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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였나. 모한의사카페 게시판에 공보닷컴에서 한의사들을 모두 퇴출시켰다는 글이 하나 떴다.

정말 그런가싶어서 가보니 정말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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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닷컴에 공지사항이 떴다.

다음은 운영진의 공지사항이다. 안 읽으셔도 된다. 밑에 요약정리 들어가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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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공보닷컴 운영진 라종주입니다.
지난 6월 21일 11시40분경부터 지금까지 공보닷컴 서비스가 되지 않아 많은 선생님들께서 의아해하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여러 선생님들께서 6월27일자 의협신문을 보시고 이런저런 궁금한 점들 및 걱정을 하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공보닷컴 서비스가 중단된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6월 21일 11시경 충남지방경찰청 마약수사과에서 공보닷컴 서버가 있는 곳으로 압수수색영장을 지참하여 서버를 압수하러 도착
6월 21일 11;00~13:30 영장설명 및 웹서비스중지, 게시물 확인, 각종자료확인, 서버상태 확인, 네트워크로부터 서버분리, 압수집행
6월 23일 서버 임시구매 및 복구완료. 수사진행으로 웹서비스 계속 중지
6월 28일 6월 27일자 의협신문에 관련기사 게재
6월 30일 공보닷컴 서버 내용 확인작업은 종결되었다는 통보 접수. 서비스 재개 준비
7월 4일 공보닷컴 서비스 재개 예정
이번 서버 압수는 이미 알려진대로 - 2,3년차 선생님들 중 공보닷컴 이용하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 작년 및 금년 초반까지 필명게시판에 간혹 올라왔던 "응급실로 찾아와 데메롤 또는 바리움 투약을 요구하는 환자"에 대한 첩보를 접수한 경찰에 의해서 발생되었습니다. 첩보의 접수과정은 영장집행과정 및 그 이후에도 경찰로부터 설명을 접할 수 없어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동안 관리자가 공보닷컴 서버를 관리하면서 크래킹(해킹)이나 인위적인 접근은 모두 차단하였으므로 그로 인한 것은 아니며 공보닷컴의 모든 글은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한 글자도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로 미루어 회원 중에서 글을 유출하였다고 판단,
복구과정에서 확인해 본 결과 아래와 같은 글이 있어 이로인해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11679번 글(45336) : [마약중독] 경찰에 첩보를 제공하였습니다.
조회수 : 243 작성자 : 데메롤 님 작성시각 : 2005-03-04
전에 의사들을 농락하던 그 데메롤 환자에 대해
경찰에 첩보를 제공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의사들이 처방을 한 원죄때문에 의사도 처벌받을까봐
신고들을 못하고 계셨지만,
이번에 제가 "신고" 는 아니고 "첩보를 제공" 하였습니다. 첩보 제공 과정에서 이곳 공보닷컴 예전글들을 복사해서 드렸고요, 절대 공보의가 다치거나 문제가 될 만한 문구는 없었으니, 글 쓴 선생님들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또 첩보를 받은 경찰관님은 저와 잘 아는 분이기 때문에 믿을만 합니다. 의사들이 데메롤을 놔준것에 대해서는 절대 의사들이 다치지 않도록 수사가 될거라고 합니다. 마약범 잡는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말이죠.

