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사님 저는 영주에 사는 캐롤입니다. 제가 애들 어릴때 이혼하고 딸 둘을 키우면서 엄하게 가르쳤는데 최근 몇년 사이에 자식들과 관계가 거의 끊어지다시피 했습니다. 큰 딸은 주식에 빠져서 좀 나무랐더니 그 뒤로 집 나가서 연락이 안되고 작은 딸은 성인 되자마자 자취한다고 집을 나갔습니다. 명절이 됐는데도 전화도 없고 너무 섭섭하고 지금까지 자식들만 보고 희생하며 살아왔는데 억울합니다. 어떻게 하면 자식들과 관계가 다시 회복될까요?
-캐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군요. 욕망을 내려놓으세요. 본인이 자식과 원만한 사이로 지내고 싶다는 것도 욕망이에요. 다른 집 보니까 다른 집 자식들은 명절 때 바리바리 싸오고 부모랑 외식도 하고 잘 지내고 손주도 안겨주고 하니 비교가 되지요. 본인은 자식복이 없는 거에요. 그냥 복이 없는 거니까 바라지도 말고 그냥 다른 집 기준으로 본인을 평가하지 마시고 욕심을 내려놓으세요. 욕심의 정의는 현실감각이 상실된 거에서 시작돼요. 경북대 갈 애가 서울대 노리면 그게 욕심이에요. 환자 10명 볼 원장이 아, 40명 보고 싶다 하면 그게 욕심이에요. (10명 보는 원장이 11명 노리면 그건 욕심이 아니에요. 현실감각이 있는거에요.)
그럼 아예 다 포기하고 욕심도 버리고 그냥 되는대로 살아야하느냐? 그건 아니에요. 본인이 하고 싶은 거 대신에 할 수 있는 거를 하세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세요. 내가 자녀들과 관계를 원복시킬 수 있나요? 그건 불가능한 거에요. 욕망의 영역이에요. 그건 포기하시고, 내가 부모로서 '지금 할 수 있는 거'를 하세요. 문자도 보내고 용돈도 보내주고 전화도 하고 내가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것'만 하세요. 그리고 그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어요. 미지의 영역이에요. 지금 타자라면 지금 3회 원아웃 주자 2루에 1-2에 날아오는 공만 보세요. 투수 디셉션만 보고 공만 노려보세요. 오늘 경기 9회말에 스코어가 얼마일지는 고민할 필요도 없어요. <지금> + <할 수 있는 거>만 하는 겁니다. 미래에 + 할 수 없는 거는 생각하지도마세요. 자녀와의 관계가 다시 좋아지는 건 지금 캐롤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바라지도 마세요. 물론 되면 좋죠. 바라지 마세요.
사람이 한번에 한끼 밖에 못 먹어요. 내일 모레 저녁 뭐 먹을지 고민할 필요도 없어요. 지금 뜨는 숟갈에만 집중하세요. 이번달 평환 몇명인지 고민할 필요도 없고 매출액 신경 쓸 필요도 없어요. 지금 당장 내 눈앞에 있는 이 환자 어떻게 처치할건지만 생각하면 돼요.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면 됩니다. 쉽죠?<b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