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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김씨는 한국내의 한의학 풍토를 가리켜 '수필집 의학'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지금 김씨가 책장에 소장하고 있는 한의학 전공도서의 100%는 수필집에 다름아니다.
"그건 니 생각이고..."
양의는 자기생각을 배제하고 오로지 논문과 데이타로만 이야기한다. 논문에는 기존의 논문과 데이타 외에는 끼어들지 않는다. 반면 한의는 지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자기 생각만 써놓는다. 그러다보니 한의는 엑기스가 들어있는 텍스트북이 아니라 후대로 내려올수록 방대한 양의 임상가들의 수필집을 보유하게 됐다. 그리고 현대의 한의사들은 그 수필집을 토대로 나름대로 '자신의 것'으로 엑기스를 만드느라 뇌가 뽀개지려고 한다. 한의사들의 고민의 근원은 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책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원인은 선배 한의사들에 의해 정제된 메뉴얼이 후대에 전해지는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
(동의수세보원은 이제마 개인의 임상메뉴얼의 성격이 강하다. 동의보감과 동의수세보원을 같이 놓고 보면 이제마가 어떤 기준으로 동의보감 내용을 선별취합하여 자신의 메뉴얼을 완성했는지 감이 온다. 이 짓을 지금 우리 모두가 하고 있는 셈. 병성한의학연구소에서는 이런 현상을 전문학술용어로 '맨땅에 헤딩하기'라고 규정한다.)
"왜 그런데요?"
양의와 한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 질문에 얼마나 오래 대답할 수 있느냐다.
양의: 아밀로테실로산이 카필로프스키 증후군에 투여하는 이유는?
그건 아밀로테실로산이 카필로프스키 증후군을 일으키는 국소적 지질대사 장애를 완화시키기 때문이지.
그럼, 어떤 원리로 대사장애가 완화되는가?
그건 아밀로테실로산이 장내에서 지질대사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홀스모핀 다당체의 전구체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
그럼 그 전구체는 왜 국소적으로만 지질대사를 활성화시키지?
"몰라, 글쎄 그게 그렇더라구.!!"
반면 한의의 경우:
심신이 상하여 발기가 되지 않는 증에 가미보심탕을 쓰는 이유는?
그건 보심탕의 약재들이 인삼은 머시기하고 현삼 단삼은 머시기하고 복령은 머머하고 백자인 산조인이 머머하기 때문이지.
그럼 왜 인삼은 머시기하지?
아 그건 인삼이 원래 성질이 미온하고 머머머하는 약효가 있기 때문이지.
그럼 인삼은 왜 성질이 미온하고 머머머하지?
"몰라, 글쎄 그게 그렇더라구."
양의의 경우 이 "몰라, 글쎄 그게 그렇더라구." 상황에 이르는 단계가 한의에 비해 월등이 높음으로써 질문자의 항복을 받아낸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가야할 점. 데카르트는 한의편이 아니다. 위에서 인삼이 미온하기 때문에 보기하고 그래서 체력이 좋아진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한의는 귀납적이라는 것. 인삼을 먹었더니 힘이 나네 그럼 보기지. 음 그럼 인삼은 미온이라고 하자. 사실 '미온하다'는 것은 뻘쭘하니까 붙여놓은 이론이지 '인삼이 보기한다'는 점의 연역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 한의라는 것이 굉장히 변수가 많은 인체의 상황 하에 굉장히 변수가 많은 약재를 이용하여 치료라는 행위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통제된 환경 하에 단편적 증거들로부터 연역적 추론을 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양의는 통제할 변수가 적지만 한의는 태생적으로 변수의 통제가 안된다. 보중익기탕 안에 대략 1300가지 종류의 다당체가 들어있다. 누가 이것들을 한번 밝혀볼텐가? 니 돈 내서말야.)
"블랙홀 이론"
뭔지 모르지만 A라는 걸 줬더니 B가 튀어나오더라는 것이 한의학의 주된 논지 전개법이다. 물론 이론은 있다. 아주 많다. 이론이 아주 많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쓸만한 이론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꼭 이론이 있어야하는건 아니지만, 자동차수리를 하기 위해서는 메뉴얼이 있는 편이 낫지 않은가.
물론 인체라는 것이 메뉴얼대로 되지 않는다. 허나 그런 비판은 메뉴얼이 있는 다음에야 가능하다. 메뉴얼도 없는 것들이 무슨 '메뉴얼이 다가 아니다'는 주장을 편단 말인가.
어떤 유명한 한의사가 쓴 수필집(굉장히 인기가 높다.)에 보면 환자가 왔을때 특정혈만 죽자고 써보라고 돼 있다. 그러면 그 혈이 어떤 증상에 효과가 있는지 알게 된다고. 감이 잡힌다고.
마치 자동차가 갤갤 거릴때 무조건 라지에타를 때려보라는 것과 같다. 그리고 라지에타를 때렸을 때 해결되는 장애들을 따로 정리하라고...
