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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국민학교 다닐때는 학교에 있는 도서실 책을 읽었다. 한달에 몇권 그런 개념이 아니다. 누가 시켜서 읽는 것도 아니고 할당량도 정해지지 않는다. 그냥 몽땅 다 읽는다. 책을 가리지 않는다. 국민학생이 뭘 고를 줄 아냐? 그냥 다 읽어본다.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이달학습 같은 학습지에 나오는 만화도 꼭 찾아서 읽었다. 공부에 도움이 되건 안되건 활자로 된 건 다 읽어본다. 서점가서 말도 안되는 책도 사도 된다. 그러면서 책 고르는 스킬도 늘어난다.

김정흠 교수님이 쓴 공상과학 이야기 책들을 주로 읽었고, 읽다가 재미없으면 다른 거 읽고. 호기심도 많고 싫증도 많고. 순발력은 좋으나 끈기가 부족. 엉덩이로 공부하는 스타일 아니었음. 그냥 다 꺼내서 한바닥 어질러놓고 이것 저것 메뚜기처럼 읽음. 재미없으면 안 읽는 게 중요하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한다는 거 없음. 원칙도 없고 룰도 없다. 작가의 성의를 무시함. 대충 대충 넘기면서 봄. 알맹이 없이 질질 늘어지게 쓴 책들은 경멸함. 반대로 인사이트가 넘치는 책은 진심으로 존경함.(리처드 파인만, 움베르토 에코, 빌 브라이슨, 성석제 스타일 좋아함)

20살 이후에 시간 남으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서점에 감. 주로 학원사, 포항문고 같은데 매주 한번씩 주말저녁에 마실가듯 감. 서점 안에서 이리저리 배회함. 장르를 가리지 않음. 대충 꺼내서 훑어보고 다시 꽂아두고 그러다가 책 몇개 골라서 사옴. 사와서도 대충 읽음. 서점에 가는게 20대 초반의 취미생활.우리집 가훈 <밥먹고 책 사는데는 돈을 아끼지 마라.>

도서관 가는 것도 대학 이후의 취미. 지금도 마찬가지. 2022년에도 51권 읽음. 새내기 때도 대학도서관에 가면 책을 왕창 빌려와서 대충 대충 읽는다. 일주일 내내 읽는 책도 있지만 반나절에 다 읽는 책도 있다. 책갈피는 얇은 종이를 잘라서 씀. 영역표시하듯이 그대로 반납함. 서울교육청 종로도서관도 시간날 때마다 기어올라감. 그냥 서가에 서서 읽은 책도 많음. (책은 서서 읽을 수도 있다!) 책 읽을때 꼭 독서실에 정자세로 자리잡고 읽는거 극혐함. 책은 그냥 쇼파에서 널부러져서, 서서, 식탁에서, 길가 벤치에서도 아무데서나 내가 가장 편안한 자세로 가장 편안한 읽는 방식으로 읽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부모는 다니엘 페냑의 <소설처럼>이라는 책부터 읽어보도록. 독서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럼 전부 다 대충 읽느냐? 그것도 아님. 꼭 중요한 내용들은 따로 hwp 파일에 목차로 정리함. 특히 전공이나 학술적인 내용은 반드시 직접 타이핑쳐서 새로운 책을 한권 만든다는 심정으로 내용을 요약해 둠. 요약된 문서는 반복해서 읽어봄. <체득화 암기의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천재가 아니다. 반복하지 않으면 까먹는다. 남에게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반복해서 읽어봄. 내가 정리한 문서기 때문에 술술 잘 읽힘 내가 어떤 분야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으면 노트북 하나 들고 도서관 가서 관련된 책 100권 정도 옆에 갖다놓고 읽어가면서 나만의 목차를 정해서 내용을 요약해서 타이핑하면 된다. 그러면 새로운 나만의 책이 한권 탄생한다. 그걸 반복해서 읽게 되면 나의 지식이 된다.

