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인간은 누구나 감추고 싶은 본성이 있다. 돈을 탐하는 마음. 예쁜 여자 잘생긴 남자 좋아하는 마음. 편하고 따뜻하고 비싼 집 좋아하고 큰 차 좋아하고 공부는 하기 싫고, 돈은 쉽게 벌고 싶다.

평소에 우리는 교육을 통해서 그런 본성을 억누르며 산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 외모가 전부가 아니다 착한 사람이 복받는다 등등 낡은 사전에 실려있을 법한 한물 간 경구로 본성을 덮으며 우리가 훨씬 멋진 사람인 것처럼 산다.

이상준의 개그는 정확하게 그 지점을 노린다.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그 본성을 덮고 있는 위장막을 확 걷어버리며 같이 깔깔거린다. 사망토론에 등장(?)하는 김태희, 옥동자, 오나미, 조인성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관객들은 겉으로는 이상준을 향해 야유하지만 그 야유 속에는 창피함과 무안함이 뒤섞여있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여기에는 정상인(?) 역할로 옆에서 묵묵히 받쳐주는 김기욱의 노고도 큰 몫을 차지한다.

사람을 웃기는 방법은 여러가지 수준이 있다. 심형래처럼 넘어지기도 하고 변기수처럼 말장난하기도 하고, 옥동자처럼 외모나 김준호처럼 연기로 웃기기도 한다.개그맨들을 분류하며 여러 카테고리로 확실하게 구분되는데 이상준은 독보적이다. 비슷한 과가 없다. 외모나 말장난 연기나 꽁트 없이 그냥 평상어를 구사해서 그것도 관객들을 끌어들여서 빵터지는 웃음과 함께 씁쓸한 페이소스까지 끌어내는 개그맨은 우리나라에 이상준 뿐이다. 레벨이 다르다. 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수준높은 개그맨으로 이상준을 꼽는 이유다.

반응형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