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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누군가 나에게 무심코 했던 말이 맘 속에 콱 박혀서 몇년, 몇십년 이상 여운을 남기는 경우가 있다.

평생 이코노미 타다가 어쩌다가 비지니스를 한번 타게 되면 그때 나눠준 슬리퍼 색깔까지 기억이 난다. 언제 어디서 탔는지 얼마의 추가금을 더 내고 어떤 경위로 비지니스를 타게 됐는지 그때 느낌이 어땠는지 수년이 지나도 생생하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하지만 매일 비지니스를 타고 다니면 여운은커녕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하루 밥 3끼 먹었다고 맘 속에 막 감동이 남고 기억이 남지 않는 것처럼.

"어머, 너무 예쁘시다."라는 말이 내 마음 속에 콱 박혀서 여운을 남기면 그건 내가 안 예쁘기 때문이다.

한의대 수업 중에 <한약의 위대함>에 대해서 설파하는 교수님들이 많이 있을 거다. 아직도.

"야! 한약이 얼마나 대단한 줄 아느냐. 내가 이런 이런 어려운 환자를 양방에서도 다 포기했는데 어떤 처방으로 말야 ! 딱! 정말 기가 막히더라!"

이 말을 듣고 마음 속에 콱 박혀서 한약은 대단하구나! 라는 여운이 남는다면 그건 한약이 실제로는 대단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인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키가 187~88을 왔다갔다한다. 친구들이나 지인을 오랜만에 만나거나 진료실에서 내가 일어서면 키 이야기부터 하는 경우가 많다.

"워, 니 키가 더 큰 것 같다."  "키 얼마냐"  "오, 원장님 키 크시네요?"

근데 나는 내 키에 대해서 유치원때부터 수백번은 이런 류의 말을 듣고 자랐기 때문에 여운이 전혀 없다. 아예 대꾸도 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 감흥이 없는데 뭐라고 대꾸하냐. 할 말이 없다. 당연한건데? 뭐라고 말해야하지? 키 이야기가 맘 속에 콱 박히지도 않는다. 이건 마치 "원장님 눈이 2개 있으시네요."랑 같은 말이다. 당연한건데 뭐라고 반응해야하지?

진짜 예쁜 여자들은 예쁘다는 말을 어린이집 다닐때부터 듣게 된다. 엄청나게 자주 듣기 때문에 맘속에 박혀서 여운을 남기지 않는다.

 

누가 너의 외모칭찬(송혜교 닮았다, 이병헌 닮았다)을 했던 기억에 맘 속에 박혀서 여운을 남겼다면(누가 그 말을 해줬는지 기억이 생생하다면) 그건 네가 못 생겼기 때문이다<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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