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기본은 네거티브다. 상대를 쓰러뜨리고 권력을 빼앗는 것. 그러자면 일단 니편 내편 편부터 갈라야한다. 편가르기야말로 정치인의 기본 술기다. 그들은 모든 현상을 2가지로 나눈다. 니 편 아니면 내 편. 부자 아니면 서민. 적군 아니면 아군. 지지자 아니면 반대자. 그러니 정치인은 창의력이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세상은 둘로 나뉘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스펙트럼이 있다. 정치인들은 최대한 갈라치기해서 2가지로 몰아야만 자신에게 이목이 쏠리고 생명연장이 가능하다. 수도이전 찬성해? 반대해? 최저임금 올려 내려? 둘 중에 골라 임마. 이런 갈등을 생산하고 확산시키는 게 정치인들이 주로 하는 일이다.
표를 얻어야 정치인은 생명연장이 되므로, 최대한 자신에게 표가 결집할 수 있도록, 자신이 돋보이도록 최대한 자극적인 이슈를 만들고 끌고 간다. "여러분, 우리동네 사람들이 서울가니까 전부 구두닦고 식모살이합디다. 저를 찍어주셔요. 제가 박살내겠습니다." 뭐? 식모살이? 이슈는 갈등이다. 갈등은 선명해야 한다. 그래서 상대를 최대한 악마화한다. 여기서 아이러니가 나온다. 악당들을 풀어주는 정치인들이 나온다. 악당들이 적당하게 설쳐대야 자신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악당이 죽어버리면 자신에게도 손해다. 악당이 안 나오는 히어로무비를 본 적이 있나?
정치인은 갈등을 해결하는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갈등을 부각시키고 더욱 부채질한다. 조용히 해결해도 될 일을 엄청난 일인것처럼 소란을 피운다.
사실을 왜곡하고 과장하고 대중의 감정을 흥분시켜서 대중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도록한다. 묵묵히 일만 한다는 것은 곧 정치적 죽음으로 다가가는 행위다. 명패도 집어던지고 문도 뻥 차고 자리도 박차고 일어나고 페북에 막말도 쓰고, 기자회견도 하고 소리도 지르고 혈서도 쓰고 단식도 하고 계란도 맞는다. 쇼맨쉽은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다. 샌님들은 쉽게 퇴출당한다.
유능한 정치인이란 기회가 될때마다 불량식품같은 막말을 뱉어낸다. 신사답고 품위있는 정치인이란 곧 퇴출대상 순위다.
정치는 거대한 비지니스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갈등과 이슈를 확대재생산해서 먹고사는 정치비지니스맨들(언론, 유튜버, 페부커)도 번성하고 있다. 알고리즘에 의해 더욱더 번성하게 된 이들은 불량식품과 같아서 혀에서는 달콤하지만 삼키면 미원을 들이킨 좀비처럼 기분이 찝찝해진다.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갈등의 파도에 휩쓸리지 말라. 그들이 획책하는 편가르기에 동의하지마라.
정치인은 연기자들이다. 세상을 단순화시키고 뭔가 큰 일이 일어난 것처럼 갈등(빈부,지역,남녀,세대 등등의 아이템)을 만들어내고 감정을 오바해서 표현하고 액션이 크다. 차분하고 조용하면 정치인으로 성공할 수 없다. 명패를 집어던지고 소리를 질러야 사람들이 봐준다. 연기자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말과 행동은 실체와는 다르다. 연기자들처럼 그들은 이미지를 생산해서 그걸로 먹고사는 직업이다. 연예인이랑 비슷한 업종이다.
지방소멸 문제를 끄집어내서 지방민들을 흥분시키고 표를 받아내면서 자신은 강남에 아파트를 사는 사람이 정치인이다. 그게 그들의 본 모습이다.
정치인들이 만들어내는 갈등은 뭔가 굉장하고 중요한 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팩트를 따져보면 과장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슈의 파도속에서 귀기울이고 공감하고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대단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된다. 현실에서 별볼일 없는 사람일수록 그런 갈등과 이슈를 소비하는데 시간을 쓴다. 나의 현실은 시궁창이지만 내 입에서 나오는 주제들은 상류층같다. "이번에 김장관말이야. 태도가 불순해. 거 대통령 말이야. 맘에 안들어." 자신이 대단한 사람처럼 보인다. 장관을 아랫집 아저씨처럼 하대하지만 실제로 현실에서 대통령이나 장관을 만나면 얼어버릴 사람이 태반이다.
칠곡군 기산면에서 참외농사 짓는 할배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0.25% 올려야하냐 0.5% 올려야하냐? 주식양도소득세를 30% 내려야하느냐 말아야하느냐. 북한에 북송한 어민을 적법절차에 따라서 했느냐 안 했느냐, 경찰국을 설치해야하느냐 말아야하느냐 이슈와 갈등에 참전한다. 뭔가 내가 멋지고 대단한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참외농사가 별볼일 없고 시간이 많을수록 더욱 흥분해서 참전한다. 참외농사 할일이 많고 돈을 많이 벌고 바쁘면 참전할 수가 없다.
한달 동안 정치뉴스를 안 보고 살아봐라.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을 모두 비행기에 태워서 태평양 바다에 쳐박아봐라.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공장이 문닫을까, 군대가 해산될까, 도둑놈들이 활개를 칠까, 경제가 무너질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집안에서 어떤 물건을 내다버렸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 물건은 쓰레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