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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데이비드입니다. 저는 올해 30세로 어릴때부터 대치키즈로 살아왔습니다. 중학교때도 새벽2시까지 독서실에서 에너지드링크 먹어가면서 열심히 공부했고,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한다는 자부심이 있었고 부모님과 학원선생님들도 저의 노력을 높게 쳐주셨어요. 중학교 때 열심히 해서 특목고 입시에도 성공했지만 막상 고등학교 가서는 번아웃이 왔습니다. 중학생때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았나봐요. 고1때부터 우울증이 와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가서 성적이 떨어져서 우울한데 그러면 집중력이 더 떨어지고 자괴감이 들고 공부를 해도 공부가 안 돼고 그러면 또 성적이 떨어지고 악순환이 됐어요. 주위의 높은 기대가 더 큰 스트레스였던 것 같아요. 특히 부모님이 픽업오실때 다른 아이들은 다 부자집에 좋은 차 타고 오는데 저희 부모님은 좋은 차가 아니었어요. 친구들 간에 서열이 느껴지고 우리 집이 못 산다는 것도 스트레스받았어요. 내가 공부를 못하면 아, 나는 우리 집에서 돈만 쓰는 쓰레기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불효를 하는 것 같고 공부는 안 되는데 부모님 기대가 있으니까 공부하는 척만 했어요. 결국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재수 삼수에도 실패하고 정신과를 다니고 방황하다가 어느덧 무직의 30세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이 겪는 이런 스트레스가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봐요. 아이들에게 너무 고통스러운 환경이에요. 성인이 된 지금도 부모님 원망이 생기고 억울하고 무기력하고 내 꿈과 목표가 없어져버린 삶을 살아가는 것 같아서 괴롭습니다.

 

-데이비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군요. 안타까지만 데이비드 군은 공부머리가 없는 아이였어요. 공부머리가 없는데 분위기에 휩쓸려서 공부를 하다가 최고의 퍼포먼스가 중학교 시절에 나오면 보통 이런 테크트리를 탑니다. 제 친구 중에도 많아요. 중학교때까지 전교 1등하다가 전교1등만 모아놓은 고등학교에 가서 처음 시험쳤는데 전교 400 500등 하면 충격받죠. 공부머리가 없는 아이들은 자기가 초등학교때, 중학교때 어땠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아무 소용없는 이야기죠. 그리고 중학생이 새벽2시까지 공부해서 특목고 갔다면 이미 공부머리가 없는 겁니다. 공부 열심했는데 왜냐구요?

제 친구 중에 공부머리 있는 친구 이석암이라고 있어요. 이 친구는 고등학교 내내 밤 10시에 잤어요. 물론 전교 1등이죠. 서울대 전전제 입학했어요. 저는 고1때 10시 반에 잤어요. 고1때 어느날 담임샘(별명이 아톰이었는데) 학생 1:1 상담을 하다가 "그래 넌 몇시에 자니?"라고 물었을때 제가 10시에 잔다고 했나?? 그 말 듣자마자 아톰이 제 정수리에 번개주먹을 꽂았어요. 정신이 아득했죠. 아무튼 그때도 오래 공부할수록 성실한 학생이라는 분위기였지만 진짜 공부머리 있는 애들은 새벽2시까지(특히 중학생이?) 공부하지 않아요. 내가 밤늦게 공부를 오래했다!!! 이거 절대 자랑아니고 그냥 저 공부머리 없어요라는 고백 밖에 안돼요. 제가 대학 갔을때 제 대학동기 초이를 만났어요. 저는 초이가 공부하는 걸 거의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초이는 따라갈 수 없을만큼 공부를 잘 했고 시험도 잘 봤어요. 그게 공부머리에요. 공부머리 있는 애를 만나면 아, 열심히 해서 제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안 들어요. 고등학교 시절에도 아, 이석암이 한번 제껴야지 생각을 잠깐 한 적이 있었고 딱 한번 모의고사 쳐서 제가 더 잘 친적 있지만 나머지 99번 시험치면 제가 늘 더 못 했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그게 '내 문제'가 아니라는 거야. 내가 노력해서 이겨내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니까 내 문제가 아니지. 내가 이석암을 만난건 내 문제가 아니지. 정확하게 설명하면 '나의 문제'가 아니라 '나 외부의 문제'잖아. 625 전쟁 터지면 그게 내 문제냐. 아니지. 내 문제가 아니잖아. 인생을 살다가 내 문제가 아닌 문제를 만나면? 그냥 받아들여. 아주 간단해요.