초등학교에서는 독서를 많이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나중에 중고등학교 가서는 그 내공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누가 어려운 글을 빨리 읽고 빨리 핵심을 이해하느냐. 이건 모든 공부의 기초 중의 기초다. 그런 능력을 어려서 획득하려면 책을 공부가 아니라 공부와 놀이의 중간 즈음으로 부담없이 접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한다. 만화책도 무방하다. 어린이들에게 책은 책상에서 차렷자세로 허리 세우고 벌받듯이 읽는게 아니다. 쇼파에 널부러져서 누운 채로 한손으로는 바나나킥을 집어먹으면서 뒤적거리는게 책이어야 한다. 유튜브 보듯이 책이라고 생겨먹은 종이뭉치를 좋아하게 만들어야하는 것이다. 엄마 아빠가 "책 읽어라"고 절대 말해선 안된다. 오히려 아이의 입에서 "엄마 책 좀 더 보고 자면 안돼요?"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어야한다. 엄마가 쇼파에 뒹굴거리며 소설책 읽고 있으면 아이가 배운다.

<루틴의 거부>

과거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동아전과>같은 전국의 학생들이 꼭 사서 공부하는 책들이 루틴처럼(빨간영어, 성문종합, 수학의정석 같은 류) 있었는데 그런 책은 안 산다. 안 사도 전혀 불안하지 않다. 중학생 때도 마찬가지. 성문종합영어 이런 책은 사지도 않았음. 누구는 입학 전에 몇회독 했다더라 그런 이야기에 전혀 주눅들지 마라. 영어공부는 굿모닝팝스로 대충 때우고. 미국 대학원 가려면 토플 쳐야한다고 해서 중학생때부터 토플 책을 봤음. 시험문제 풀려고 영어공부를 한게 아니라 외국사람과 이야기하고 싶다는 충동, 미국 가서 박사학위 받고 교수가 되고 싶다는 충동으로 공부함. 미국, 호주에 그냥 아무 번호나 전화 걸어서 상대방이 받으면 그냥 이야기했음. 어느날 호주 캔버라에 아무 번호나 막 눌러서 통화가 연결됐는데 5살쯤 되는 애가 받았음. 그 아기한테 내가 이렇게 이야기했음.

"This is Summer."

그랬더니 아기 왈 "Where is Summer?"

친구들이 다 보는 참고서가 있더라도 사기전에 먼저 훑어 보고 평가한다. 별로면 안 산다. 교재는 내가 내 기준으로 평가한다. 아무리 유명한 교재도 내 맘에 안 들면 탈락. 불안해 하지마라. 니 맘대로 골라라.

<공부방의 조건>

이것 역시 루틴은 거부한다. 아파트에서 가장 좋은 공간은 거실 자리다. 통풍도 잘 되고 층고도 약간 더 높고 햇살도 잘 들고 개방감도 있고 모든 면에서 거실이 가장 비싼 공간이다. 그런 좋은 공간을 놔두고 골방(주로 입구 문간방)에 아이를 가둬놓고 좁고, 답답하고 채광도 잘 안되고 공기흐름도 나쁜 방안에 징역살이처럼 가둬놓고 공부를 시킨다고? 엄마 아빠는 거실에서 과일 먹으면서 편안하게 티비 보고???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그런 짓을 해서는 안된다. 그 집안의 가장 좋은 공간을 아이(가족의 핵은 아이다.)에게 내줘야한다. 거실에서 티브이 놓는 자리에 큰 원목 최고급 책상(3명이 앉아서 공부할만큼 긴 책상)을 놓고, 바퀴가 달리지 않은 가장 비싼 의자를 사준다. (수험생들이 시험치는 장소에서 앉는 의자는 대부분 바퀴가 안 달려있다. 모든 것에 익숙해져야한다.) 그리고 주방쪽으로는 살짝 가려지도록 뒤판이 없는 책장을 놓는다. 설겆이하는 엄마의 모습이 책 사이로 보일랑 말랑하게. 쇼파를 놓는 공간에는 창가쪽 절반은 리클라이너 쇼파를 놓고 절반은 천정까지 꽉 채워서 책장을 놓는다. 리클라이너에 누워서도 책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책장으로 거실과 주방, 복도 공간과 분리한다. 언제라도 내가 손을 뻗으면 책이 닿도록 한다. 책상의 조명으니 최고급 조명으로, 독서대는 아이레벨 제품으로 3개 정도 놓는다.

