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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밤, 배낭을 짊어진 김씨가 왜관역 플랫폼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리산 단독종주에 나서는 길. 김씨가 개원하게 되면 이제 다시는 종주할 시간적 여유가 없으리라는 예상 아래 병성산악연맹에서는 당초 화엄사-대원사 3박4일코스를 추진했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모두 '회사 짤린다'며 외면하여 결국 최인혁씨와 전격적으로 2박3일 일정에 합의. 떠나기로 했으나 출발직전, 최씨가 개인적 사정으로 동행하지 못하게 되어 갑작스럽게 홀로 떠나게 됐다.

본지 기자가 이번 종주길의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하여 밀착취재하였다.



22일 저녁, 삼부쇼핑 건너편 해장국집에서 밥을 한그릇 먹고 돌아온 김씨. 관사 거실에서 급히 배낭을 꾸리고 있다.
짐을 줄이고 줄여 결국 20kg으로 만들고 말았다!(인간승리) 그래도 한손으로 '울러메는'것은 불가능. 기차 선반에 올려놓는 것도 불가능. 지게 질때처럼 배낭 밑으로 기어들어가서 벌떡 일어서야한다는..ㅡ.,ㅡ;;;;;;;; 기차 안에서 이 짓하면 사람들 다 쳐다본다.





왜관역 플랫폼. 처음부터 혼자 가기로 했으면 이렇게 밤에 떠나는 무리를 하지는 않았을텐데...공보리가 남는게 시간인데..ㅠ.ㅠ




대전역에 11시경 도착했다. KTX가 생기고 나서 무궁화는 매일 연착한다!




택시를 집어타고 서대전역에 도착했다.





서대전역에서 구례로 내려가는 기차를 기다리며...
아직 가지산 갔다온 피로도 다 풀리지 않았고, 잠도 거의 못 자는데...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태어나서 이렇게 무거운 배낭도 처음 져보는데...흑흑



이날 밤기차를 타고 새벽 3시반 무사히 구례구역에 도착했다. 역사를 나서자 십여대의 택시가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여기서 성삼재까지는 택시를 타고 가야하는데, 전날 지리산에 눈이 와서 성삼재가 모두 얼어있다고 기사들이 걱정이다. 그 중에서 흰색 NF소나타를 갖고 있던 아저씨가 "자자, 성삼재 가실분들~ 혼자 오신 분들 짝맞춰서 오세요."라며 재촉했다. 일인당 만원.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은가!(구례-성삼재 버스는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운행하지 않는다. 길이 얼어서.)

아저씨한테 물었다.
"아저씨, 성삼재까지 갈 수 있어요? 시암재에 내려주시면 안되는데예. 꼭 성삼재까지!"

"허허, 근데 성삼재에 눈이 와부렀어. 갈 수 있을지 모르겄지만, 일단 한번 최대한 올라가볼께요. 자자, 배낭 주시고.."

배낭이 트렁크에 안 들어간다. ㅡ,.ㅡ;;;;;; 반쯤 걸쳐놓고 아저씨가 시동을 걸고 출발.

거짓말처럼 시암재까지 도로는 깨끗하다. 그런데 시암재 위로 올라가는 순간. 도로가 모두 빙판이다. 군데군데 얼어있는 것이 아니라. 도로가 아이스링크처럼 두껍게 얼어있다.

아저씨가 "내가 차 뽑은지 5일 됐거든. 아, 새차로 이러면 안되는데 돈벌려면 할 수 없지. 타이어가 새거라서 성삼재까지 갈 수 있을거야."라며 기어를 1단으로 내린다.
(우리는 빙판을 만나면 서행을 하는데 아저씨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40KM이상 충분히 속력을 내서 탄력으로 올라갔다. 차가 미끄러져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며 정속주행에 신경쓴다. 타이어가 마모되어있으면 절대 못 올라간다고 한다.)

이날 우연히 새차를 얻어타고 30분간의 '서커스'에 동참한 끝에 우리는 무사히 성삼재 주차자에 도착했다. "셀파" 기사아저씨는 조심해서 산행하라하고 산을 내려갔다.





택시에서 내리니까 순간 얼굴을 때리는 엄청난 바람과 추위에 놀라 서둘러 배낭에서 자켓을 꺼내 입고 랜턴을 꺼냈다. 데날리의 패스트팩이 왜 유용한지 절실하게 깨달은 순간이었다. 자켓을 꺼내 입는데 10초도 걸러지 않았음. (써미트사장님 감사합니다)


인적이 없는 추운 산길. 칼바람이 윙윙 귓가를 울리지만 고개를 들어보니 머리위로 쏟아질듯이 별이 많다. 10년전에 내연산에서 본 별만큼 많다. 거기다 달빛이 은은하게 길을 비추고, 랜턴이 없어도 걸어갈 수 있었지만, 무서워서 랜턴을 켰다.

약 1시간 정도 걸어서 새벽 5시 7분 노고단에 도착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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