이것이 바로 메뉴얼 없는 한의사들의 현실이다.
"근데 구조적으로 안된다."
불수산이 산모의 분만시간을 얼마나 단축시키는지 알고 싶다. 그렇다면 이런건 어디에서 연구해야하나?
첫째 연구비를 누가 대느냐다. 불수산을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제약회사가 있다면 손벌려보겠지만, 알다시피 한의학은 특허에 굉장히 취약한 동네다. (전세계에서 한약재를 이용한 대규모 임상시험은 단 한건도 없다.)
누가 돈 100억을 들여서 불수산이 산모분만 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500케이스 정도 연구해서 발표했다고 하자. 그럼 그 돈을 댄 사람은 어떤 이득을 볼 수 있을까. 이득은 없다. 불수산은 독점받지 못한다.
둘째 이런 연구를 어디서 하느냐.
한의사가 분만의 영역에서 손을뗀지 이제 100년이 다 돼 간다. 해방 이후 한의학이 '민간' 중심(99.7%의 한방의료기관이 민간에게 맡겨져있다.)인데다가 국공립병원에 한의사가 접근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분만하는 한방병원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한의사가 대하는 환자풀의 한계가 극심하다. 한방병원이래봐야 온통 중풍재활환자들 뿐이고 그나마도 점점 줄고 있다.
이렇게 많은 한의원들이 이렇게 좁은 환자풀로 먹고사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그것도 글루코사민이나 정어리와 싸워가면서)
이 두가지 문제. 특허담보력이 약한 학문적 풍토상 연구비를 투자받기 힘든 구조와, 환자풀이 한의사들에게 넉넉하지 못하다는 점. 이걸 해결하지 못하고는 한의사들은 맨날 발목 삔거나 들여다보고 카페에 모여앉아 불경기만 탓하고 있을 것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지금 한국에서는 만4천명의 한의사들이 선배들의 수필집들을 탐독하며 형광펜치면서 자신들만의 메뉴얼을 만4천권 만들어내고 있다.
각자의 메뉴얼이 다르니 같은 환자라도 처방이 제각각이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결과.
양의 중에 누가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자신만의 메뉴얼로 환자를 진료한다면 그는 아마 로컬에서 매장당하거나 의사면허를 박탈당할 것이다. 하지만 한의는 모두 그러고 있다.
최근 통장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 한의계 인기 수필집을 다량 구입한 김씨는 한국에서 출판되는 모든 한의사들의 '의학서적의 탈을 쓴 임상수필'을 읽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름하여 피천득계획.
지금 김씨가 책장에 소장하고 있는 한의학 전공도서의 100%는 수필집에 다름아니다.
"그건 니 생각이고..."
양의는 자기생각을 배제하고 오로지 논문과 데이타로만 이야기한다. 논문에는 기존의 논문과 데이타 외에는 끼어들지 않는다. 반면 한의는 지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자기 생각만 써놓는다. 그러다보니 한의는 엑기스가 들어있는 텍스트북이 아니라 후대로 내려올수록 방대한 양의 임상가들의 수필집을 보유하게 됐다. 그리고 현대의 한의사들은 그 수필집을 토대로 나름대로 '자신의 것'으로 엑기스를 만드느라 뇌가 뽀개지려고 한다. 한의사들의 고민의 근원은 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책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원인은 선배 한의사들에 의해 정제된 메뉴얼이 후대에 전해지는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
(동의수세보원은 이제마 개인의 임상메뉴얼의 성격이 강하다. 동의보감과 동의수세보원을 같이 놓고 보면 이제마가 어떤 기준으로 동의보감 내용을 선별취합하여 자신의 메뉴얼을 완성했는지 감이 온다. 이 짓을 지금 우리 모두가 하고 있는 셈. 병성한의학연구소에서는 이런 현상을 전문학술용어로 '맨땅에 헤딩하기'라고 규정한다.)
"왜 그런데요?"
양의와 한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 질문에 얼마나 오래 대답할 수 있느냐다.
양의: 아밀로테실로산이 카필로프스키 증후군에 투여하는 이유는?
그건 아밀로테실로산이 카필로프스키 증후군을 일으키는 국소적 지질대사 장애를 완화시키기 때문이지.
그럼, 어떤 원리로 대사장애가 완화되는가?
그건 아밀로테실로산이 장내에서 지질대사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홀스모핀 다당체의 전구체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
그럼 그 전구체는 왜 국소적으로만 지질대사를 활성화시키지?
"몰라, 글쎄 그게 그렇더라구.!!"
반면 한의의 경우:
심신이 상하여 발기가 되지 않는 증에 가미보심탕을 쓰는 이유는?
그건 보심탕의 약재들이 인삼은 머시기하고 현삼 단삼은 머시기하고 복령은 머머하고 백자인 산조인이 머머하기 때문이지.
그럼 왜 인삼은 머시기하지?
아 그건 인삼이 원래 성질이 미온하고 머머머하는 약효가 있기 때문이지.