보통 사람들이 아이 공부방을 골방에 감옥처럼 만드는 건 스스로 제대로 탑을 찍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골방에는 티비를 때려넣어야한다. 좁고 갑갑하고 공기 탁하고 층고 낮은 방에는 티비를 갖다넣어라. 가장 쾌적한 곳에는 책상을 놓아라. 이게 내 공부방 컨셉이다.

<아무데서나 공부해>

어릴때부터 공부하고 놀고의 구분이 없다. 그냥 쭉 다 연결되는 연속되는 시간일 뿐이다. 살면서 공부해라는 말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왜냐면 늘 책상 근처에서 뭘 꾸물럭거리고 있으니까. 얼마동안 공부하고 얼마동안 쉬고를 정해두지 않는다. 50분공부하고 10분 쉬고 그런 멍청한 스케쥴은 안 짠다. 그런 걸로 스트레스 안 받는다. 그 딴 거 안 지켜! 내 맘이야. 그냥 내 몸의 한계까지 공부하는 거다. 체력 끝까지. 너무 지루하고 너무 힘들고 집중력이 떨어지면 잠깐 쉰다. 걷기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내 맘이야. 그리고 다시 공부한다. 거창하게 독서실 같은데 가본적 없음. "지금 저 공부해요"라며 티내고 제대로 각 잡고 밀폐된 곳에서 폼나게 공부하는게 아니라 그냥 있는 자리에서 그대로 공부시작함. 일상적인 공간에서 집중력을 발휘해야 그게 공부다. 엄마 설겆이 소리에도 그냥 아무렇지 않게 공부를 할 수 있어야한다. 대학 다닐때도 도서관에서 공부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음. 그냥 아무데나 탁 트인 곳 책상만 있으면 아무데서나 공부함. 친구들 떠들고 새소리 들리고 적당한 소음이 있는 강의실을(M201 같은 계단형 강의실 가장 높은 자리에서 내려다보며) 가장 좋아했음. 큰 책상에 공부해야할 것을 한눈에 보이도록 쫙 깔아놓고 (남들이 보면 굉장히 지저분해 보임) 공부하는 걸 즐김. 전부 다 펴놓는다. 친구들이 책상 1개 쓰면 나는 책상 4개 붙여서 씀. 책도 가방에서 다 꺼내서 책상에 올려놔야함. 내 눈에 다 보여야함. "저 공부해요"라고 폼잡고 공부 안함.

<학원>

초등학교 5,6학년때 동네 성문학원, 중3때 항도여중 옆에 있던 곳, 글샘학원 한달씩 다닌 거 외에는 다닌 적이 없음. 학원 선생들이 너무 못 가르친다는 느낌 받았음. 고등학교 가서도 수업 듣다가 "어? 저 과목은 내가 선생님보다 더 잘 가르치겠는데?"라는 생각 자주 했음.

<문제 풀이는 즐거운 챌린지 시간이다>

문제집 풀 때는 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함. 문제당 반드시 풀어야하는 시간을 미리 정해둠.(1문제 푸는데 30분 걸리면 그게 푼거냐?ㅋㅋㅋㅋㅋ) 한번 읽었는데 답을 모르겠다면 그 자리에서 문제 번호 위에 별표 하나 침. 두번 읽었는데 답 못 찾으면 별표 추가. 세번 읽었는데 못 풀겠다면 별표 추가. 별표 3개에도 못 풀면 그 문제 못 푸는 것임. 답은 찍어야함. 찍었는데 틀렸다! 그러면 별표에 동그라미 표시함. 나중에 문제집을 다 풀고나면 별표 갯수와 동그라미 여부에 따라 문제별 난이도가 한눈에 보임. 별표 많고 동그라미 쳐진 것만 위주로 다시 한번 더 풀어봄. <분하다>는 마음과 다음번에는 절대 안 틀리겠다는 <각오>로 틀린 문제 위주로 여러번 풀어봄. 이런식으로 풀면 진도가 느릴 수 밖에 없지만 확실하게 개념을 다지고 다음 챕터로 넘어감. 단 한문제도 틀리지 않겠다는 마음 가짐으로 문제풀이함. 문제집은 내가 모르는 분야가 어디인지 내가 취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찾아가는 과정이다. 문제집 풀었는데 100점 나오면 시간낭비다. 아주 나쁜 문제집이다. 기분 좋아할 일이 아니다. 70점 받으면 그게 좋은 문제집이다.

