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시간

Essays 2022. 7. 1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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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땐 돈이 없고 시간이 많고 나이들면 돈은 있는데 시간이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틀린 말이다.

시간은 언제나 넘쳐난다. 이재용도 24시간, 나도 24시간, 빌게이츠도 24시간. 내가 20대때도 24시간, 40대때도 24시간이 주어진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내 지갑에 24시간이라는 자원이 매일매일 채워지는 마법이다. 하루종일 흥청망청 써제껴도 다음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채워져있다.

이 세상에 시간만큼 공평한 게 있나? 없다. 매일 채워주니 시간의 소중함을 알 수가 없다. 그걸 깨닫는다면 그 자야말로 현자다.

돈은? 공평할까? 돈은 아니다. 문제는 이 돈이라는 놈 때문에 천부적으로 부여받는 시간의 공평함까지 무너지게 된다.

아침 8시 교대역 지하통로에 가보면 좀비처럼 걷는 수천명의 행진을 볼 수 있다. 장관이다. 모두 고개를 숙이고 아무말 없이 영혼이 없는듯 앞만 바라보며 걷는 그들은 자신의 오늘 8시간 남짓되는 시간을 돈과 바꾸기 위해 행진한다. 발걸음은 무겁고 어깨는 쳐지고 눈빛에는 초점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행진이다. 자발적 노비들의 행진. 마치 피를 팔러가는 사람들처럼 자신이 유일하게 보유한 시간을 돈으로 환전하러 가는 길이다. 더 아이러니한 점은 시간을 팔러가는 도중인데도 모두 지하철에서 네모난 가상세계로 들어가서 얼마 남지도 않은 시간을 더 작살내고 있다.

악순환이다. 가난하기 때문에 변두리 주거지와 도심직장까지 이동하는데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고 길바닥에서 시간은 더 작살나는데 대중교통내부에서 딱히 생산적인 일을 할 수가 없으니 드라마나 웹서핑 따위의 행동으로 가뜩이나 부족한 시간을 더 작살낸다.  그에 반해 회장님은 직장 바로 근처에 자택을 마련해두고 기사 딸린 자가용을 타면서 신속하게 이동하며 이동하는 중에도 최대한 편안한 자세에서 효율적인 일을 하는데 쓴다.

아이러니하지만 가난할수록 바쁘고 시간은 더 모자란다. 돈이 많은 사람일수록 시간은 더 많이 갖게 된다. 돈은 언제든지 시간을 아끼는데 투입할 수 있다. 고속버스 타는 대신 비행기를 타니까.

어떤 일을 할때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필요한 건 돈 뿐이다. 시간은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종속변수일 뿐이다. 시간은 돈이 만들어낸다. 그냥 신경 안 쓰면 된다. 결국은 모든 게 돈 문제다. 돈이 많은 사람이 공부할 시간도 많다.

돈문제의 핵심은 현금흐름이다. 얼마나 많이 잘 들어오느냐. 얼마나 효율적으로 나가느냐.

무식할수록 지혜롭지 못하다. 지혜는 지능이나 암기력을 이야기하는 게 아님. 공부를 못해도 겸손함만 있다면 지혜로울 수 있다. 무식함의 베이스에는 스스로의 무식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신념이 자리잡고 있다. 무식할수록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모른다. 신념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느낌>대로 의사결정을 하고 엉뚱한 데 돈을 낭비하면서 시간을 갉아먹는다. 가난의 킬링포인트는 인생의 시간을 갉아먹는다는 점이다.

이런 악순환은 가난할수록 가속화된다. 돈을 써야할 곳은 많고 통장은 빠듯하니까. 신념으로 가득한 무식이 가난과 결합하면 쓸데없는 리스크를 감수하기 십상이다. 얼빵이처럼 엔진오일 교환비용 5만원을 아끼려다가 엔진이 들러붙어서 150만원을 더 지출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무식이 죄다. 무식은 돈을 더 축나게 한다. 무식하면 더 가난해진다. 무식하면 인생의 시간을 엄청나게 갉아먹는다. 무식하면 투자흐름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모르고 만들 수도 없다. 투자를 하지 않는 기업은 비용을 쥐어짜서 흑자를 만든다. 그런 흑자는 질 나쁜 흑자다. 돈 쓰는 법에도 지식이 필요하다. 꼭 써야할 곳에 투자를 해야 영업흐름이 원활하게 돈다.

무언가를 배우는데도 돈이 든다! 우물을 펌프질할때 물을 좀 버려줘야한다. 마중물처럼 돈을 들여 배우고 돈을 더 많이 벌어들이고 돈을 더 효율적으로 투자해서 더 많이 벌어들이고 계속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그게 돈이다. 돈이라는 놈은 계속 돌려야한다.

거기다가 자위의 방어기제까지 작동한다. 시험에 낙방한 수험생일수록 "내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햇는지 알아?"라고 항변하며 가난할수록 "내가 얼마나 바쁘게 정신없이 살았는지 알아?"라는 심리가 깔려 있다. 결과물이 좋지 않을수록 과정을 묘사하는데서 위안을 얻는다. 결과값이 좋은 사람은 과정을 주목하거나 강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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