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생명일기

Reviews 2004. 6. 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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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일기
루이스 최 지음 김유진 번역
1995년
김영사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난 한국인 2세가 쓴 일기를 책으로 만들었다.
그의 아버지는 미국에서 성공했으나, 한국이 그리워 귀국했다. 어느 일요일 교회에서 기도를 드리는 도중, 아버지는 의식을 잃는다.
다중동맥류 파열.

소식을 들은 루이스는 학교를 그만두고 아버지에게로 달려온다. 이미 식물의 단계로 내려간 아버지의 간병인으로 2년을 보냈다. 매일 석션하고 아버지까 싸놓은 대변을 치우고, 목욕시키고, 검사받으러 다니고,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난 후에 아버지 침대밑에 기어들어가 잠을 자는 그런 생활을 무려 2년이나...
묘사가 뛰어나다.

1.정상적인 미국인으로 교육받은 루이스가 한국병원의 부조리함에 대해 잘 나타나 있다. (크게 보자면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어색함) 특히 환자와 보호자의 인권과 권리에 대한 "바른소리"가 강하게 담겨있다. 새겨들을만 하지만, 여긴 한국이다. 미국이 아니라...

2.한약
이 책을 읽다보면 131페이지에 보면 루이스의 아버지가 코마상태에서 두부경련,딸꾹질,호흡곤란,고열을 호소하는 장면이 나온다. 문제는 복부에 가득한 대변과 가스.
그걸 빼내려고 레지던트와 인턴, 그리고 루이스가 직접 달려들어 아버지의 항문을 후볐지만, 결국 실패한다. 아버지는 머리를 흔들어대고 호흡이 가빠지고...
결국 루이스의 어머니는 최후의 수단으로 한약을 투여하기로 한다. 물론 주치의는 동의하지 않는다.
루이스 역시 한약을 "검증되지 않은 민간 치료제"로 규정한다.
하지만 온갖방법을 다 동원한 주치의가 아버지의 대변 빼내기를 포기하자 루이스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약 3봉지를 튜브에 몰래 밀어넣는다.
그리고 4시간 후, 아버지의 항문에서 대변이 폭발했다.
아마 그가 먹은 약은 대승기탕류였을 것이다.

현재 한국의 종합병원에서의 한약의 존재는 '검증되지 않는 민간치료제' '간을 나쁘게 하는 독약' '무식한 사람들이나 사다먹는 보약' '환자의 주머니를 터는 지푸라기!!' 정도인 것 같다.

대승기탕이 코마환자의 극심한 변비치료에 대한 효용과 부작용 및 안전성이 얼마나 되는지 나는 모른다.

그 주치의 말대로 대승기탕은 검증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걸 검증을 하려면 임상실험을 해야하고 그러자면 인력, 시설, 장비, 무엇보다 막대한 자본, 거기다 루이스의 아버지같은 환자들을 돈 주고 모집해야 한다.
한의원 원장들의 푼돈으로는 어림도 없고, 100% 사립재단인 한방병원에서 돈안되는 그런 연구에 뛰어들리도 없고, 국공립 병원에서는 아예 한방은 배척되고 있다.
악순환이다.
과연 코마환자의 변비에 대승기탕이 효과가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누가 해야하는가? 한의사가? 그럼 어떤 한의사가 해야하는가. 그리고 그 한의사에게 그 대답을 요구할 환경을 우리는 제공했는가?


3.중풍환자에 대한 케어
이 책의 말미에는 중풍환자를 가족으로 두고 있는 보호자에게 매우 유용한 의학적 내용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환자에 대한 처치들, 석션, 욕창예방, 급식, 이동 등에 대한 루이스의 체험에 바탕을 둔 조언들이 실려있다. 환자가족 뿐 아니라, 간호사 인턴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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