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박사님께 :
저는 33세 간호학과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제 학교 동기들은 이제 20대 초반인데 저 혼자 30대라서 제가 잘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주변에서 왜 시집 안 가냐? 그렇게 늦게 학교 가서 어떻게 하느냐? 등등 제 인생의 속도가 남들에 비해 뒤쳐지고 낙오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이게 잘 하고 있는건지 혼란스럽고 힘듭니다. 가끔 지인들이 제 나이 가지고 옆에서 한마디씩 참견할때마다 상처가 되고 화가 납니다.<서울에서 캐롤>
캐롤에게 :
한가지 물어봅시다. 손예진한테 "너 진짜 못생겼어."라고 이야기하면 손예진이 상처받나요? 웃나요?
웃죠. 왜 웃을까요? 웃긴 이야기니깐요. 손예진은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하니까 상처받지 않아요. 그런데 진짜 못생기고 뚱뚱한 애한테 "너 왜 그렇게 뚱뚱하고 못생겼니? 시집이나 가겠니?"라고 이야기하면 상처받죠.
그 상처는 누가 줬나요? 뚱뚱하다고 말한 사람이 줬나요?
천만에. 그 상처는 그 뚱뚱한 여자 스스로가 스스로를 찌른 거에요. 악플이라는 <칼>은 남이 만들지만 그걸 주워서 찌르는 건 스스로 하는 거에요. 잘 생각해보세요. 아무리 누군가가 나쁜말을 해도 내가 그 말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 없는 공허한 <웃긴 말>이 될 뿐이지만, 내가 그 말을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칼로 변하는 거에요. 33살에 간호학과 다니는게 늦은 것 같나요? 늦지 않은 것 같나요? 본인 생각을 이야기해보세요. 늦었어요? 안 늦었어요? 본인이 스트레스 받는 이유는 본인 스스로부터 이미 33세에 간호학생은 늦은 것이다. 그말이 맞다고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결국 말은 주변에서 하지만 그 말의 내용을 본인이 인정하고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니까 고통스러운 겁니다. 고통의 뿌리는 스스로가 그 사실을 팩트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출발합니다. 주변에 비해서 통계적으로는 늦은게 맞아요. 늦죠. 남들 다 결혼하고 애 낳을 나이에 대학생이니까 늦은게 맞지. 팩트로 맞는건 맞다고 받아들여야죠. 아닌가요? 팩트는 무조건 인정하고 받아들이세요. 팩트 맞잖아요! 늦은 건 "통계적으로" 사실이고 팩트니까 흔쾌히 인정하되, 그 팩트에 대한 <평가> 즉 잘못된거야. 잘못될꺼야. 등등의 <평가>는 거부하세요. 누구나 어떤 팩트건 간에 <그럴만한 이유>가 숨어 있어요. 각자 나름의 사유가 있기 때문에 함부로 틀리거나 잘못된 것, 오답이라고 섣불리 판단해선 안돼요.
이런 건 정답 오답의 문제가 아닐 뿐더러 설사 모범답안이라는 게 있더라도 그에 대한 <평가>의 주체는 다양한 원인을 고려해서 본인 스스로 해야한다는 게 핵심이에요.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 그래, 나 늦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런 자세가 필요하죠.
팩트는 인정하되, 평가는 거부하세요. 33살도 늦은거 아니야. 100세 시대인데 젊은거야라고 위로하는 놈이 있으면 그 놈은 멀리 하세요. 달콤한 말로 팩트를 거부하라고 부추기는 놈이 가장 나쁩니다. 뭐가 안 늦어요? 또래에 비해서 늦은 게 맞아요. 늦은거는 사실이야. 팩트야!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 하기에는 서둘러야하는게 맞아요.팩트를 부정하라고 조언하는 놈은 사기꾼이에요.
결혼 안해도 돼. 애 없어도 행복할 수 있어라고 이야기하는 놈도 멀리하세요. 대부분이 결혼하고 애기 낳고 사는데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어요. 물론 고등학교 안 가고 중학교만 졸업해도 돈 잘 벌고 행복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필요조건, 충분조건을 혼동하면 안돼요. 중졸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이 중졸이면 행복해진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무엇보다 대부분이 사람이 특정행동을 하고 있다면 <거기에는 필시 무슨 합리적인 이유>가 숨어 있어요. 사람들이 여름휴가로 울릉도 안 가고 제주도 가는 <합리적인 숨은 이유>가 있다니깐요. 그걸 의도적으로 무시하지 마세요. 오히려 호기심과 상상력을 발동해서 더 알아내려고 노력해야지.
혹시 본인 스스로 33세의 대학생은 오답이야, 내 인생은 이제 틀려먹었어!라고 자책하고 평가하고 있는건 아닌지 돌아보세요. 본인이 뒤쳐진건 팩트로 맞지만 그것에 대한 평가는 각자 다를 수 있어요. 스스로가 평가하고 인정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그 칼로 본인을 찌를 수 없어요. 참고로 주단계는 44살에 한의대 입학했어요.<bk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