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리그...

Essays 2006. 1. 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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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김도형을 티비에서 봤을때가 아마 98년도인가 99년도인가. 세계 스타대회에서 (그 당시에는 리그가 없었고 토너먼트 경기가 많았다.) 세계1위를 했다고 인천방송에서 나왔던 것 같다.
그때 그가 컵라면을 먹으면서 게임방에서 먹고자며, 이렇게 말했었다.

"앞으로 게이머가 직업이 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곧 은퇴하고 아주 타이밍좋게(이기석과 달리) 해설자로 전향하여 굳건한 입지를 굳혔다. 내가 보기에 국내 해설자 중에 가장 판세를 읽는 눈치가 빠르다. ㅡ.ㅡ;;;(시청자와 보는 눈높이가 같은 "아. 지금 탱크가 포격을 하고 있습니다."-탱크쏘는지 누가 모르나-는 식의 엠비시 해설과는 차원이 다르다.)
김도형이 가장 인상깊게 저지른 짓은...어떤 스타리그 결승전이 끝나고 무대에서 "박소현씨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했던 것. 그것도 생방송에서. 그런데 슬프게도 박소현씨는 김도형의 프로포즈를 거부했다. 그리고 얼마후 김도형은 그 자리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던 어떤 여성 게이머와 결혼했다. 인생이란 그런것!

그 즈음해서 신림동 쑥고개 근방 게임방에서 테란을 아주 잘하는(당시에 테란은 굉장히 귀찮고 승률도 낮은 종족이었다.) 청소년이 한명 있었는데 그가 바로 임요환이다. 임요환은 한빛소프트 스타리그부터 코카콜라리그까지 '환상의 드랍쉽'을 보여주며 테란팬들을 열광시켰다. 그의 동기(?)들이 모두 은퇴했음에도 불구하고 피나는 노력과 연습으로 지금까지 메이저 리그에 모습을 드러내며 그는 심지어 결승까지 오른다! 긴 생명력,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 그것만으로도 그는 최고의 게이머다.

임요환이 한창 이름을 날리고 있었을 때, 인천방송 주장원전에 구미에서 올라왔다는 한 청소년과 주장원을 놓고 붙은 적이 있었다. 맵이 스노우바운드였던 기억이 난다. 엄청난 속도와 물량으로 임요환을 박살내버린 그 고등학생이 바로 이윤열이었다. god의 김태우와 함께 구미가 배출한 스타 중 한명.

스타리그를 말할 때 정일훈을 빼놓고 말할 수가 없다. 정일훈. 원래 인천방송 아나운서였으나 그 따뜻한 직장을 버리고(물론 인천방송 후에 부도났지만..ㅡ.ㅡ;;) 당시 아무도 하지 않던 게임 캐스터를 시도한다. 그리고 게임대회기획사를 차렸는데(잘 되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 사람이 온게임넷으로 옮기고 몹시 버벅거리는 엄재경과 김도형을 데리고 게임중계를 했는데 엄전김 트리오라고 불릴 정도로 환상의 중계를 했다. 역대최고!
그런데 스타리그가 최고조의 인기를 구가할 때 정일훈은 돌연 스타를 떠난다. 자신이 인천방송에서(?) 데려온 후배 아나운서를 대신 그 자리로 밀어놓고 자신은 비주류 게임을 중계한다. 그는 정일훈이 유명해지는 것보다 게임 케스터라는 직업이 더욱 자리잡기를 바랬던 것 같다. 나도 이런 형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엄재경. 이 아저씨는 원래 만화스토리 작가였다. 어떤 계기인지 모르지만 투니버스 pd였던 황현준과 술자리를 갖고 스타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엄재경의 말빨에 황pd가 뿅가버렸다. 그래서 같이 게임해설을 하자. 그렇게 된건데...처음 엄재경의 버벅거리는 말투를 들었을때는 무쟈게 귀가 거슬렸으나 지금은 마치 동네형 같다.ㅡ.ㅡ;;;;;;;;;;


스타를 하는 것은 노가다같아서 아주 싫어하지만 보는 것은 즐긴다. 수많은 게이머들이 뜨고 지고 했지만 스타는 여전히 쓸만한 구경거리다. 마치 어렸을 적 오락실에 아주 잘하는 형이 나타나면 친구들 모두 그 주위로 모여서 어깨 너머로 구경하는 기분이랄까.

스타리그에 나타났다 사라진 사람들의 명멸을 보면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타이밍 좋은 러쉬'라는 것을 느낀다. 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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