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 간지 6일만에 나는 일본에서 이 택배를 받았다.

 

 

 

무려 6만원이 넘는 플라스틱 쪼가리.

 

 

 

 

뒷면의 마감이 훌륭하지만 이 작은 물건이 이만큼의 가치를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어떻게 하여 이런 사단이 일어난 것일까?

 

나는 촬영이 있으면 어떤 컷을 촬영할지. 동선이 어떻게 될지. 어떤 렌즈를 들고 갈지를 정한다.

 

이날은 야구장이었다.

스윗박스라서 경기장에서 비교적 먼 거리다.

100-400 렌즈가 있어야하고 324cex를 가져가야했다.

그런데 야간경기라서 실내촬영에 단렌즈도 가져가야했다.

 

백팩에 모든 짐을 실었다.

그런데...

 

왠지 야단맞을 것 같아서, 짐을 다시 다 풀고 삼각대 패닝스틱을 분해해서 방에 두고 삼각대 가방안에 우겨넣고 가방은 가장 작은 크로스백에 100-400이랑 15.7만 챙겨넣었다.

 

여기서 모든 문제가 시작되었다. 최적의 가방이 아니었다.

 

새로운 환경에서는 사람은 실수하기 쉽다.

렌즈 캡을 열고 보통은 주머니에 넣거나 가방에 넣어둔다. 그런데 가방이 좁고 렌즈교환을 자주 해야하니까 (렌즈를 엎어놓고 교환하므로 렌즈캡을 넣어두면 필터에 기스를 낸다.) 테이블 위에 올려둔 랜즈캡은 지금까지 행방을 찾을 수 없다.(다음날 직접 찾아가서 수색했지만 이미 청소가 끝난 뒤였다.)

 

나는 매빅에어, 지윤 크레인 플러스 짐벌, 초망원렌즈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것들을 사용하면 영상미는 풍성하게 담기지만, 장비가 무거워지고 가방이 커지기 때문에 좀처럼 갖고 다니지 않는다. 나는 지난 6개월동안 매빅으로 촬영한 컷을 단 한컷도 영상에 넣지 않았다.

짐벌은 딱 2번 넣었다.

초망원렌즈는 딱 1번 넣었다.

 

이 세 제품의 가격을 모두 합치면 400만원이 넘는다. 내가 주력으로 들고 다니는 바디와 렌즈값과 비슷하지만 사용하는 빈도는 수백배 차이가 나버린다. 돈낭비의 전형이다. 나의 평소 소비행태와 맞지 않다. 뽕을 뽑아버려야하는건데!! 젠장.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왜 이렇게 비싼 물건을 구입하고 쓰지 않는가.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백팩을 멜 용기. 큰 크로스백을 멜 용기.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당당하게 꺼내서 드론을 띄울 용기.

모두 기다리게 하고 초망원렌즈를 결합할 용기.

 

그리고

낯선 곳에서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내 카메라가 처음 추락한 날도 내가 처음 찍어보는 공간, 처음 찍어보는 컷이었다.

내가 렌즈캡을 두고온 곳도 내가 처음 가본 곳, 처음 찍어보는 컷이었다.

집에서 촬영할때는 한번도 실수한 적이 없다.

조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정리할 시간.

그런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용기가 있어야 한다.

눈총을 견뎌내야 한다.

그래야 좋은 품질의 컷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큰 가방을 갖고 다니는 습관을 들이고 부속품은 절대로 가방 밖에 내놓지 않고 시간을 들여서 차분하게 서두르지 않고  꽁꽁 수납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수업료 치고는 쌀 수도 있다. 최소한 렌즈를 떨어뜨리거나 삼각대를 잃어버리고 오진 않았으니.

세상에서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고민은 고민 축에도 안 들어간다.

 

 

용기를 내라. 이것아.

당당하게 100-400렌즈를 가방에 넣고, 당당하게 꺼내서 마운트하라.

집에서처럼 편안하게 천천히 충분히 찍고 오케이 사인이 나면 차분하게 분해해서 다시 가방에 얌전하게 넣어라.

 

큰가방 메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 큰 장비를 갖고 가는것에 주눅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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