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명문대 법대를 나온 승훈이는 판사생활 하다가 지금은 고향에 내려와 변호사 사무실을 크게 운영하고 있다. 당연히 집안의 자랑, 지역의 자랑이다. 

누구나 좋아할만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 특히 서민들이 더 좋아할만한 이야기.

가난한 집에 태어나 홀어머니가 시장 좌판에서 채소장사를 하며 겨우겨우 키웠다. 등록금도 겨우 낼 정도의 살림이었지만 00고 수석입학 수석졸업에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대 법대 입학까지.

성공한 천재변호사로 승승장구하던 즈음 지방자치 시대가 열렸다.

"시민 여러분 이제는 시장으로 봉사하고 싶습니다."

 

경쟁자는 없었다. 단연 지역내 공천 1순위다. 승훈이보다 매력적인 스토리를 가진 후보는 없었다.

홀어머니, 00고등학교, 00대 법대, 판사, 넉넉한 외모

이대로 가면 낙승이 확실하다.

그때까지도 어머니는 계속 채소장사를 했다.

"내가 우리 아들 위해서 채소 장사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 이거 다 팔면 3만원은 되는데, 3만원이면 내가 우리아들한테 생활비 안 타 써도 된다. 나는 자식한테 손 안 벌리고 절대로 생활비 안 타쓸거다. 나는 자식들한테 짐 안 되는 그런 엄마가 될꺼다. 니는 내 걱정하지말고 니는 선거운동이나 열심히 해라."

새벽 5시부터 길바닥에 앉아 하루종일 지나가는 사람들을 부르며 채소를 팔았다.

선거때가 다가오자 슬슬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아이고 금마 그거 지는 변호사라고 떵떵거리고 사는데 즈그 엄마는 시장 바닥에 배추장사 시키더라. 천하의 호로자슥. 즈그엄마가 지를 우째 키워줬는데. 그런 놈이 무슨 시장이고."

"내가 그 할마씨 새벽 5시에 맨바닥에 앉아서 채소 파는거 봤다니까. 진짜더라니까. 밥도 그냥 김치 하나에 물말아갖고 묵더라. 지는 맨날 골프치러 다니고 시장하다고 유세지기고 다니는데 즈그 엄마는 아직도 시장바닥에 내팽겨쳐놓고 아이고 우째 이런 썩을 놈이 시장후보로 나왔노. "

 

어머니는 누구를 위하여 채소를 파는가?

가족을 위한다는 것이 정말 그 가족을 위하는 건가?

어머니만의 메타버스에 사는 것은 아닌가?

한달에 3천만원 버는 변호사의 어머니가 하루종일 좌판에 앉아서 한달에 50만원 버는 걸 아들이 원할까?

누구를 위한 것인가?

대화와 이해, 소통, 교류가 없는 고집 쎈 가족 사이에 흔하게 일어나는 참사다. 서로 딴 생각하며 자신만의 메타버스 안에서 '이게 다 너를 위한 거야'라며 착각하며 산다.

반응형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