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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 지소에 머물지 않아도 되는 밤. 내일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보건소장과의 오찬회동에 나가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을테지만, 아직 옮겨야할 짐과 마음, 그리고 정리해둘 일이(특히 퇴직금을 타먹기위한..) 너무 많다. 특히 컴퓨터!! 그리고 엄두가 나지 않는 냉장고~(냉장고를 폭파시키고 떠나는 걸 고려해봄직)

아까 저녁에 금오산과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은실이와 같이 출동했는데, 산에서 벚꽃눈이 쏟아졌다. 꽃잎으로 샤워! 다행히도 아직 겹벚꽃은 피지 않았다. 아마 꽤 오랫동안 금오산 벚꽃은 못 보리라.

저녁에는 류선생과 개원에 대해 무려 한시간이나 전화통화를 했다.(남자끼리 한시간이라니..이런 몹쓸 경우가 있나!!!) 내 인생에 참으로 풀기 어려운 숙제 두가지가 남아있다.

점심때는 지소 식구들과 마지막 점심밥을 먹었다. 벌써 3년이나 같이 있었군.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소주도 한잔~ 앞으로 지소에 두세번 정도 방문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주에 영풍문고에서 삐대다가 정말 극적으로 발견한(다른 곳에선 품절된) 책. 그 자리에서 당장 사서 읽기 시작했는데, 내려오는 기차에서 읽다가 눈알이 빠지는 줄 알았다. 오늘 아침까지 읽는데, 와 이건 정말 돈으로 따질 수 없는...큰형같은 책이 아닌가. 너무재밌어서 쇼파에서 살짝 뒹굴어줬다. ㅡ.ㅡ;;;;;;


아레뜨 멜빵에 달려있는 호루라기를 시험삼아 불어봤다가 귀가 떨어져나가는 줄 알았다. 이게 호신용일까. 청각장애유발하여 강도를 체포하는 흉기일까..

은행에도 가야하고 책상밑에 넣어둔 사진도 빼내야하고, 책상, 카메라박스도 정리해야한다. 냉동실에 넣어놓은 놈들을 어디다 버린담. 묻어버려야겠다

변화란 참 인간의 몸과 마음을 무겁게 하는군.

복무기간과 상관없이 하룻밤 더 묵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 너무 쪽팔리게된다. 공공기관 무단점유가 될라나. 아무튼 내일 서둘러 물건 챙겨서 떠야겠다.

3년동안 나름대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정작 나의 일과를 담은 사진이 없다. 이런ㅡ.ㅡ;;;;이런

처음 관사에 들어가서 잤을때가(비가 오던 아주 청승맞던 날이) 생생한데, 아니 내일 떠나야한다니!

아, 88식당은 정말 가기 싫은데. 내일 오찬회동이 88식당에서 개최될 가능성 99%. 과연 소장님은 소고기를 사줄 것인가. 돼지고기를 사줄 것인가.

그리고 나의 접시는?

근데 이게 축하받을 일이 맞긴 맞나?

떠나지도 않았는데, 지금 진료실 책상에 앉아있는데도 벌써 기산의 고요한 밤이 그립다.

<13일 새벽, 기산면에서 잠못드는 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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