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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한 이후 표지판이 정비되었다. 여기 나와있는대로 시간계산하면 안 되고 만약 3시간 걸린다고 나와 있으면 숙련자의 경우이므로 최소한 15%는 시간을 더 잡아야 한다.)

 

지난 29일 오전 11시 김씨가 아버지와 함께 팔공산 산행을 나섰다.

출발점은 부인사에서 마당재를 올라 톱날능선을 지나 서봉에서 수태골로 내려오는 루트를 잡았으나 능선에 올라서자 군위쪽 사면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고 암릉구간은 모두 눈이 얼어있었다.

겨울 산행에 고글 안 가져가면 귀가해서 "어? 얼굴이 왜 이리 따갑지?"
암릉길은 눈이 얼어 위험하고 우회로는 눈이 덮여 있어 찾을 수 없다.

팔공산 상고대 정말 멋지다.

톱날능선을 지나서 바로 만난 암릉구간(아주 좁은 사다리가 3미터 쯤 놓여있는 큰 바위틈: 유튜브에서 찾은 위 사진 비슷함)에 올라봤으나 암릉길이 보이지 않았고 북쪽 사면(군위쪽)으로 내려가 우회로를 찾아보았으나 눈이 완전히 덮혀 있어 우회로를 찾을 수가 없었다.사다리암릉에서 길을 못 찾아 왔던 길로 다시 돌아내려가기로 결정.

자칫 어정거리다가 능선구간에 갇혀서 오도가도 못하는 수가 있다. 암릉 바위 틈 사다리를 2번이나 올라가봤는데 초행이라 길이 보이지 않고 바위는 얼어 있고 시간은 이미 2시 40분경을 지나 이 상태로 눈덮힌 암릉구간을 돌파해서 서봉까지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올라온 길 그대로 다시 내려왔다. 이날 일몰시간은 5시 20분. 일몰직전에 부인사로 무사히 내려옴.

결론 : 겨울에는 팔공산 암릉코스 타지 말자.

 

위의 연두색지점까지 갔다가 그대로 돌아왔다.

 

이날 약 6시간의 산행. 등산 3시간반 + 하산 2시간반

1시간당 상승고도 250m, 점심식사 시간 20분

 

<겨울철 조난을 안 당하는 법>

1. 네이버에 당일 일몰시간을 조사한다.

2. 등산 기점과 출발 시간을 정한다.

3. 일몰시간 전까지 하산하는 것을 목표로 총 산행시간을 정한다. 예를 들어 6시간 안에 돌아와야한다고 치자.

4. 등산/하산 시간을 나눈다. 보통 6:4로 나누면 된다. (하산시간이 더 짧다.) 예시: 등산은 3시간반 할 수 있다.

5. 점심시간을 고려한다. 예시: 3시간만 등산할 수 있다.

그러면 오직 등산에만 쓸 수 있는 순수등산시간이 나온다.

이 시간을 잊어먹으면 안된다. 등산시작 후 <예시: 3시간으로 계산됐으면> 3시간 지나면 반드시 하산을 시작해야 한다.

거기에 본인이 시간당 올릴 수 있는 고도를 대입한다. 김씨의 경우 경치구경하며 쉬엄쉬엄 오를때 250미터로 잡는다.

다음지도를 켜서 등고선 갯수를 세어서 해발 몇미터까지 진행이 가능한지 계산해본다. (예시: 3시간이므로 750미터 올리고 내려와야한다.) 그러면 어떤 지점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지도에 표기할 수 있다.

