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ed Asset
한정된 자산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국내인구 4천만명에 한의사가 3천명이던 시절이 있었다.(물론 그때도 개업자리 없다는 말이 흔했다.) 지금과 비교하면 당시의 한의사는 매우 한정된 자산이다. 1년 개업하면 다음해 소득신고할 즈음에 자신이 개업한 건물을 샀다는 둥 그런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오는 시기.(물론 그때도 망하는 사람은 망했다.) 그런 한정된 한의사가 3만명으로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1/10로 가치가 희석된다. 소득이 10분의 1로 줄어드는게 당연하다.
이건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인데 2000년대 즈음에 한의사 모분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당시 갓 개업한 후배들이 경영의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 20세 정도 연상의(우리보다 15년 정도 먼저 개업한) 선배님이 와서 우리 자리로 와서 술한잔 주시면서 이렇게 위로를 해줬다.
"아이고 후배님들, 너무 걱정마래이. 내가 90년도에 개업했을 때, 첫달에 개업하고 나니까 겨우 천만원 집에 가져갔다. 그래도 용기를 잃지 않고 버티고 운영하다보니 자리 잡더라." (참고로 90년도 국립대 의대 등록금이 70-80만원 정도 할 때임)
강남의 아파트를 사는 것,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사는 것, 공부해서 의대에 진학하는 것은 모두 [동일한 행위]이다. 화폐라는 UN_Limited Asset를 Limited Asset으로 교환하는 것이다.
Limited Asset으로 교환하는 모든 행위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한의대를 졸업해도 마찬가지다. 한의사라는 직종 내에서도 어떻게하면 내가 좀 더 Limited한 레벨의 Asset(사람 몸뚱이도 자산이다)으로 올라가느냐의 전쟁이다. 결국 [부]라는 것은 누가 Limited Asset을 많이 쟁취하느냐의 싸움.
인간의 욕망은 unLimited한데 Asset은 Limited하므로 경쟁이 생기고 경쟁이 있는 곳에서 경쟁력이 생긴다. 이것이 자본주의다. Limite가 없는 Asset, 예를 들면 공기 같은 것으로는 경쟁이 생기지 않는다.
10살짜리 자녀가 아빠한테 용돈 만원 받아서 포켓몬의 희귀 띠부실을 사모으고 있으면 그 자식은 아주 크게 될 놈이다. 칭찬해줘야 한다. 반대로 은행에 저축해서 흔해빠진 장난감(성인의 자동차처럼 감가상각이 심하고 UN_Limited Asset으로 가기 쉬운 류의 장난감)을 사려고 맘먹고 있으면 혼나야 한다.
젊어서 공부를 해야하는 것도 Limited Asset의 쟁취를 위함이다. 나의 노동력조차 Limited Asset이 될 수 있다. 원장님의 레벨이 Limited Asset이라면 '대진의'를 구하기가 어렵다. 한의원의 '대진의'를 구하기 쉽다면 Limited Asset이 아니다. 부모는 결정을 내려야한다. 한정된 화폐의 베팅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정부가 찍어내는(앞으로도 계속 찍어낼) 종이화폐를 아파트에 묻을 것인가? 자식의 Limited Asset 쟁취에 쓸 것인가. 갈수록 후자의 손익비가 떨어진다.
수험생 100만명일때도 의대정원이 3천명이었다.
수험생 30만명 시대에도 의대정원이 3천명이 유지된다면 의대에 진학해서 얻을 수 있는 Limited Asset의 가치는 1/3로 폭락할 수 밖에 없다.
매일 매일 침 놓고 약지어서 종이화폐가 생기면 Limited Asset으로 매일 매일 바꿔나간다. 그게 현명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