그럼 인삼은 왜 성질이 미온하고 머머머하지?
"몰라, 글쎄 그게 그렇더라구."
양의의 경우 이 "몰라, 글쎄 그게 그렇더라구." 상황에 이르는 단계가 한의에 비해 월등이 높음으로써 질문자의 항복을 받아낸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가야할 점. 데카르트는 한의편이 아니다. 위에서 인삼이 미온하기 때문에 보기하고 그래서 체력이 좋아진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한의는 귀납적이라는 것. 인삼을 먹었더니 힘이 나네 그럼 보기지. 음 그럼 인삼은 미온이라고 하자. 사실 '미온하다'는 것은 뻘쭘하니까 붙여놓은 이론이지 '인삼이 보기한다'는 점의 연역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 한의라는 것이 굉장히 변수가 많은 인체의 상황 하에 굉장히 변수가 많은 약재를 이용하여 치료라는 행위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통제된 환경 하에 단편적 증거들로부터 연역적 추론을 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양의는 통제할 변수가 적지만 한의는 태생적으로 변수의 통제가 안된다. 보중익기탕 안에 대략 1300가지 종류의 다당체가 들어있다. 누가 이것들을 한번 밝혀볼텐가? 니 돈 내서말야.)
"블랙홀 이론"
뭔지 모르지만 A라는 걸 줬더니 B가 튀어나오더라는 것이 한의학의 주된 논지 전개법이다. 물론 이론은 있다. 아주 많다. 이론이 아주 많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쓸만한 이론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꼭 이론이 있어야하는건 아니지만, 자동차수리를 하기 위해서는 메뉴얼이 있는 편이 낫지 않은가.
물론 인체라는 것이 메뉴얼대로 되지 않는다. 허나 그런 비판은 메뉴얼이 있는 다음에야 가능하다. 메뉴얼도 없는 것들이 무슨 '메뉴얼이 다가 아니다'는 주장을 편단 말인가.
어떤 유명한 한의사가 쓴 수필집(굉장히 인기가 높다.)에 보면 환자가 왔을때 특정혈만 죽자고 써보라고 돼 있다. 그러면 그 혈이 어떤 증상에 효과가 있는지 알게 된다고. 감이 잡힌다고.
마치 자동차가 갤갤 거릴때 무조건 라지에타를 때려보라는 것과 같다. 그리고 라지에타를 때렸을 때 해결되는 장애들을 따로 정리하라고...
이것이 바로 메뉴얼 없는 한의사들의 현실이다.
"근데 구조적으로 안된다."
불수산이 산모의 분만시간을 얼마나 단축시키는지 알고 싶다. 그렇다면 이런건 어디에서 연구해야하나?
첫째 연구비를 누가 대느냐다. 불수산을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제약회사가 있다면 손벌려보겠지만, 알다시피 한의학은 특허에 굉장히 취약한 동네다. (전세계에서 한약재를 이용한 대규모 임상시험은 단 한건도 없다.)
누가 돈 100억을 들여서 불수산이 산모분만 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500케이스 정도 연구해서 발표했다고 하자. 그럼 그 돈을 댄 사람은 어떤 이득을 볼 수 있을까. 이득은 없다. 불수산은 독점받지 못한다.
둘째 이런 연구를 어디서 하느냐.
한의사가 분만의 영역에서 손을뗀지 이제 100년이 다 돼 간다. 해방 이후 한의학이 '민간' 중심(99.7%의 한방의료기관이 민간에게 맡겨져있다.)인데다가 국공립병원에 한의사가 접근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분만하는 한방병원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한의사가 대하는 환자풀의 한계가 극심하다. 한방병원이래봐야 온통 중풍재활환자들 뿐이고 그나마도 점점 줄고 있다.
이렇게 많은 한의원들이 이렇게 좁은 환자풀로 먹고사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그것도 글루코사민이나 정어리와 싸워가면서)
이 두가지 문제. 특허담보력이 약한 학문적 풍토상 연구비를 투자받기 힘든 구조와, 환자풀이 한의사들에게 넉넉하지 못하다는 점. 이걸 해결하지 못하고는 한의사들은 맨날 발목 삔거나 들여다보고 카페에 모여앉아 불경기만 탓하고 있을 것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지금 한국에서는 만4천명의 한의사들이 선배들의 수필집들을 탐독하며 형광펜치면서 자신들만의 메뉴얼을 만4천권 만들어내고 있다.
각자의 메뉴얼이 다르니 같은 환자라도 처방이 제각각이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결과.
양의 중에 누가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자신만의 메뉴얼로 환자를 진료한다면 그는 아마 로컬에서 매장당하거나 의사면허를 박탈당할 것이다. 하지만 한의는 모두 그러고 있다.
최근 통장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 한의계 인기 수필집을 다량 구입한 김씨는 한국에서 출판되는 모든 한의사들의 '의학서적의 탈을 쓴 임상수필'을 읽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름하여 피천득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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