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사님 저는 미국에서 유학중인 27살 캐롤입니다. 어릴때부터 남과 비교를 많이 하고 남들에 비해 이룬 게 없어서 자존감이 낮습니다. 내가 뭘 해낼 수 있을까? 작은 일 하나에도 고민도 되고 스스로 너무 힘듭니다. 나 자신을 갉아 먹는 느낌이에요. 어떻게 하면 자존감 높게 살 수 있을까요?
- 캐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군요. 자존감이 뭔가요?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 그런 게 있나요? 본인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본인 자유에요. 스스로 잘 났다고 생각해도 되고 못 났다고 생각해도 되고 스스로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지금 '나의 처지'에 대해서 타인에게 평가와 근거를 찾지 마세요. 지금 캐롤에 대해서 누가 제일 많이 알아요? 당신 본인이죠. 이 세상에 캐롤에 대해서 캐롤만큼 많이 아는 사람이 있나요?
누군가 캐롤에 대해서 평가 한다면 속으로 이렇게 말하세요. '니가 나에 대해서 뭘 알긴 아냐? 임마'
조언을 구할 수 있지만 정답은 아니에요. 최종 평가는 내가 하는 거에요. 그건 니 문제에요. 니 문제에 대해서 타인에게 해설하고 평가하고 풀어보라고 하지 마세요.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생각하세요. 타인과 비교해서 평가하지 말고. 레퍼런스를 타인에게 찾지 마세요. 인간과 인간 사이 비교는 변수가 너무 많아서 큰 의미가 없어요. 내가 나에 대해서 가지는 생각은 자유에요. 근거가 없어도 돼요. 이건 논문 쓰는게 아니에요. 그냥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 어쩔래? 그걸로 끝이에요.
'내가 너무 못난 사람인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해도 돼요. 쿨하게 인정해요. 못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근거들이 있을 거잖아요. 그 근거가 타당하면 인정하세요. 나이 50세 직업도 없고 하루종일 잠자고 게임만 하고 엄마한테 용돈만 타 쓰는데, 박사님 저 너무 자존감이 낮은 것 같아요. 하면 뭐라고 대답해야 해요? 레퍼런스가 있을 거잖아요. 자기 친구들 지금 다 장가가고 직장 번듯하고 좋은 집 좋은 차 타는데 그들이 레퍼런스라면 당연히 자존감 낮게 사는거죠. 근데 노숙자들이 레퍼런스라면 '어, 나 그래도 괜찮은 인생이네.'가 되는거죠. 그게 뭐 어떤데요? 결국 자존감이라는 감정의 뿌리는 나의 상태가 아니라 <레퍼런스의 수준>에 달려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자존감 높게 살아라는 것을 착각하면 안돼요. 그게 너의 레퍼런스를 낮추라는게 아니에요. 본인 장점만 보면 발전이 있겠어요? 쓴소리도 들어야지. 남들보다 열등한 성취를 이루었을 때 그걸 좌절하고 슬프고 괴롭고 마음아파하는 대신 발전의 모티브로 삼으면 되는 거에요. 사법고시 300명 뽑는데 301등 하면 떨어지는게 당연한 거에요. 떨어진건 100% 인정하고, 내 인생은 이제 끝났엉. 망했어로 가는게 아니라 아, 내 노력과 재능이 부족하구나 더 해야되는거구나. 하고 공부하면 되는 거죠. 한 5년 해보고 안되면 내가 사시 붙을 수준은 아니구나하고 포기하면 되고요.
스스로는 스스로 평가해보세요. 레퍼런스는 최대한 넓게. 그리고 평가의 결과는 모티브가 되어 나의 성취의 조금이라도 밑거름이 되는 방향으로 핸들을 트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