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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박사님. 저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하다가 포기하고 귀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공도 적성에 안 맞는 것 같고 수업도 못 따라가고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가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박사를 못 따고 백수가 된다는 건 상상도 못한 일인데 이대로 한국 가면 실패자가 되는건데 주변사람들에게 창피하고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괴롭습니다.  - 아틀란타에서 캐롤 드림

 

- 안녕. 캐롤. 내 인생의 대부분을 투자한 부분에서 실패를 맛보았으니 그 절망감은 매우 크고 정신이 없을 거에요. 본인이 지금 신랑도 없고, 애도 없고 직업도 없고 집도 없고 차도 없는데 아무것도 없는데 내 인생의 전부였던 학업 커리어가 망가졌으니 아마 인생의 대부분을 잃어버린 기분이 들 겁니다. 그건 진짜 캐롤이 알거지라서 그래요. 원래 그 나이대에는 대부분 가진 게 없어요. 그런 절망의 감정이 드는건 당연한 겁니다.

이제 귀국해서 친구들이나 가족을 만나면 많은 위로를 받을 겁니다. 그 위로 중에서 달콤한 뱀의 혀처럼 속삭이는 사람들을 조심하세요. 그들은 아마 이렇게 말할 겁니다. "너 실패한 거 아니냐. 너 충분히 훌륭해. 잘했어. 괜찮아. 힘내."

미국에서 실패한 게 아니라고 현실을 비틀고 왜곡하는 사람을 조심하세요. 싸구려 콜라팔이들이에요. 콜라는 목구멍에 넘어갈 때는 시원하지만 뱃속에 들어가면 배가 아파요. 내가 들었을 때 귀에 팍 꽂히는 거 그게 콜라에요. "네 잘못 아니야. 넌 최선을 다한거고, 세상이 불공평한거야. 너는 억울한거야. 힘내." 이런 콜라팔이들을 멀리하세요. 팩트는 <유학은 실패>한 게 맞아요. 그건 실패가 맞아요. 인생이 실패한 건 아니지만 <미국 유학>에 국한해서 보자면 실패한 게 맞아요. 그걸 인정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본인이 실패한 부분이 있다면 운이든 실력이든 정확히 어느 영역에서 실패했는지를 국한해서 내가 그 <영역>에서 실패했음을 인정하세요.

성공도 마찬가지에요. 캐롤이 수능 상위 0.05% 안에 들었다고 가정해봐요. 아마 <나는 인생에서 성공했다>라는 마음이 들거에요. 눈에 보이는게 없죠. 세상에서 내가 제일 똑똑한 것 같고 뭐든지 다 잘될 것 같고, 아무 걱정도 없고, 발가락으로 아무데나 원서 써도 다 들어갈 수 있다는 돈도 많이 벌 것 같은 자신감. 취업도 자동으로 잘 될 것이고, 결혼도 엄청 좋은 배우자를 만날 것 같고 인생이 술술 풀릴 것 같은 느낌. 그게 착각이에요. 성공이든 실패든 정확한 바운더리를 국한할 필요가 있어요. 0.05% 받았다고 해도 인생의 모든 분야에서 성공한게 아니고 <수능에서만 성공>한 거에요. 그걸 착각하면 안돼요.

본인은 유학에서는 실패했다는 사실부터 완전히 받아들이고(친구들 모임에 나가면 '나 미국에서 유학 실패하고 돌아왔잖아. 지금은 백수야.'라고 자기소개를 하세요. 그렇게 소개할수록 오히려 더 빨리 실패와 멀어질 수 있어요.) 이건 인생의 매듭을 짓는 행위에요. 매듭을 짓고 앞으로 나아가야해요. 오케이! 인정인정! 내가 실력이 없었고 운이 나빴다. 오케이! 나 유학은 실패했어! 그 다음에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면 됩니다. 이건 마치 야구 2회말에 쓰리런 홈런 두들겨맞고 2-3으로 끌려가는 것과 같아요. 아직 7이닝이 남아 있어요. 2회말에는 망했다는 건 인정해야지. 홈런 맞은게 엄연한 사실인데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죠. 기가막힌 공을 던져도 운없이 홈런맞을 수 있어요. 그걸 남탓하거나 책임을 회피할 필요 없어요. 누군가 나에게 "실패 아니야"라고(응, 그거 홈런 아니야) 말한다고 그 달콤함에 넘어가서 오판하면 안 돼요. 비관과 낙관은 둘다 오줄없이 사는 거에요.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면 9회말까지 게임을 계속 해요. 땅볼이라도 전력질주하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하세요. 뭐든지 끝까지 해봐야 실패에 승복하기 쉬워요. 실력이 안 돼서 지는 건 자연의 순리니깐요. 순리대로 사세요.<bk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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