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이란 무엇인가

Essays 2022. 12. 16.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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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내부에 룸이 있다. 무언가 받아들이려면 내가 여유가 있어야한다. 당장 내코가 석자인데 들어올 공간이 없다. 그게 남의 생각이든 악플이든, 어떤 사람의 행동이든, 내가 처한 상황이나 사건이든, 인간관계든 나에게 일어난 것들을 받아들이려면 room이 있어야한다. 룸이 없으면 못 받아들인다. 미리 룸을 만들어놔야한다.

사람이 한번 갔다오면 룸이 넓어진다. 철원에서 영하 30도의 추위를 한번 경험한 사람은 부산에서 영하 10도에 아무렇지도 않다. 하루에 환자 150명까지 찍어본 원장은 한번 갔다 왔기 때문에 80명 90명이 몰려와도 아무렇지도 않다.

호연지기라는 게 별게 아니다. 큰 바다, 큰 산 큰 세상을 보고나면 내 안에 그만큼 룸이 생긴다. 산전수전의 다른 말이 호연지기다. 여행을 많이 다녀도 룸이 생긴다.

문제는 포시랍게 자란 경우다. 크게 쳐박은 적이 없기 때문에 작은 터뷸런스에도 크게 흔들린다.

내가 장사를 하겠다. 자영업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그것은 내가 '굉장히 다양한 특징을 가진' 사람을 만나겠다는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내 마음 속에 룸을 아주 크게 만들어두고 장사를 시작해야 한다. 내가 학교, 교회나 회사에 나가서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겠다고 맘먹으면 그때도 역시 내 맘 속에 룸을 크게 만들어놓고 각오를 해야한다. 세상에는 양들만 사는게 아니라 늑대, 여우, 오소리, 기린, 고라니, 사자 등등 다양한 인간들이 존재한다.

개를 15년 키우면 미리미리 룸을 만들어놔야한다. 건강하게 별 탈 없이 15년간 키운 첫번째 개가 죽었을때 견주는 큰 충격을 받는다. 룸이 없기 때문이다. 룸이 없으면 룸이 넓어지는 과정에서 인체는 격렬한 불편함. 즉 감정이 생긴다. 미리 룸이 만들어져 있으면 <감정>이 안 생긴다. 딱 맞게 그 사건이 내 안에 들어온다. 내가 <그것>을 품어내는 것이다. 룸이 안 생긴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쾅 하고 닥치면 다 받아들일 수가 없다. 못 받아들인 부피만큼 감정이 격렬하게 생긴다.

슬픔, 분노, 우울, 불안, 초조.

이런 칠정병은 여성에게 많다. 남자보다 룸이 작다. 남자들은 어릴때부터 큰 나무처럼 룸을 키울 것을 요구받는다.

"남자가 말이야. 쪼잔하게. 남자가 말이야. 통이 좀 커야지. 남자가 말이야 큰 나무처럼 속이 깊어야지."

내가 어떤 '것'을 받아들였다는 뜻은 그것을 떠올릴때 더이상 <감정>이 안 생기는 단계이다.

악플이든 사건이든 인간은 자기 주변에 발생한 모든 건 다 받아들일 수 있다. 문제는 룸이 얼마나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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