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천안에 사는 고등학생 이블린입니다. 저희 부모님은 어릴 때 이혼하셨는데 그것 때문에 살면서 열등감이 심합니다.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고 부모님 이야기만 나오면 위축이 됩니다. 어떻게 극복할까요?
- 이블린 학생이 무슨 마음인지 알겠어요. 지금은 어떤 상황이냐면 다른 집들은 다 곤로 있는데 우리집만 곤로가 없는 상태에요. 부모가 이혼하는게 좋아요 안 하는게 좋아요? 당연히 안 하는게 좋죠. 이혼가정이라도 아무 문제 없고 흠 될 것 없다고 하는 사람을 조심하세요. 진짜 흠이 아니라면 그런 용례조차 안 생기니깐요. 이혼 안 하면 좋지만 이미 이혼해버렸어. 아이, 참 이거 어쩔 수 없다. 내가 내 인생에서 <특정한 그 부분의 핸디캡>은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물론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나만 왜 이혼가정이야. 그렇지만 그 부당함까지도 다 받아들이겠다는 맘가짐이 있어야해요. 그래야 다음 스텝이 가능해요. 자, 본인이 이혼가정이라는 핸디캡이 있어요. 그게 대학입시에 영향을 주나요? 취직할 때 영향을 주나요? 친구 사귈때 "야, 너는 이혼가정이라서 너랑 친구 못하겠다." 그런 친구 있나요? 없죠. 사회생활하는데 아무 지장없어요. 단, 나중에 결혼할 때 상견례자리에서 상대 부모가 그걸 핸디캡으로 걸고 넘어질 수도 있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죠. 상대가 그렇게 나오는건 당연한 거에요. 그건 내가 감당해야할 몫이에요. 어쩔 수 없어요. 이혼가정에서 자랐다는 것은 분명한 핸디캡이 될 수 있지만, 지금 본인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만큼 그런 거대한 절망적인 상황이 아니에요. 심각한 문제가 전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누구 집 부모가 이혼했는지 안 했는지 아무 관심도 없다.
지금 고등학생이죠. 만약 이런 상상해보세요. 지금은 본인이 아무것도 없고 가족이라고 해봐야 한부모 밖에 없고 돈이라고 해봐야 수십만원이 전부지만 20년 쯤 지난 어느날 그때 쯤이면 본인이 직업도 생기고, 남편도 있고 자식도 잇고 차도 있고 집도 있고 친구도 있고 학부모 모임도 있고 취미생활도 하고 지금보다는 유무형의 여러 자산을 가지게 되겠죠? 그때도 과연 내가 이혼가정에서 자랐다고 이런 열등감을 느낄까요? 본인이 만약 의대를 가서 의사가 됐다고 칩시다. 그 때는 이혼가정이라는 백그라운드는 오히려 본인의 성취를 더 빛내줄 훌륭한 무대배경이 돼요. 무대가 어두워야 주인공이 더욱 빛나는 법이에요. 본인이 앞으로 어떤 성취를 하느냐에 따라서 '으이구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이혼가정에서 자랐으니 그렇지.'가 될 지 '이야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정말 잘 자라주었구나.'가 될지 본인에게 달려있어요.
살면서 내가 저지른 일에는 책임을 지세요. 내가 공부 못해서 대학 못가고 취직 못하고 내가 결혼못하고 이혼하고 그런거는 다 자기가 책임지면 돼요.그런데 내가 선택하지 않고 내가 저지르지 않은 일에는 티끌조차 마음쓰지 마세요. 내 책임 아니니까. 그리고 우리나라 사회는 공공의 영역에서 그런 (내가 선택하지 않은) 걸로 패널티를 주지 않아요. 사적인 영역에서 누군가 페널티를 준다면 기꺼이 받으세요. 그건 그 사람의 자유니까. 이블린 학생의 성취를 통해 인생이 풍성해지고 지금의 핸디캡이 훌륭한 백그라운드가 되길 빕니다.<b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