본인이 공부잘하는 대치키즈였나요? 지금도 내가 공부는 좀 했어 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착각이에요. 수학문제 보면 어땠나요? 막 풀고싶어지고, 가슴이 설레고 흥미진진했나요? 아니었죠? 괴로웠죠? 공부머리가 있는 애들은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반갑고 설레고 더 풀고싶어지고 그래요. 그리고 틀리면 분하고 잠 안 오고 제대로 딱 풀었을때 쾌감이 장난 아니에요. 풀이법도 해설지에 나와있는 거 말고 더 기발한 방법으로 풀면 쾌감이 더 커져요. 그래서 심심할 때 수학문제를 풀어요. 집중력이 장난 아이에요. 수학문제 풀이하는게 퍼즐맞추는 오락처럼 재미있어요. 이해 안되죠? 수학이 재밌다고?? 사실 수학 뿐 아니라 모든 과목에서 재미가 느껴져야해요. 공부 좋아하고 공부머리가 있는 사피엔스 종자가 따로 있어요.

공부머리가 없는 애들은 '자신이 얼마나 오래 공부했느냐. 내가 얼마나 많은 문제를 맞혔느냐'에 <양>에 대한 자부심을 갖죠. 보여주기 쇼하는 거에요. 오랜시간 책상에 앉아있지만 공부하는 건 아니죠. 공부머리가 있는 애들은 공부에 재미가 있어요. 얼마나 짧게 공부하면서 얼마나 어려운 문제를 얼마나 멋지게 풀어내느냐에 관심이 있어요. 새벽 몇시까지 앉아 있어야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쉬운 문제 100문제 풀어서 100점 맞으면 재미없어요. 공부하면서 재밌다고 생각한 적 있는지 돌아보세요. 공부머리는 타고 나는 것도 있지만 훈련되는 것도 있어요. 적은 수의 문제라도 얼마나 핵심을 이해하고 재밌게 푸는 성취감을 느끼게 가르치느냐. 이건 공부머리가 있는 부모만이 훈련시킬 수 있어요. 공부머리가 없으면 자기가 즐겁게 문제 풀어본 경험이 없으니 극기훈련시키듯이 냅따 하루 문제 200개씩 풀어라고 <양적인 티칭>을 하게 되죠. 그런 부모 밑에 자라면 공부=힘들고 재미없는 고통스러운 것이 돼버려요. 한 문제를 풀어도 재밌게 제대로 풀어야 공부머리가 계발돼요.

 

 

그리고 고교 시절 부모님 차량에 대한 서열로 인한 열등감을 느낀 부분은 스스로 자존감이 낮아서 그래요. 자존감+ 자존심의 합산 총량의 법칙이 있어요. 제가 만든 법칙이에요. 인간은 누구나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어해요. 모든 인간의 자존심과 자존감은 합하면 항상 총량이 일정한 거에요. 자존감은 스스로를 인정하는 마음이고 자존심은 남에게 인정받고싶은 마음이에요. 자존감이 높으면 자존심이 낮아져요. 내가 이미 충분히 인정해주는데 남의 인정은 필요없죠. 그런데 스스로 자존감이 낮으면 남에게 인정받고자하는 자존심이 올라가요. 자존심은 남에게 인정받아야하기 때문에 항상 보여지는 것(아파트, 차량, 옷차림, 보석) 등에 신경을 써야해요. 자존심이 강하면 현실을 왜곡해서(내가 서울법대 갈 수 있는데 한양대 법대 갔었다는 식으로) 나르시시스트로 연결되는데  항상 타인의 반응을 살펴야하고 그러자면 스스로 잘난 것처럼 티를 내야하고 그게 작동이 실패하면 쉽게 긁혀버리고 마음의 상처를 받아요. 그래서 동기 모임에 중고 BMW M2를 한껏 세차해서 끌고 나갔는데 친구들이 포르쉐 람보르기니 타고 나오면 자존심이 상해버리는 거에요. 그런데 내가 우리동네 매출1등 한의원이야. 그러면 아반떼든 자전거를 타고나가든 자존심 상할 게 없는 거에요. 

