줄어든다. 모레 하루 더 참고 하다가 몇년이 지나면 변화의 양이 매우 극소해지면서 어느새 디폴트값이 금연으로 바뀌어있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운동을 안 하는게 디폴트값이다. 운동 안 하다가 갑자기 하는 사람으로 대변신하는게 아니다. 늘 디폴트는 운동 안함이다. 거기서 출발이다. 인내심. 오늘 하루만 잠시 몇분간 운동하는 것에서 시작이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어제 안하다가 오늘 하면 칠정이 극에 달한다. 매일 매일 참는 것. 그러다보면 어느새 디폴트가 운동하는 것으로 바뀌어있다.
디폴트값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하루만 참는 것.
아무리 중독이 강해도 하루는 참을 수 있다. 하루도 못 참으면 단위를 낮추기만 하면 된다.
1시간은 참을 수 있을꺼다. 그것도 힘들면 10분...
금연을 하려고 나타나는 환자가 있으면 이렇게 물어보면 된다.
"당신은 금연을 몇시간, 몇분, 며칠 동안 참을 수 있겠습니까?"
3일 정도 참을 수 있다고 하면 3일 동안 참아보고 다시 내원하라고 하면 된다.
그때 다시 위의 질문을 한다.
"당신은 금연을 몇시간, 몇분, 며칠 동안 참을 수 있겠습니까?"
운동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시간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때는 하루에 1분도 시간을 못 내겠느냐?라고 물어보면 된다.
디폴트값으로 돌아가려는 관성을 거스르고 참고 인내하는 것이다.
금연이나 운동을 시작하는것 따위는 하루아침에 뭔가를 천지개벽하듯이 짠!!! 하고 뭔가가 이루어지는, 대단한 결심과 변혁 같은게 아니다. 그 반대다. 지루하게 전혀 티가 안 나는데 보람도 성취도 없이 스트레스만 이빠이 받는 과정. 인간의 [디폴트값]을 서서히 변경시키는 매우 티안나는 힘든 작업이다. 확실한 현실인식과 함께 장기간에 걸쳐 짧은 시계열의 인내심이 누적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디폴트값은 쉽게 안 변하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