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지키기

Essays 2003. 8. 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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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사, 특히 부원장은 프로야구 선수와 같아서 자기 연봉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

작년 가을 즈음에 모모처에서 근무할 때, 처음 들어갈 때 협상을 잘해서 상당히 호조건에서 근무하게 됐다.

그런데 그 다음달 즈음해서 원장이 와서 월급이 다른 곳보다 많은 것 같아서 조금 깎으면 어떠냐는 재협상을 제안해왔다.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였단말인가.
(물론 갓 졸업한 학생이라면 어리버리해서 넘어가겠지만, 나같이 자존심 센 인간에게 이런 수작이 통할 것인가.)

원장이 처음에 월급을 깎으려고 하다가 내가 거부하자 토요일에도 나와서 근무하란다.
이런 걸 두고 학술용어로 조삼모사라고 한다.

나는 죽어도 일당 25 밑으로는 일 못하고 토요일 근무도 못하겠으니. 정 돈 아까우면 내가 나 대신 일할 사람 구해주고 나가겠다고 통보했다.
그리고 원장님이 보기에는 내 조건이 좋은 것 같지만, 실제로 보는 환자수에 따져보면 내 조건이 좋은 게 아니다. 나도 이런 직장에서 기분나쁘게 월급 깎이면서 일하기는 싫다.고 한마디 더 해주고.

사흘간이 신경전 끝에 드디어 결말이 났다.
월급문제는 없었던 일로. 앞으로 7개월 이상은 열심히 봐주기로하고 흐지부지돼버렸다.

그럴수 밖에 없다. 나같은 성실한 놈 구하기도 힘드니까.
의사바뀌면 서로 골치아파진다. 환자도 떨어지고..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리지.
내가 좀 만만해 보여서 그냥 한번 찔러 봤나보다.

내가 공돈을 먹는 것도 아니요. 내 몸 부셔져라 일해서 버는 내 몸값인데.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나.

결론;
1. 월급쟁이 고마해라. 빨리 개원하자. 드러워서 원.
2. 내 몸값은 내가 지키자.


자기는 에쿠스 타고 다니면서 부원장 월급 50만원이라도 더 깎으려고 달려드는 인간들을 보면 참으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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