등고선 외에 고려해야할 점 : 팔공산능선이나 공룡능선처럼 지도에는 평지를 걸어가는듯이 보이는 능선길도 막상 올라보면 몇미터씩 오르막 내리막이 있고 특히 팔공산처럼 바위 암릉으로 된 곳은 바위를 기어오르면 몇 배로 체력이 더 소모된다. 거기에 오늘처럼 겨울인데 눈까지 덮여있다면 시간은 더욱 지체된다. 다음지도에 나와있는 시간 절대로 믿지마라!!! 5분 적혀있는 거리를 실제로 가보면 암릉천지여서 30분 걸리기도 한다. (실제로 다음지도에 팔공산 가마바위부터 서봉까지 33분 걸린다고 나오는데 이거 표기한 놈 데려다가 33분만에 주파가능한지 시켜보고 싶다.)

길이 조금만 이상한 낌새가 들면 바로 gps를 확인한다. 산세를 추정해서 목적지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냉정하게 판단을 내려야 한다. 여러명이 갔다면 가장 등산경험이 많은 사람을 뽑아 리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다수결 민주주의 하면 안된다. 냉정하게 결단을 빨리 내려야한다.

조난은 바보라서 당하는 게 아니다.  겨울철에 시간계산을 잘못하면 조난당한다. 특히 초행길이면 더욱 조심하자. 눈이 덮여있고 등산로가 안 보이면 길을 찾아서 여기 갔다가 저 바위로 갔다가 반대쪽 사면으로 갔다가 하면서 체력이 급속하게 소모된다. 그러다가 깬또찍어서 한 방향으로 하산하다가 어?? 길이 아니네? 그러면 다시 왔던길로 위로 올라가야하고 체력이 더 급속하게 소모되고 마음은 더욱 초조하게 된다. 시계를 보니 일몰시간이 점점 다가오는데, 길을 못 찾으면 제 시간에 내려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점점 더 초조해지고 같이 간 동행이 불안해하면 나도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초행길에 눈덮힌 등산로를 찾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진정이 안되고 길을 더 빨리 찾아야한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헤집으며 다니면 오르락 내리락만 반복하다가 점점 다리에 힘이 풀린다.(탈진이 아니다. 정신적인 패닉이다.) 그러다가 일몰을 맞고 기온이 급속도로 하강하면서 주위가 완전히 깜깜해지면 조난구조 전화를 해야하는데 보통 깊숙한 산악지역에는 전화가 안 터지는 경우가 많다. (팔공산도 마당재 아래 남사면은 아예 전화가 안 터진다.) 대낮에도 길을 못 찾는데 야간에 어떻게 길을 찾는가. 미칠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리는데 다리에 힘이 없다. 탈진한 거다. 먹을 것도 거의 떨어지고 랜턴이 없으면 완전 암흑이기 때문에 거의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인다.  왔던 길이라도 돌아가려고 길찾아 헤매다가 체력이 점점 고갈되어 운행을 멈추게 되고 배낭에 있는 모든 걸 다 꺼내입어도 체온을 보존할 수 없으면 저체온증에 의식을 잃고 사망하게 된다.

이 모든 게 시간계산을 잘 못해서. 산수를 잘 못해서 생기는 일이다.

예시 : 일몰이 오후 5시인데 산행출발시간이 정오라면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은 <5시간>이다. 그러면 오후 3시가 되는 순간 방향을 바꿔 하산하는데 2시간을 써야 한다.

 

해발 1000m 이상되는 겨울산행에 조난을 대비해 꼭 가져가야할 물건들. 아예 출발부터 조난당한다고 생각하고 물품을 챙기는게 좋아!! (발 삐었는데 전화 안 터지면 그날 산에서 밤새야 한다)

: 김장비닐이나 비닐쉘터, 헤드랜턴, 맥가이버칼(톱있는거), 라이타, 여분의 과자

(겨울산에 고립되면 갖고 있는 모든 걸 다 태우고 밤새 안 자고 버틴다는 각오로 라이타를 가져간다.)

 

 

그리고 산마다 궁합이 맞는 계절이 있다.

한라산 : 겨울이다.

소백산 : 겨울이다

태백산 : 겨울이다

월악산 : 여름이다

팔공산 : 여름이다

주왕산 : 가을이다

신불산 : 가을이다

지리산 :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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