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나라 한국.

Essays 2005. 8. 17.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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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트러스트를 읽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는 고신뢰사회.
중국, 이탈리아, 대만, 한국은 저신뢰사회
저신뢰사회일수록 혈연중심주의 기업과 대규모 국영기업이 번성한다고 한다.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유교 문화가 아직 건재한 나라. 지연과 학연이 끈끈한 나라. (한국관료들은 유럽식 사회보장제도를 동경하는데 부모를 공경하는 한국의 유교문화를 더욱 공고히하는 것이 훨씬 국민들에게 거부감이 적다고 본다. 자식 모시는 부모에게 지원금을 지불하고 자식이 없는 부모는 국가가 대신 봉양하도록!)

한국은 진정한 시민사회 민주주의가 아직 정착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직도 대통령은 왕처럼 인식하는 백성들이 많으니. 단 한번도 순수한 봉건제도를 겪어본 적이 없는 나라. 이거 굉장히 중요한 거다.

후쿠야마는 박정희를 (비정치적인 면에서) 호의적으로 평가해놓았다. 내가 보기에 박정희라는 인간은 참 흥미로운 주제다. 후쿠야마는 정부가 재벌에게 '삽으로 돈을 퍼주었다'고 기술했는데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이 단시간에 엄청난 성장을 이룩한 배경에는 박정희가 이들 기업을 따뜻한 국내가 아닌 허허벌판의 국외로 나가 물건을 팔아올 것을 다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 적어도 박정희가 절대권력을 가지고도 한국이 필리핀꼴 나지 않은 것에 대해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본다.(그의 반민주주의적 성향은 별개의 주제다.) 그리고 인정하긴 싫지만 일본이 한국의 역할모델을 했다는 점도.

경제사회적으로 낙후된 후진국이 경제성장과 민주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상황에 놓였을때, 민주를 선택한 나라는 경제성장을 이루지 못했고, 경제성장을 선택한 나라는 민주주의를 이루어냈다. (일단 배가 불러야 정치의식도 깨어나는 법이다.) 그런의미에서 나는 한국이 통일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남한만큼 경제성장을 하도록 돕는 것이 가장 첩경이라고 생각한다.


흥미롭게도 혈연중심 저신뢰사회인 한국에서 그룹을 세습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대우그룹과 최초의 전문경영인을 식구로 받아들인 기아자동차는 아이러니하게도 망해버렸다.
반면 두 형을 바보 만들고 막내 건희에게 전재산을 물려준 삼성은 대박났다.

후쿠야마는 혈연중심의 사회에서 창업주가 사망하고 난 후, 능력이 일천한 자식들이 회사를 말아먹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한다. (진로와 해태를 보라.)


후쿠야마 왈: 한국은 계급의식이 강한 나라이지만, 3가지 독특한 문화와 제도로 인해 계층간 격차를 완충시키고 있다.
먼저 보편적인 교육제도(한국인의 교육열은 가히 세계최고다. 고등학교 못나오면 대접 못 받는 나라가 한국 아닌가!)
그리고 한방에 신분을 끌어올릴 수 있는 대입제도,
마지막으로 모두를 평등하게 만들어버리는 군대제도.(한국인들이 유난히 병역기피자에게 격분하는 것, 이회창이 두번이나 낙선한 것. 이회창이 다른 비리를 저질렀더라도 2연패했을까? 이것은 군대라는 제도가 한국에서 계급간 평등을 실현시키는 중요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편적이던 교육제도와 한방 부르스 대입제도가 점점 빈부격차에 따라 그 영향력이 감소되고 있는 것은 사회통합에 좋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력이 낮은 부모 밑의 두뇌가 우수한 어린이들을 국가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어야 한다. 가난한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양질의 사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기 때문에 입시에서 부자집 아이들보다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빈곤한 가정에 생활보조금을 주는 것처럼 가난한 아이들에게는 "빈곤가산점"을 주어야 한다고 본다. 어떤 게임이든 공정해야 뒤탈이 없다. 첨언하자면 능력은 뛰어나지만 가난한 사람은 부자이면서 능력이 떨어지는 배우자와 결혼해야 한다. 사회통합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농부의 아들이었다. 다이나믹 코리아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 돈없고 볼것없는 시릴로들은 귀족 가문의 마리아 호아키나에게 열심히 뻐꾸기를 날리자~!

삼성에 시집간 고현정에게 사회통합에 기여한 점을 인정하여 국가에서 표창장을 수여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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