내가 쉽게 푸는 문제는 나쁜 문제다. 문제 맞추고 기분 좋아하면 안된다. 그냥 무덤덤해야지. 나에게 좋은 문제는 내가 틀린 문제다. 나를 도와주는 문제는 틀린 문제, 어려운 문제이다.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하고 그런 문제를 푸는 걸 좋아함. 도장깨기 마인드. 친구들이 어렵다고 가져오는 문제 풀어주는 걸 즐김. 고마운 친구들. 내 공부시간을 뺏는게 아니라 (영어공부하다가 친구가 가져온 물리문제를 갑자기 풀어줘야함. 공부흐름이 끊기지만) 어려운 문제로 나를 트레이닝 시켜주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친구들이 나를 찾아오지 않고 이석암(고3때 늘 1등 하던 분) 찾아가서 문제풀어달라고 하면 자존심 상했음.

문제 풀 때 줄긋고 엑스자하고 동그라미 치고 이것저것 연필로 막 쓴다. 문제가 너덜너덜할 정도로. 틀린 것을 찾아라는 문제가 나오면 보기 뒤에 엑스자를 치는데 정말 틀린 내용이면 엑스자 5개, 아리까리하면 한개. 이런식으로 문제풀이하면서 깨끗하지 않게 낙서하며 푼다. 답만 맞추면 장땡이고 눈이 아니라 손으로 이렇게 난도질해가면서 (문제를 해체한다는 개념으로) 풀어야 정답에 더 빨리 다가갈 수 있음.

공부할 때도 형광펜 기본 대여섯가지, 색깔있는 볼펜 제트스트림 0.3, 0.5mm같은 걸로 보라, 분홍, 초록, 파랑, 빨강으로 필기함.

<개념과 문제풀이>

개념 공부하고 문제는 나중에 따로 풀고 그런 거 아주 싫어함. 국시공부할 때도 참고서 각 챕터에 연관된 문제를 다 오려서 붙였음. 항상 문제 중심으로 개념공부와 문제풀이를 동시에 했음. 기출문제가 최우선임. 선생님이 모든 문제를 새로 창조해내는 게 아님. 결국 기존 문제에서 변형해서 낼 수 밖에 없음. 공부할 때는 어떤 식으로 문제가 나오는지부터 파악해야 개념공부의 방향을 잡을 수 있음. 결국 나중에는 개념과 문제를 구분하지 않음. 문제없는 개념공부는 의미없고 개념 제대로 안 잡고 문제만 요령으로 푸는거 극혐.

<단권화>

좋은 참고서를 하나 정해서 거기에 모든 필기와 문제를 몰빵해서 붙임. 나중에 그거 한권만 훑으면 끝나도록. 본초공부할 때도 마찬가지. 본초서 하나 정해놓고 거기다가 몰빵해서 20년 정도 필기하고 강의 들을때마다 적어넣고 임상례 적고 해야 층층이 화석처럼 지식의 탑이 쌓이는거지 여기저기 다른 책들에 산재해서 필기하면 쌓이지 않는다. 무조건 한권으로!

<한눈에 보이는 것>

목차를 디렉토리에 맞춰서 정리하는 것, 종이 한장에 핵심만 요약하는 것, 내용을 그래프 등으로 시각화하는 걸 좋아했음. 시각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그림이나 일러스트로 설명이 잘 돼 있는 책을 좋아함. 지금도 그래프 많은 책은 아름답다 생각한다.

<암기>

외워야할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외운다. 활석많은 방형이 인정없는 석황을 감금했다. 이런 말도 안되는 문장을 지어내서 30년이 지나도 까먹지 않도록 달달 외운다. 공부의 기본은 암기다. 그냥 사진찍듯 외운다. 반복해서 외운다. 교육종사자 중에 얼치기들은 암기를 무슨 교육을 망치는 병폐 정도로 치부하는데 암기는 교육의 기초야. 기초 철근 콘크리트. 암기 없는 사유가 어떻게 가능하나. 외우는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제대로 외우지도 못하는 것들이 무슨 창의력 타령이냐. 창의도 지능이 돼야 가능하다.