다음은 앞으로의 공보닷컴 운영방향에 대한 글 입니다.  공보닷컴은 이제까지 의과, 치과, 한의과 구분없이 전체 공보의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의료의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이념 하에 설립, 운영되었습니다. 공보닷컴을 사랑해 주신 많은 선생님들 덕분에 이러한 운영진의 취지에 맞게 무탈하게 운영되어 왔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그 동안 공보닷컴을 사랑해 주신 선생님들 모두에게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하지만 최근 공중보건의사 사회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변화는 한의과 공중보건의사 숫자의 급속한 증가입니다. 이러한 변화 이후 공보닷컴의 게시판에는 한의과 선생님들과의 마찰의 글이 급속히 증가했고 법적 고소를 언급하는 등의 심각한 상황이 잦아졌습니다. 2-3년차 선생님들은 아시겠지만, 작년에는 한의과 대표선생님께서 공보닷컴에 올라온 한의과 비판글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겠다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법적 고소는 공보닷컴 존재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번에 운영이 불시에 중단된 것도 이와 유사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즈음 서버압수 직전까지 공보닷컴 게시판내에 서비스 분리에 대한 의견이 많이 개진되었고, 분리에 반대하는 의견은 거의 없었던 상황을 감안하여 현재의 운영진들은 다음과 같은 결정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서비스 제공 및 운영은 과거 2000년도에 공보닷컴이 처음 시작될 당시와 같이 의과,치과 만을 대상으로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 동안 공보닷컴을 사랑해 주신 한의과선생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프리챌에 한의과선생님들만의 사이트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7월 4일로 예정된 서비스 재개시에는 의과, 치과만 사용할 수 있는 공보닷컴으로 재편됩니다. 다수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치기 힘든 점과 공보의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는 초기취지 등으로 인해많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오니 그동안 사이트를 이용하셨던 한의과 선생님들께 다시 한 번 양해를 구합니다. 7월 4일 서비스 재개시에 기존 사용하던 게시판 일부가 사라지거나, 통폐합 될 수도 있음을 너그러이 감안하여 주시기 바라며,
서비스 재개를 위해 7월 3일에는 서버 접속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서비스재개시에는 기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사용하여 로그인하신 뒤,기존에 사용하시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새로 변경하셔야 합니다.(보안을 위해 어쩔 수 없습니다.)신규가입은 잠시 중단될 수 있습니다.(기존 가입대상자에서 의과,치과를 분리해 내어야 하기 때문에 확인작업에 시간이 필요합니다.)신규가입이 가능해지면 다시 공지드리겠습니다. 그동안 공보닷컴을 이용해 주신 많은 선생님들께 걱정과 불편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모두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공보닷컴 운영진 라종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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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장황한 공지사항이다. (원래 하고싶은 말을 숨기고 돌려 돌려서 말할 경우 논리적이지 못하고 장황해지는 경향이 있지..)
내 머리가 빠가인지 몰라도 처음에 읽고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몰랐다. ㅡ.ㅡ;;;;

공식적인 사실은 다음과 같다.

1. 응급실에 와서 데메롤과 바륨을 달라는 환자에 대한 글이 공보닷컴에 올라왔었다.

2.충남지방경찰청 마약수사과에서 공보닷컴 서버를 압수했다.

3.경찰에 첩보를 제공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발견했다.

4.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동안 공보닷컴에서 한의과와 의과가 서로 많이 싸웠다.

5.작년에 한의과대표가 공보닷컴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한 적도 있었다.

6.한의과를 분리하자는 의견이 많이 올라왔다.

7.분리에 반대하는 의견은 거의 없었다.

8.운영진은 공보닷컴에서 한의사 퇴출을 결정했다.

끝.


사실 공중보건의사라는 직종은 현재 한국내에서 유일하게 한양방이 공식적으로 같은 공간 하에서 진료를 수행하는 직종이다.
불행히도 나는 공보의로 편입되기 전까지 의과샘과 이야기를 나눠본적이 전혀 없다. 실제로 의대생 역시 졸업할때까지 한의사를 만나는 경우는 없다. 한방에 대한 적개심이 강한 일부 의사는 죽을때까지 한의사와 대화하지 않고 사망할 수도 있다.

김대중대통령 말씀이..(거물정치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소박한 용어로 청중을 휘어잡는 매력.)

일단 죽이되든 밥이 되든 일단 만나서 서로 이빨을 까야 일이 되는거다.

(나는 재작년에 공보닷컴에 처음 들어가보고 나서 일부 한의학에 문외한인 의사들이 한의사에 대해 가진 적개심이 얼마나 큰지를 알게 되었다. 그것도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그러고보니 양의와 한의는 서로 내부적으로 다양한 계층(교조주의자부터 온건파까지)을 가지면서 외부적으로는 공식적으로 적개심을 갖고 있는 현상이 남북한의 모습과 서로 비슷하다.

