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보면 물회라는 메뉴가 있다. 제주도에도 있더라. (사실 뭐 포항에서 물회가 유명하다는데 뭐 그닥 잘 모르겠다. 맛있는지도 모르겠고. 끙.)
물회는 원래 어선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갓잡은 회를 밥에 비벼 먹는 것에서 유래했다. 고깃배의 패스트푸드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 물회 먹는 법이 점점 이상하게 퍼지고 있다. 회에다가 매운 다대기를 넣고 물을 잔뜩 부어서 그야말로 회가 물에 둥둥 뜨는 어처구니 없는 방식으로 먹고 있다. 절대로 기억해야할 점이 회는 물과 상극이다. 회를 먹을 때는 두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1. 칼질을 최대한 적게
2. 물은 최대한 멀리
물회 먹는 법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일단 물이나 육수를 아주 아주 조금 붓고 양념을 비빈다. 물을 부으면 안된다. 양념이 비벼질 점도를 높이기 위해서 넣는 것이지 냉면처럼 부어버리면 회맛을 죽인다. 배와 오이를 반드시 같이 넣어야 한다.
젓가락보다는 숟가락 추천. 양념이 회 깊숙히 배기게 팍팍 비빈다...^^;;
먹을때는 숟가락으로 회를 약간의 국물과 같이 떠먹는다. 떠먹는게 중요.
이때 나오는 국물은 아까 부은 물이 아니라 대부분 오이나 배에서 나온 물이다. 물회를 먹을 때 물을 아예 안 넣어도 배를 많이 넣으면 배에서 물이 많이 나온다. 그게 훨씬 맛있다.
물을 많이 부어놓고, 싱거우니깐 강하고 매운 양념을 들이부어버리면 회맛을 느낄 수가 없다. 이렇게 강한 양념과 물을 잔뜩 부어서 내놓는 집은 대부분 횟감이 저질일 가능성이 높다.
밥도 말아먹지 않는다. 물회는 회덮밥이 아님 ㅡ.ㅡ;;;;;
회를 다 떠먹고 나면 밥을 말아서 먹거나 한다.
회감의 신선도와 맛을 좌우하는 것은 두께와 온도다.
회를 먹을 때는 너무 얇게 썰은 횟감이거나 뜨거운 밥을 말아버리는 것은 회의 맛과 촉감을 느끼기 어렵게 한다.
회라는 것은 고기에 칼을 많이 댈수록 신선도가 팍팍 떨어진다. 너무 얇은 회감은 칼질을 많이 했기 때문에 신선도가 떨어지게 된다. 적당히 두께가 나오는 큰 고기를 한번의 칼질로 먹기좋게 두툼하게 썰어야 선도가 유지된다.
칼을 두번 댄 고기는 한번 댄 고기보다 네배 맛없다. ㅡ.ㅡ (칼질체감의 법칙)
온도도 중요한데 회는 먹기 몇시간 전에 떠서 냉장고에서 온도가 조금 높은 신선실에서 숙성을 시켜야 먹기좋다.
그러자면 그날 점심 식사 손님의 수요를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식당에서 가능하다. 미리 만들어놔야하니깐.
물회를 전문적으로 취급하지 않는 곳에서는 수요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냉동시킨 회를 물회랍시고 내놓는데...이런 식당에는 가급적 가지 않는 게 좋다. 물론 사장은 '손님들 시원하게 드시라고 일부러 회를 냉동했습니다.'라고 말하긴하지만서도.
그리고 수족관도 온도조절이 가능하다. 보통 그냥 바닷물만 담아놓은 걸로 생각하기 쉽지만 수족관도 냉장고와 비슷하게 전기로 온도를 조절하도록 돼 있다. 보통 14도 정도로 돌리는데, 회맛이 좋은 횟집에서는 12도 이하로 돌리는 곳도 있다.(그러면 전기세가 많이 나오겠지만...) 그리고 수족관 온도가 17도 넘어가면 비브리오 생긴다. ㅡ.ㅡ;;;;;;;;
물회의 고장, 포항에도 진짜 물회 잘 하는 곳 찾기가 어렵다. 비싸기만 하고. 서울 같은 곳은 오죽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