<시간관리>

수능칠 때도 내가 1문제당 몇초 안에 풀어야하는지부터 연구했음. 모든 시험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한의대 다닐때도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의 양과 공부해야할 분량을 정해서 전체적으로 오차없이 딱 떨어지도록 시간을 할당해서 아파트 입주기한 맞추듯이  공부할 분량을 조율하는 걸 좋아함. 시간싸움이다. 빨리 읽고 핵심을 빨리 이해하는 능력이 문제풀이에서 가장 중요하다.

수능 한달전부터는 매일 16시간씩 공부량을 피크로 끌어올리고 시험 전에는 꼭 시험당일처럼 시간맞춰 예행연습을 몇회 거쳐서 시간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연습을 했다. 시험은 실전이다. 실수는 실력이고 운도 실력이다. 배탈나지 않기 위해 매일 똑같은 음식 먹는 것도 실력이다.

<루틴>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아침에 굿모닝팝스 듣고 똑같은 밥먹고 같은 자전거 타고 정확한 시간에 등교해서 12시에 자전거 타고 다시 돌아오면 새벽 2시까지 공부하다가 잠듬. 매일매일이 반복.

심지어 수능시험 치러가는 당일 아침에도 굿모닝팝스 듣고 감. 그날 공부한 팝송 Do that to me one more time. 아직도 기억남. 시험치기 전주에 공부한 팝송은 Sea of heartbreak였음.

수능날에도 평소에 먹던 똑같은 음식을 먹고 등교함.

<1등이라는 마음>

국민학교 5학년부터 내가 항상 1등이다는 마음 가짐으로 살았음. 시험끝나고 어느날 강세연 선생님이 "우리 반의 1등은  bk네."라고 한마디 칭찬해줬는데 그때부터 망상의 선순환이 시작됨. 친구들이 나를 1등으로 생각하면 내가 그 생각을 증명해보여야함. 공부 잘하는 애랑 같이 반이 돼도 주눅들지 않고 "내가 낸데, 내가 니보다는 제일 잘하지."라는 마음으로 거만한 학교생활했다. 내가 한번 들어서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은 가르치는 사람의 잘못이라고 생각함. 지금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석암(49세, 변리사) 같은 애 만나면 바로 박살남. ㅋㅋ

<질문은 부끄러운 게 아니야>

내가 모르는 문제 석암이한테 들고가서 물어보는 걸 자존심 상해하지 않고 즐김.(자세는 굉장히 비굴해짐. 석암이는 의자에 앉아 있고 나는 의자가 없으니 무릎을 꿇어야 눈높이가 맞게 된다) 반대로 다른 친구가 나한테 문제 풀이 해달라고 하면 성심성의껏 풀어줌. 틀린문제 어려운 문제를 대하는 자세를 바꿔야한다. 그런 문제를 소중하게 고맙게 생각한다. 그런 문제들을 깨나가면서 내 공부가 더 다져지게 된다. 대학 다닐때도 수업 끝나고 교수님 찾아가서 책들고 엄청 물어봄. 어렸을때부터 질문하는 걸 쪽팔려하지 않았고 더이상 질문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답변이 날아들면 감사한 마음으로 물러났는데 대학가서는 (생화학 빼고) 정작 제대로 된 답을 들어 본 적이 없다. 본과 때부터는 질문 하다가 그냥 똥 덜 닦은 것처럼 중간에 흐지부지 되더라. 아이가 질문을 하면 좋은 질문이라고 칭찬부터 해줘야한다. 그래야 질문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경쟁>

학업경쟁은 스트레스가 아니다. 학업스트레스 어쩌고 하는건 다 거짓말이다. 스트레스 축에도 못 끼는게 공부하는 스트레스다. 경쟁에서 경쟁력이 생긴다는 걸 잊지마라. 아이폰이 있었기에 갤럭시가 탄생했다. 공부든 스포츠든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아주 아주 아주 좋은 것이다. 복이다. 운이 좋은 것이다. 공부하면서 구체적인 경쟁자가 내 눈 앞에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환경이다. 내가 모르는 걸 그 친구에게 물어보고 배우고 내가 다른 친구에게 가르쳐주고 하는 걸 반복하는 과정에서 점점 더 업그레이드가 된다. 내가 친구를 가르칠 수 없다면 진정으로 알고 있는 게 아니다. 학업의 동반자, 한의사가 돼서도 마찬가지다. 경쟁을 고맙게 받아들여라.