대화하지 않는 두 집단.

공보닷컴에 올라오는 글 중에 자신이 수련을 받던 중 한약을 먹고 더 악화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즉 한의사들이 지랄해서 약먹여놓고 그 뒤치닥거리를 양의가 하게됐다는 것인데...그럴 경우 그 의사는 한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처방에 대해 물어봤을까. 안 물어봤을까.

고혈압환자에게 침과 한약을 주면서 양약을 줄여보자고 하는 한의사가 있다치자. 그 한의사가 고혈압약을 처방한 의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상의할까. 안할까.

대부분 전화를 하지 않는다. 서로의 영역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당연히 한의교육을 받지 않고 한의사들은 양의를 '독학'한 한의대 임상교수로부터 양방지식을 교육받는다. 이러니 서로 대화할 수가 없다. 서로에 대해 아는게 없는데 뭘 물어본단 말인가.

본 사이트에서 누누이 지적했지만 현재 한국의료계에서 양한방 사이의 의사소통을 담당하는 직종은 '환자'들이다. 아, 불쌍하다. 환자여... 아픈것도 서러운데 이건 두 집단 사이를 오가며 메신저 역할까지 해야하다니.

이런 암울한 현실 속에서 얼마전 우리 칠곡군에서는 한국의료 역사에 남을 획기적인 발자욱을 디딘 바 있다.

지지난달부터 우리 군에서는 집담회에서 의,치,한의과가 돌아가면서 자신의 분야에 대한 맛뵈기 강의를 시작한 것이다. 이 맛뵈기강의야말로 한국 의료계역사상 최초로 시행되는 의치한의간의 공식적 대화공간으으로 볼 수 있다. (강의료도 3만원에 달한다.)

나는 로컬 개원의들사이에서도 이런 류의 공식적인 대화의 공간이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그것이 온라인이든 오프든간에.

나는 개인적으로 공보의가 되고나서 의과샘들과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한의학이라는 것이 현대의학에 비해 썩 세련되지 못한 학문이며, 좀더 공식적(!)으로 대화를 계속하며 스파링(?)을 뛴다면 우리는 정말 환상의 콤비가 될 수 있다고 나혼자 절실히 느꼈다.

나는 한의학으로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방교조주의자도 아니고, 한방은 미신으로 귀신푸닥거리라고 주장하는 양방광신도도 아니다.

'극좌는 극우와 통한다.'

극좌와 극우가 피튀기며 서로를 욕하며 지랄했던 공보닷컴이라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이번 퇴출사건 이전에 나는 공보닷컴의 민간인 관리자에게 양한방의 격투장이 된 익명게시판을 폐쇄하는 것이 어떠한가는 건의를 했다가 거부당한 적이 있다.
실명으로 토론을 진행하면 글이 안 올라온다는 것이 거부사유였다. 사실 서로에 대해 아는게 쥐뿔도 없으니 실명으로 글을 쓸수 없는 것이다.

로컬에서 흔한 일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모환자가 한약을 먹다가 의사에게 갔는데 그 의사가 '한약은 독약이오. 지금 먹는 한약은 매우 나쁘니 복용을 중단하시오. 녹용은 손발톱같은 쓰잘데없는 조직기관이오.'라고 환자에게 말했다고 하자.
그리고 그 환자가 한의사에게 와서 고스란히 보고(?)했을때(환자가 메신저라는 사실을 상기.) 한의사가 그 의사에게 전화를 거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대부분 미친색히 아냐?라고 욕하고 그냥 넘어감.) 일부 상식적인 한의사들은 그 의사에게 정중하게 전화를 걸어 '당신의 발언을 법정에서도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의사들이 자신의 발언이 경솔했다며 취소하게 된다.

