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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울에 사는 비키입니다. 저희 시어머니는 시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아들 둘을 키웠습니다. 20대에 결혼해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최대한 잘 맞춰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반찬도 시어머니가 해달라는 레시피대로 다 해드리고 매년 김장도 하고, 모든 걸 다 맞춰드리며 10년 이상 한 집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저희가 아무리 배려를 해드려도 잘 삐지시고 말도 사납게 하십니다. 본인 힘들었던 옛날 이야기와 불만 불평을 듣고 우울한 이야기 듣는데도 이젠 너무 힘이 들어요.

저는 그 시어머니인 제인입니다. 제가 40살에 남편을 사별하고 서울에서 일해가면서 아들 둘을 키우느라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내가 얘들을 얼마나 힘들게 키웠는데 그걸 몰라줘요. 지금 나이가 되니 인생이 허망하고 허전해요. 아들 며느리는 내 마음을 몰라요. 내가 섭섭하고 서운한 티를 조금만 내도 며느리는 또 내가 성질부터 낸다고 하고. 시간이 갈수록 서로 감정이 상해가는데 이 관계를 어떻게 풀어야할지를 모르겠네요.

 

- 두분이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군요. 가족레벨에서 두분은 D급 가족이에요. 서로 선택하지도 않았고 혈연도 아니고 키운 정도 없어요. 사실상 거의 남이죠. 남편이라는 매개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엮인 관계에요. 결국 둘 사이는 뭐냐? 남이에요 남. 지금 신랑이랑 이혼하면 시어머니랑 연락할 거 같아요? 절대 안 하죠. 바로 나가리에요. 그만큼 불안불안한 사이에요. 지금 한 집에 살죠? 그게 왜 불편하냐면 남이라서 그래요. 우리는 남이랑은 같은 집에 살지 않아요.

우리가 남에게는 예의를 갖춰야해요. 마치 식당아주머니 대하듯이. 우리가 식당에서 밥사먹고 나오면서 뭐라고 해요? "잘 먹었습니다." 하고 계산하고 나가죠. 그게 우리가 남을 대하는 태도에요. 예의에요. 예의. 며느리가 김장을 했잖아요? 그럼 "아이고 우리 며느리 너무 수고 많이 했다."라고 우리가 가사도우미 아줌마 대하듯이 기본 멘트를 깔아야해요. 이왕이면 용돈도 찔러주면 금상첨화에요. 그게 D급 가족끼리 살아가는 첫번째 룰이에요. 딸은 A급이고 며느리는 D급이에요. 우리가 남끼리는 쿠션어, 콩기름 열라 많이 쳐야해요. 안 그러면 계란후라이가 타버려요. 딸한테는 "으이구 이 가시나야"해도 되지만 며느리한테 "이 가시나야"하면 큰일 나는 겁니다. 친정에 가서는 엄마한테 "내 왔데이~"라고 하고 방바닥에 굴러다녀도 되지만, 시댁가면 "어머님 저희 왔습니다."하고 90도 인사해야해요. 남이니깐요. 그래야 해요. 콩기름 열라 바르는 겁니다.

우리가 식당 아줌마한테 내 젊었을 때 힘들었던 거 이야기하나요? 안 합니다. 그런 거 이야기해봐야 아줌마가 듣지도 않아요. 시어머니 힘들게 지낸 거 며느리한테 티내면 며느리가 그걸 어떻게 받아주나요? 그런 건 아들한테 호소하시고 며느리한테는 철저하게 예의범절을 지키세요. 며느리도 시어마씨를 엄마처럼 대하면 안돼요. 결국 그게 독이 돼요. 서운하고 섭섭해져요. 시어머니는 엄마가 아니에요. 예의를 지키시고 할만큼만 해드리고 기대치를 낮추시고 무엇보다 시어머니를 향해 '교사의 마음'을 갖지 마세요.

아유 우리 어머니는 왜 저런 말을 하실까? 왜 저런 행동을 할까? 안 저래야하는데 안 저랬으면 좋겠다. 저거 교정해야하는데 저거 잘못된 거 같은데... 이런 마음이 바로 교사의 마음이에요. 본인이 시어머니의 선생님이에요? 아니죠. 아랫사람이죠. 시어머니가 본인 딸이에요? 아니에요. 상대방의 언행을 교정하고 싶은 마음, 그런 교사의 마음부터 버리세요. 본인은 그럴 자격도 능력도 없어요. 어디 40살 밖에 안 먹은 애가 80년의 세월을 재단하고 평가해요? 그 세월의 누적을 이길 수 있을 것 같나요? 교정이 되겠어요?

별 일 아니고, 서로의 관계를 착각해서 생기는 해프닝일 뿐입니다. 다시 정상궤도로 돌아가면 돼요. 지금은 너무 궤도가 서로 가까워져 있어요. 비키와 제인 두 분 사이가 조금 더 멀어져야 한다구요!! 더 멀어지세요. 조금 더 남에게 하듯 예의를 갖추고 쿠션 콩기름을 쳐야해요. 서로 D급 가족임을 꼭 잊지마세요.<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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