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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인가.
아니다. 어린이보다 못한 어른은 얼마나 많은가.

요 며칠 로커의 소동을 보면서.
어른과 어린이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린이는 감정적으로 행동하고, 어른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 어린이는 파국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잘잘못을 가려 사과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어른은 파국만은 피하려한다. 파국을 피하기 위해 더 좋은 관계를 위해 어른은 잘잘못을 떠나 자존심을 잠시 접어둘 줄도 알고, 먼저 손내밀고 머리숙일 줄도 안다. 그것은 비굴함이나 굴복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기본테크닉이다. (사과하는 것이 얼마나 자존심 상하고 내키지 않는 일인지 잘 안다. 하지만 사과할 줄 모르는 자와 대화하는 것만큼 답답하고 피곤한 일은 없다!)
어린이는 작은 일면을 붙잡고 늘어지며 현재의 시시비비에 집착하고 어른은 큰 틀에서 문제를 바라보며 서로간의 미래의 윈윈관계를 중요시한다.


사과란 무엇인가.
사과는 잘못했을때 하는 것만이 아니다.
사과란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도 결과적으로 불쾌감 내지 손해를 끼쳤을때 마땅히 해야하는 것이 사과이다. 이런 것은 시시비비를 따지는 논리사고력이나 누가 더 지능적으로 변론을 펼치느냐의 관점이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하는 인품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이런 것은 단시간의 학습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년간 꾸준히 가정교육으로 학습되어야 하는 것. 그래서 결혼할 때 배우자의 인품을 가장 우선으로 보라는 조언이 있는 것이다.

내가 ER의 카터라고 했을때, 최선을 다해 응급조치를 했더라도 결국 사망했다면 비록 내가 '잘못은 없더라도' 그 결과에 대한 도의적인 사과는 필연적인 것이다.

'저로선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이렇게 돼서 죄송합니다' -어른이 하는 말

'저로선 최선을 다했으므로 결과가 좋진 않지만 잘못은 없습니다.' -어린이가 하는 말


위기의 주부들에서 가장 빛나는 캐릭터 '르네'를 보라.
그녀의 대사 중에 이런 말이 몇번 나온다.

"사실 내 의도는 이러이러했는데, 결과적으로 당신에게 저렇게 된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해. 난 그저 이러이러하려고 그랬던거야."

'의도'와 '결과'를 구분하는 것. 상대에서 의도를 설명하고 그 의도와 다른 '결과'에 대해 사과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어른이라면 마땅히 습득해야할 첫째 덕목이다.
우리 인간관계에서 모든 다툼은 이 '의도'와 '결과'를 구분하지 못하는데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어린이들이 혼인하여 저지르는 대부분의 부부싸움이 이런 초보적인 미숙함에서 초래된다.

"당신 처남 말이야. 백수가 자랑이야? 내 말이 틀렸어? 처가집에서 돈 좀 고만 타쓰라고 했을 뿐인데,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내가 뭘 잘못했냐고."

"내 의도는 처남이 좀 더 착실하게 살아서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한건데 나의 표현방법이 거칠어서 당신 마음을 상하게 한 것 같아 미안해. 내 의도가 그럴려고 했던 말이 아닌데.."

이런 멘트들은 대학에서 가르쳐주지 않는다. 정작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생활수단인데도 불구하고...

(부부싸움 뿐만 아니다. 사소한 동네싸움에서 국회 정치판까지 의도와 결과를 구분하여 설명하고 사과하지 않는 풍토로 인해 사회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일에도 사과가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으며, 의도와 달리 다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르네처럼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초래한 결과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설명할 것은 설명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면 인생이 훨씬 부드럽다.

드라마는 시간 때우라고 보는 것이 아니다. 드라마는 인간관계의 테크닉과 자신의 사회적 역할에 요구되는 덕목과 말솜씨를 익히는 훌륭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나이 먹었다고 학습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세상사는 법을 익히지 못한 '어른의 탈을 쓴 어린이'가 얼마나 많은가.

사족1. 껌사라고 내미는 할머니에게 어린이는 "싫어요."라고 말하고, 어른은 "할머니 죄송한데 다음에 살께요."라고 말한다. (껌을 안 사는것이 잘못한 일도 아니고 죄송하다 할일도 아니지만 죄송하다고 할 줄 아는 것. 그것이 어른이다.)

사족2. 어린이는 식당 종업원을 부를때 "아저씨" "아줌마!" "아가씨"라고 부르며, 어른은 "여기요"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사족3.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때 어린이는 "싫어."라고 말하고 어른은 "나도 해주고 싶은데 내 입장이 이러이러해서 지금 좀 곤란하다."라고 말한다.(친구의 부탁을 거절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자신의 '의도'를 솔직하게 설명할 줄 아는 자, 어른이다.)

사족4. 대화를 하다보면 이 사람이 어른인지 어린이인지 금방 드러난다. 어린이는 "그게 아니야" "아니아니~"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어른은 "그렇지" "그러게" "그러니까"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어린이는 상대방의 말실수나 잘못 알고 있는 것에 눈을 번득이며, 어른은 상대가 말하고자하는 '큰뜻'을 참작해서 대화를 이끈다.

어린이들의 대화

어린이 : "디젤차 요새 매리트가 없어~"
어린이2: "왜 매리트가 없냐. 연비도 좋고 그래도 휘발유보다 싸고."
어린이: "너 요새 디젤차 연비가 얼만 줄 알어? 수리비도 비싸."
어린이2: "그럼 니가 승용차를 몰아봤냐? 알지도 못하는게. 적어도 휘발유를 논하려면 최소한 3개월은 몰아봐야"
어린이: "난 소나타, 아반데 다 몰아봤다. 내 말이 맞아."
어린이2: "아냐 내 말이 맞아."



어른들의 대화는 다음과 같다.

어른: "디젤차 요새 매리트가 없어~"
어른2: "그렇지? 요새 기름값이 너무 올랐더라구."
어른: "수리비랑 연비랑 따져보면 차라리 승용이 나아"
어른2: "니말도 맞긴한데 승용도 이래저래 힘들어."
어른: "그렇지? 차몰고 다니지 말아야할까봐."



당신은 어른인가?
어른의 탈을 쓴 어린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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