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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한노라는 말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매한노의 정의는 이렇다.

 

후배 한의사의 미래를 팔아먹는 놈들.

 

지난 10여년간 나는 협회를 멀찍이서 지켜보았다.

 

유기덕의 "가루약을 많이 줍시다"

김현수의 "감기환자를 많이 봅시다"

김정곤의 "삼복첩을 붙여줍시다"

 

 

나는 몇년전에 이 블로그에 한의사들이 환자같지도 않은 환자들을 본다고 글을 썼다가 온갖 악플을 다 받아봤다.

http://bktoon.com/2240

 

그 동안 뭐가 변했을까?

더 힘들어졌다.

오늘날 한의학의 위기는 '경쟁력 상실'일 뿐이다.

한의사인 나도 대학한방병원에 어떤 환자를 보내줘야할지 모르는데, 일반인은 오죽 하겠나.

혹시 경주 동국대 한의대 부속 병원에 가보았나?

 

안타깝지만 부속한의원 신세가 된지 오래다.

치욕스러운 일이지만 임상교수들은 부속 한의원으로 출근한다.

그 곳에는 인턴도 레지던트도 없다. 교육의 기능을 상실한 공간으로 임상교수들이 출근한다.

 

나는 이미 10년 전에 이런 상황을 예측했다. 지금 스스로 생각해봐도 대단한 통찰력이다.

근데 실제로 부속한의원으로 추락할 줄이야!!! 나도 충격이긴 하다.

http://bktoon.com/74

 

어제는 경희대 강남한방병원이 폐업을 한다고 했다.

 

내가 이 블로그에서 한의사들이 3번의 격리를 겪었다고 지적한 바가 있다. 격리 격리 격리!

http://bktoon.com/2486

 

지긋지긋한 격리의 시대를 지나고 나서 우리에게 닥친 것은 한방병원 퇴출과 한의대 입시컷 하락이다. 상위 0.03%로 입학한 내 동기 초이군이 보면 탈영 실정에 걸릴 정도로 입학컷이 내려갔다.

 

 

매한노 이야기를 해보자.

 

한의사들에게, 정확히는 후배 한의사들에게 1차의료인으로 살아가라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놈들이 가장 악질적인 매한노들이다.

 

한의사가 1차 의료인으로 살아가면 그냥 다 죽자는 말과 같다.

환자 같지도 않은 출석도장 찍어대는 할매들만 끌어안고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반대로 가야 한다.

어렵더라도 가야 한다.

그래야 한의사가 산다.

 

1차 의료인으로 살아갈 것을 강요받지 말라. 깨쳐라. 눈뜨고 일어서서 뺨을 휘갈겨라.

환자 같은 환자를 봐라.

한의대 교수들이 보여준 질낮은 임상교육은 쓰레기통에 갖다 버려라.

그것이 한의학의 100% 모습이 아니다.

교수들이 보던 환자보다 더 어려운 환자를 봐야한다.

진짜 환자같은 환자를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런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하라

양방에서도 어렵고 오갈데 없는 어려운 환자들을 끌어안아야 한다.

그래야 한의사가 경쟁력이 있다.

GP같은 한의사는 경쟁력이 없다. 뭔가 하나의 전문과로 자리잡을 만큼 한의사가 유독 잘 다루는 질환, 특별한 술기와 능력이 있는 한의사가 돼라.

스페셜리스트가 돼라. 이것은 1차의료와도 맞닿아 있다.

폐렴 청진이 안 되는데 감기환자를 어떻게 보냐. 구미강활탕 줄 줄 안다고 감기환자 볼 수 있냐?

우리는 GP가 아니라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다.

 

감기환자 많이 보고 가루약 많이 떠안기고 삼복첩 붙여주는 게 과연 한의사, 후배 한의사들의 미래 밥그릇을 키우는 일이었나 되새겨봐라.

물론 지금 개업해있는 선배 입장에서는 그런 정책이 매우 효과적이다. 당장 내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니.

하지만 후배들은?

 

한의사들의 페이시장은 이미 포화를 넘어서 붕괴되기 직전이다.

이게 얼마나 큰 핵폭탄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들이 곧 개원가로 쏟아진다.

뭘 할 것인가?

 

모두 1차의료인이다. 왜냐. 할 줄 아는게, 배운 게 그거니까.

미안하다. 후배들아 그 곳에는 너희들의 미래가 없다. 그곳은 아비규환이다. 계란까주고 국수끓이는 곳이다.

도망쳐라!

 

반대로 가라.

아직 늦지 않았다.

쉬운 길이 보이거든 뒤돌아서라.

 

사실 한의대 임상교수들이야말로 어려운 질환, 어려운 길을 가야하는데, 고작 하는 짓이라고는 공진단, 경옥고나 팔아먹고 힐링센터 같은 거나 하고 있으니.

그들이야말로 잠재적인 매한노들이다.

 

어려운 길로 가라. 어려운 환자. 힘든 환자를 봐야 살아남는다.

격리되면 죽는다.

한의학이 왜 필요한지 그 곳에서 증명하라. 그래야 생존할 것이다.<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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