<밥먹듯 하는게 공부야>

공부할때 무슨 독립운동하는 것처럼 큰 결심과 각오로 독서실 책상 사고 전등 사고 무슨 결전을 치르는 독립투사처럼 호들갑 떠는 놈들이 있는데 대부분 공부 못할수록 요란하다. 그냥 공부해. 열심히 한다는 맘조차 가지면 안돼. 그냥 밥먹듯 하는게 공부야. 아무 생각없이 밥먹잖아. 밥먹을때 무슨 대단한 각오와 요란한 맘가짐으로 밥먹질 않잖아. 그냥 밥먹는거야. 그냥 하는거. 그냥 새우깡 까먹으면서 쇼파에 비스듬히 누워서도 할 수 있는게 공부다. 공부가 뭐 대단한거냐? 벼슬이야? 아무 것도 아니지. 의미부여 하지마라. 밥먹는 거에 의미부여하는 사람 없듯이.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자기가 인생에서 가장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자기가 얼마나 괴롭고 스트레스 많이 받는지 알아주길 바란다. 인정과 공감을 갈구한다. "야, 너 정말 대단하다. 그래 고3이 제일 힘든거야. 널 응원할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단한 일 하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나이 들어서 직장이나 가정생활에서 받을 스트레스가 더 극심하다. "저는 하루에 8시간씩 공부해요!! 제가 얼마나 대단한 줄 알아요?" 그게 왜? 많다고 생각해? 나는 하루 16시간씩 했는데. 하루 밥 3끼 먹는게 대단한 일이냐?

<나의 레벨>

입시가 인생의 전부라는 말도 거짓이고, 입시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도 거짓이다.  한국인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라벨링의 단계가 어느 대학 학부에 입학했느냐다.  30% 정도는 인생을 결정짓는다. 서울대 입학하면 내가 얼마나 성실하고 머리 좋은지를 평생 증명할 필요가 없다. 편안하다. 그런데 호선대 들어가면 평생 증명하며 (특히 돈으로) 살아야한다. 그래서 입시시험을 치되, 결과는 쿨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그게 내 수준이니까. 그리고 10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지면 인간은 누구나 다 자기레벨을 찾아가게 돼 있다. 작은 부침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의 레벨을 받아들일 맘의 준비만 하면 된다.

서성한중경외시건동홍숙국숭세단광명상가 같은 레벨링은 믿지마라. 그냥 다 같은 대학. 중하위권 대학이라고 보면 된다. 열라면, 신라면, 진라면 같은거다. 그런 줄 세우기는 아무 의미없다. 아무데나 가라. 나에게 되게 중요한 자존심이고 삶의 성취인 레벨인데 실제로는 아무 의미없다. LG전자 이사가 면접볼 때 "오우, 성균관대가 경희대보다 낫지. 성대로 뽑아야겠다."고 생각할 것 같나? 의미없으니까 대충 지원해라.

<지남력>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게 스스로 정신을 차리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지남력을 획득하는 것. 내가 지금 어느 위치에 있고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 것같다는 지남력이 있어야한다. 어떤 부모도 공부를 강제할 수는 없다. 누가 빨리 정신 차리고 지남력을 획득하느냐. 집에 재산도 없고 빽도 없고 몸도 부실하면 스스로 방법을 찾아서 그게 공부든 운동이든 먹고 살길을 찾아야한다. 아부지 재산 몇백억씩 있고 놀아도 될만한 애들은 놀아도 된다. 부모의 할일은 공부해라고 소리지르는 게 아니라 지금 공부 안하고 놀았을 때 벌어질 일의 장단점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려주는 일이다. 나머지는 본인이 알아서 하게 두면 된다.<bk>

 

 

-지난주에 학부모 환자가 어떻게 공부했냐고 물어봐서 가볍게 답변한 내용-

결론 : 니 맘대로 하면 된다. 쫄지마. 그리고 대단한 일 하는거 아니야. 그냥 하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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