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박사님 저는 지금 호주에서 사회복지관련 학위과정을 다니고 있는 아멜리아입니다. 학교는 맘에 들지만 과정을 마치려면 소정의 300시간 실습을 해야하는데, 저와 매칭된 회사에서는 저에게 사회복지와 관련없는 청소와 리셉션 업무를 부여하였습니다. 저는 이것보다 좀 더 전공에 어울리는 복지업무를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려고 합니다. 제가 잘하는 걸까요?
- 안녕, 아멜리아. 누구나 그런 고민을 할 타이밍이 있어요. 나도 그런 적 있어요. 그때는 항상 '본질'을 생각하세요. 내가 기대했던 본질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면 때려쳐야합니다. 하지만 본질은 멀쩡한데 디테일에 트러블이 있을 경우에는 그냥 밀고나가야합니다.
예를 들어 미슐랭스타에 취업을 했어요. 그런데 야근은 많고 일이 힘들고 폭언에 허드렛일을 시키는 경우가 있죠. 내가 거기서 일하려는 '본질'에 훼손을 당한게 아니라면(주방장이 정말 요리를 기가 막히게 하는 곳) 디테일의 문제(근로환경 폭언)라면 그냥 참고 일하면서 점점 더 '본질-이 경우는 요리를 제대로 배우는 거겠죠-'에 다가가야합니다. 하지만 주방장이 요리에 다시다를 넣고 있으면 아무리 친절하게 편안하고 분위기 좋은 주방(디테일이 아무리 좋아도)이라도 그만 둬야죠. 다시다 넣는 걸 배우려고 거기 들어간 건 아니잖아요.
저도 이 곳은 본질에 문제가 있다. 내가 생각하던 곳이 아니라고 직감한 순간 바로 때려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잊지 말아야하는 점은 내가 뭔가를 배워야하고 취득해야하고 익혀야 한다면 을이 될 수 밖에 없어요. 심지어 돈을 내고도 을이 되어야 해요. 내가 추구하는 본질.에 치명적 손상이 오지 않았다면 디테일이 가져다주는 불편함은 감수해야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수술을 잘하는 교수가 있으면 폭언에도 참고 배워야죠. 본질은 수술이고 폭언은 디테일이니깐요. 만약에 그 수술을 배우는데 5천만원을 달라고 한다면 그 돈이 디테일이죠. 내가 갈망하는 본질이 변하지 않았다면 5천만원 내는 겁니다. 내가 걸리적거리고 꼴보기 싫고 맘에 안 드는 디테일을 얼마나 안고 전진하느냐는 내가 본질을 향한 욕망이 얼마나 강하냐에 달려 있어요.
모든 일에는 본질과 디테일이 있습니다. 자동차의 본질이 뭔가요? 사람을 이동시키는거죠? 그럼 본넷이 찌그러지면 자동차의 본질이 훼손된건가요? 아니죠. 본넷의 찌그러짐은 디테일의 훼손일 뿐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자동차의 외형과 비춰지는 것을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그게 본질이 훼손된 치명적 사건일 수 있어요. 지금 이 회사를, 이 결혼을, 이 연애를, 이 자동차 소유를, 이 친구와의 관계를 지금 그만둬야하나? 계속 참고 가야하나는 누구도 정답을 알려줄 순 없어요. 두가지만 기준으로 고민하세요. 내가 바라던 '본질'이 훼손당했나? 내가 이 정도의 손상된 '디테일'을 감수하고도 나만의 본질을 추구하고자하는 강렬한 욕망이 있는가?
아무쪼록 현명한 선택하시고 아멜리아의 인생에 '본질'의 충만함이 가득 채워지길 기원합니다.-bk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