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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8시, 김씨의 무사고 기록행진이 멈췄다. 김씨가 귀가하던 중 좁은 골목길에서 택시와 교차하던 과정에서 뒷범퍼로 택시의 뒷휀더를 약 3cm 정도 스치고 지나간 것. 김씨는 2003년 3월 운전을 시작한 이후 줄곧 무사고를 기록 중이었다.

다음은 김씨가 촬영한 문제의 사고부위


은색 소나타택시의 뒷휀더 부분이다. 가운데 부분에 두 줄의 페인트 자국이 보인다. 손으로 문지르자 다 지워져버렸다. (이 부분이 범퍼인가? 휀다인지 잘 모르겠다.)


사고 직후  택시기사가 내렸다. 개인택시가 아니었다.

"아이, 이것 참 운전 좀 조심하시지."

-".........." (김씨는 진짜 받친줄도 몰랐다.)

"아 이거 뽑은지 얼마 안됐는데" (이후 아저씨는 뽑은지 두달됐다고 했다가 7달됐다고 했다가 횡설수설 시작...근데 회사택시가 그런게 뭐 의미가 있나?)

사고난 부위를 보니 물받이쪽 휀다 모서리에 페인트가 폭 1mm 정도 벗겨졌고, 차체 표면에는 김씨의 은실이 범퍼 페인트가 묻었다. 김씨가 손으로 문지르자 페인트가 다 지워져버렸다.

김씨의 손가락에 페인트가 지워지자 더욱 근심이 깊어지는 택시기사.

"저, 어떻게 해드릴까요?"

김씨가 묻자, 기사가 한참을 고민하더니

"아, 이것 참 공장에 넣으면 다 교환해버릴텐데.."

"예? 이걸 교환하신다고요?"

"아니, 뭐 칠을 해도 전체 다 해야하고. 공장에서는 교환하자고 할건데..."

"..................."

할 말을 잃은 김씨. 자동차공학 전문가인 앨리스박사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다.

앨리스박사의 단호한 조언은 "bk박사의 과실이 100%니깐 일단 5만원 부르고 상대가 10만원 부르면 7만원에 퉁쳐!"

박사의 조언대로 협상에 임한 김씨.

"아저씨 5만원 밖에 없어요."

"에헤 이 양반이 그거 갖고는 수리 못해. 10만원 줘."


"아저씨 저 학생인데요 진짜 돈 없어요." (김씨가 불리할때마다 종종 써먹는 학생드립)

기사는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기사가 한참 고민하자. 김씨가

"보험처리 해드릴까요?"라고 말하자

그러자 기사가 깜짝 놀라며

"아니, 뭐 보험처리까지는 할 것 없고. 7만원. 많이 봐준거야."

"아, 아저씨 저 진짜 시골에서 올라온 학생이라 돈이 엄써요"(시골에서 올라온건 사실이다)

"아, 이 학생 진짜 아들같아서 뭐라 하지도 못하겠고..."


둘이 길가에 한참 쪼그리고 앉았다. 김씨는 시간이 많았지만, 아저씨는 손님 태우러 가야했다.

돈 5만원이냐 10만원이냐. 아버지뻘되는 사람과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30분째 이러고 있다.



결국 아저씨에게 5만원 주고 합의를 했다.

5만원을 건네는 순간 아저씨가 입이 귀에 걸릴듯이 만면의 웃음을 지었고, 김씨에게 덜컥 악수를 청하는 게 아닌가!

'으응? 아까 교환한다던 그 아저씨 맞나?' 


집으로 돌아온 김씨. 씁쓸하다. 7년만에 대기록이 깨진 것도 그렇지만, 기사 아저씨 너무 짜증났다.

지금까지 김씨가 7년동안 운전하면서 다른 차량에 의해 서너번 쯤 받친 것 같다. 그때마다 돈받은 적도 없고 다 그냥 보내줬다. 어차피 범퍼야 소모품이니깐.

특히 서울에 올라온 이후 거주자주차해 놓으면 엄청나게 많이 긁히고 찍히고 은실이가 만신창이가 됐다. 그래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포기하고 살았다. (지금 은실이한테 생긴 상처 10여곳 중에 김씨가 박아서 생긴 상처는 한 곳도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저씨 대폿값 보태줬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못한 것이니 할말은 없지만, 솔직히 물티슈로 닦아도 지워질 정도로 살짝 묻은 거였다. 씁쓸하다. 나중에 꼭 벤츠사서 타고 다녀야겠다. 그리고 아저씨는 인생 계속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사시고, 나는 아지아처럼은 안 살라요."라는 소감을 피력했다.<서울/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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