즉 실명을 걸거나 공식적인 장소에서 발언을 할만큼의 총알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 나는 장동익이나 유용상 같은 이들은 적어도 공보닷컴의 찌질이양방광신도들에 비하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들은 이름을 걸고 하니깐.(그들의 주장이 합리적이냐는 문제는 별개.)

(다시 공보닷컴 이야기로..)

어쨌든 이번 사건 이후 공보닷컴 관리를 하는 쪽과의 사적인 접촉을 통해 몇가지 사실을 추가로 확인하게 되었다.

1.충남경찰청에 마약환자를 제보한 것이 한의사라는 증거는 없다.

2.공보닷컴 운영진에 한의사는 없다.

3.운영진에서 한의사 퇴출을 최종결정했다.

4.운영진 측에서는 이번 경찰 수사와 한의사 퇴출은 서로 관계없다고 생각한다.


공보닷컴이라는 것은 아까도 말했지만 공식적인 멋진 대화창구가 될 수 있었다. 운영진에서 몇가지 세련된 장치만 설치했다면 한국 최초로 양한방의 교류의 장소가 될 수도 있었는데, 이걸 날려버린 것이다.

(어느 집단이든 그 집단을 이끌어가는 소수의 브레인들의 역할이 그 집단의 운명을 결정짓는 법이다.  나는 공보닷컴 익명게시판이 한-양의간의 저질 욕설로 도배되는 것에 대해 운영진이 적어도 방조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공정하지는 않았다. 만약 한의사들이 공보닷컴 운영진이었다면 그때도 운영진들이 그랬을까?
나는 내가 사이트를 운영해본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어떤 사이트의 메뉴와 컨셉은 회원들보다는 운영진의 취향과 생각을 가장 많이 반영한다고 본다. 익명게시판에서 한의에 대한 욕을 퍼부어대는 것을 방치하는 것도 넓은 의미로 운영진의 취향과 생각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금 단적으로 공식적인 공중보건의사협의회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한의과 게시판이 따로 설치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의과와 치과는 게시판이 따로 없다. 즉 한의과를 따로 분리하고싶다는 운영진의 의향이 이런 사소한 메뉴구성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img:05050707b.jpg,align=,width=400,height=361,vspace=0,hspace=0,border=0]
<한의과라는 메뉴가 분리되어 있는 공중보건의협의회 사이트. 누군지 모르지만  한의과를 따로 분리하고 싶다는 의향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운영진의 성향은 사이트 곳곳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물론 공보닷컴은 개인들의 사적인 커뮤니티에 불과하다. (컨텐츠역시 게시판 제공이 전부인 허접한 수준.) 하지만 공보의라는 타이틀을 걸었으면 적어도 그에 걸맞는 사려깊은 행동은 필요했다고 본다. 물론 누구를 퇴출하건 말건 그것은 운영진의 자유.


나는 공보닷컴에서 한의사를 퇴출하건 말건 크게 사실 관심이 없다. 누가 뭘로 싸우건 게시판을 익명으로 하건 말건 내  알 바 아니다. 내 목구녕이 포도청이라. ㅋㅋㅋ (원래 임상가의 실력자들은 인터넷에 거의 들어올 시간이 없다. 이 글을 쓰는 본인이 자주 인터넷에 출몰하는 것만봐도 얼마나 허접한 실력의 한의사인지 단박에 알아챌 수 있는 것. 원래 입만 살아있는 것들이 실력은 쥐뿔도 없는 경우가 많으며, 인터넷을 이용하는 빈도수는 실력과 반비례 관계에 놓여있다고 보면 된다.)


이제 더이상 공보닷컴을 배회하며 시간낭비를 하지 않을 한의사샘들에게 행운을 빈다.(병성한의학연구소에서는 이번 퇴출사건으로 공중보건 한의사들의 인터넷사용시간이 연간 50시간 감소하고 임상전투력은 8.5%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더불어 한의사를 퇴출하고 새출발하는 공보닷컴의 무운을 기원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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