자존감이라는 게 꼭 성공하고 1등해야만 생기는건 아이에요.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최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되죠. 즉 내 수준에 이 정도면 정말 잘 뽑아낸거야라는 자기인정, 자기칭찬이 자존감이에요. 그래서 노력하지 않는 자는 자존감이 낮을 수 밖에 없어요. 내가 뛰는 축구팀이 4:0으로 패했지만 내가 후반전 45분 휘슬부는 순간 탈진해서 그라운드로 쓰러지면 그거면 된 거에요. 홈팬들이 탈진한 선수들을 향해 기립박수를 쳐주죠. "그래, 이만하면 잘 했다." 그때 평가는 <양>이 아니라 <질>이어야 해요. 연장까지 120분 뛰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교체맴버로 20분을 뛰어도 탈진할 정도로 뛰는 게 중요한 거에요. 비록 결과는 내가 원하는게 아니지만 스스로를 향한 칭찬 같은 게 자존감이에요. 그래서 노력하지 않은 자에게는 자존감이 생길 수가 없죠. 경기는 질 수 있어요. 강한 상대를 만나면. 그건 상급 학교로 진학할수록 반복되죠. 서울의대를 가도 거기서 또 꼴찌가 생겨요. 공부머리 더 있는 놈 만나면 질 수 밖에 없다니깐요. 노력으로 안 되니까 깔끔하게 포기해야해요. 내 친구 빙관송이나 치타도 울진, 영덕에서 천재소리 듣고 전교 1등이 아니고 그 동네 전체에서 1등 하던 애들이에요. 그런데 포항 가면 이석암이한테 박살나고 서울가면 또 초이같은 애들한테 박살나는 거에요. 어쩔 수 없어요. 박살내는 놈 만나면 내가 박살이 나야 정상이에요.

학원픽업하러가면 길가에 차량이 줄지어 서 있죠. 포르쉐, 페라리, 디펜더 쭉 서 있는데 그 뒤에 아반떼를 갖다대면 어떤가요? 쭈굴해지는 마음이 들면 그게 자존심이 자존감보다 높은거에요. 데이비드도 자존감이 낮고 자존심이 높은 사람이었어요. 그러니까 부모님 차량에 서열이 느껴지는 겁니다. 만약 그 특목고에서 전교1등했으면 엄마 차가 뭔지에 따라 서열이 뭔지 느껴지지 않았을 거에요. 그게 자존감이에요.

 

 

 

정리하자면 공부머리도 없는데 자존심이 높다. 이러면 스스로 인생이 실패하고 망했다는 망상에 이르고 심하면 자살해야 되나 말아야되냐로 이어지기 쉬워요. 절대 공부 못한다고 인생이 망하는 게 아니에요. 물론 인생에서 한 20% 정도는 영향을 받죠. 그런데 중학교때 공부 잘 한거? 그것도 새벽2시까지 쥐어짜내서 잘 한거? 그런 건 거의 영향 없어요. 부모님 원망할 필요도 없고 대한민국 교육에 대해서 일갈할 필요도 없어요. 단지 내가 공부머리 없었다고 인정하고 내가 잘 하는 분야 찾아서 지금 인생을 열심히 살면 됩니다. 나이 40, 50살 돼서도 대치동 이야기하고 대학입시 이야기하며 살거에요? 그리고 성공하면 하루에 밥 5끼 먹고 바지도 2벌씩 껴입을 것 같지만 안 그래요. 누구나 다 하루 밥 3끼 먹고 바지는 1벌만 입어요. 5성급호텔 대신 3성급 호텔 가서 자면 되지. 아무 일도 아니에요.<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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