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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박사님에게 :

저는 이번에 4수를 하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이번에 의대나 약대 같은 의약학 계열로 진학하고자 공부 중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소아들을 치료해주고 싶습니다. 그게 제 적성인 것 같아요. 의약학계열이 회사원보다는 안정적일 것 같고 미래가 밝아보이는데 제 생각이 맞을까요? <역삼동에서 해리>

 

해리 학생에게 :

보통 학생들이 의약학이라고 대충 뭉뚱그려서 생각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안돼요. 회사마다 비지니스 모델이 있듯이 모든 직업에도 비지니스 모델, 즉 그 직업의 <본질>이 있어요. 본질. 본질. 그 본질을 잘 생각해봐야해요. 의사와 약사가 비슷한 비지니스 모델인가요? 아니에요. 완전히 극과 극으로 다른. 완전히 180도 다른 직업군이에요. 절대 비슷한 직종이 아닙니다. 직업의 본질을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약국에 갈때 '약'이라는 간판만 보고 가죠. 시장약국, 광장약국, 중앙약국, 개풍약국 이런 앞에 붙은 개풍, 중앙, 광장 이런 식별명은 의미가 있나요? 그냥 병원에서 나와서 아래층에 빨간 십자가만 있으면 들어가요. 약사님이 이전하면 그 약국으로 단골을 옮기나요? 아니죠. 그냥 편의점처럼 병원 밑에 있으면 아무 생각없이 들어가는 거에요. 간판에 뭐라고 적혀있든 약국장이 누구건 그런건 아무 상관없어요. 그럼 이 직업의 본질은 뭔가요? <유통업>입니다. 약사는 의사와 가까운게 아니라 편의점 사장과 가까운 직업이에요. 이런 유통업에서 제일 중요한게 뭐에요? 목이에요. 즉 자리. 좋은 자리에 들어가면 돼요. 좋은 자리는? 흔하지 않고 권리금이 비싸다. 그래서 대규모 자본이 필요합니다. 엄마 아부지가 개털이면? 절대 약대 가면 안되죠. 그러면 페이약사만 하다가 끝나는 수가 있어요. 내 꿈이 페이약사다 그러면 가도 되죠.

그럼 의사는 어떤 직업적 본질이 있을까요? 의사는 서비스업이에요.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원장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죠. 그래서 "어디 잘 하는 의사 없냐?"라고 주변 지인에게 수소문해서 지인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개런티하려는 시도가 생기죠. 몸을 쓴다는 측면에서 의사는 목수랑 똑같아요. 손을 쓰거나 입을 털거나 둘 중 하나에요. 직업적 본질이 노가다와 매우 흡사해요. 쉬면 월급 안 나와요. 몸살나면 큰일 나요. 그리고 겉으로 보기엔 그냥 목수 같지만 실력이 천차만별이에요. 서비스업의 특징이에요. 라면 한그릇을 서빙해도 기분나쁘게 줄 수가 있는게 서비스업의 특징이에요. 사람들은 그냥 목수라고 채용하는게 아니라 잘하는 목수, 솜씨좋은 목수를 <잘하는 의사>를 찾아요. 트러블을 해결해준다는 측면에서 해결사 즉 변호사와 의사는 매우 흡사한 직종이에요. 다만 차이가 있다면 변호사는 몸 바깥쪽의 트러블을 해결하고 의사는 몸 안쪽의 트러블을 해결하죠. 하지만 그냥 환자나 의뢰인이 넋놓고 다 맡겨버리면? 망해요. 의뢰인이나 환자는 의사나 변호사에게 협조해야돼요. 변호사에게 자료도 찾아서 갖다줘야하고 의사 티칭을 잘 따라야죠. 그래야 일이 되죠. 그래서 카리스마와 리더쉽이 필요한 직업이에요. '내가 낸데'라는 마인드죠. 갑질이라고도 해요. 갑질을 하는만큼 실력으로 환자에게 보답을 해야해요. 끌고가면 골인시켜줘야죠. 두루두루 박식하고 둥글둥글하고 평범한 사람보다는 국한된 영역에 광적인 관심을 갖고 자신만의 좁은 영역에 특출한 실력을 가진 사람이 의사, 변호사, 목수에서 성공해요. 곤조가 있어야해요. 어떤 한의사가 하루에 15시간을 오직 다이어트 한약처방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이길 수 있을 것 같나요? 그리고 노가다 서비스업은 몸뚱아리 관리를 잘해야해요. 몸관리 잘못해서(익스트림 스포츠 좋아하는거 포함) 사망하면 가족이 거리로 나앉는 수가 생겨요.

어때요? 이제 약사와 의사가 비슷해보이나요? 모든 직업엔 본질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적성에 관해서 한마디 붙일께요.

본인이 소아를 좋아한다고 했죠? 좋아하면 그냥 건강한 배우자 만나서 애 많이 낳고 주말에 애들이랑 자주 노세요. 아이를 좋아하는게 당신 적성이 아닙니다. 적성이란. 그 직업을 <잘> 해내는 거에요. 좋아하는거랑 아무 상관없어요. 낚시하는거 지긋지긋한데 낚시를 잘하면 어부가 되는거에요. 낚시를 <좋아한다>고 해서 어부가 될 필요도. 될 수도 없어요. 아버지가 어부인데 배도 한척 있고 면허권도 있고 배자리도 있고, 어릴때부터 아부지 일 도와서 <트레이닝>도 잘 받았으면 어부가 되는거에요. 적성보다 중요한게 트레이닝이에요. 아무리 똥손이라도 쌍꺼풀 5천개 째면 잘 하게 돼 있어요. 근데 2천개만 쨌는데도 너무 잘한다면? 그게 손재주가 있는거고 적성이 맞는거에요. 좋아하고 싫어하고 문제가 아니에요.

아빠 저는 노래를 좋아하는데, 가수가 될래요? 하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그런건 적성이 아니에요. 노래 좋아하면 주말에 노래방 가세요.<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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