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일산에 사는 캐롤입니다. 저희는 연애 8년, 결혼 1년차 신혼부부인데요. 양말개는 순서, 수건쓰는 횟수, 탕수육 소스 붓는 방식, 치약짜는 법, 화장실에 두는 화장지의 방향까지 사사건건 싸웁니다. 한번 싸울때마다 개새끼 소새끼하면서 피터지게 싸우는데요. 이러다가 이혼하는 것 아닐까요? 저희는 왜 이런걸까요?
-케롤.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군요. 결론부터 말하면 사기꾼끼리 결혼해서 일어난 참사입니다. 두 분은 사기꾼이에요. 우리가 결혼하는 사람의 레벨을 나누면 세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바보, 룸메이트, 사기꾼입니다.
결혼을 왜 하나요? 저마다 목적이 있죠. 결혼의 목적이 세 부류가 달라요. 사기꾼들은 결혼을 통해 이득을 보려고 합니다. 자기집, 자신한테 유리하게 행동하죠. 룸메이트는 니꺼 내꺼 딱딱 따지면서 손해를 안 보려고 하고 바보는 흔쾌히 손해를 자청해요. 룸메이트들은 동거까지만 할 수 있고 결혼 자격은 없어요. 결혼은 바보들만 수행할 수 있는 미션입니다.
첫째 바보는 연애할때 생활비 100 주기로 해놓고 결혼하면 150을 주는 바보입니다. 룸메이트는 100주기로 하고 100을 줍니다. 사기꾼은 100주기로 해놓고 50만 줍니다. 명절 때 양쪽 집에 100 주기로 해놓고 자기집은 100주고 배우자집은 50을 주면 사기꾼이고 100씩 공평하게 주면 룸메이트이고, 바보는 양쪽에 100을 주고나서 나오는 길에 슬그머니 시어머니나 장모님 불러서 20만원을 더 찔러줍니다. 오늘 저녁 퇴근할 때 호빵 사갈께하고 안 사가면 사기꾼이고, 호빵 사갈께하고 호빵 사가면 룸메이트입니다. 바보들은 호빵 사러갈 시간 없는데 해놓고 호빵을 사옵니다.
연애할 때는 다정다감하다가 결혼하고 폭력적으로 변하면 그게 사기꾼이에요. 연애할 때는 50kg 유지하다가 결혼하고 100kg 나가면 그게 사기꾼이에요. 연애할 때는 월 500받는 대기업사원이었는데 결혼하고나서 자기 꿈을 찾겠다며 여행유튜버해서 50만원씩 벌어오면 그것도 사기꾼이에요. 연애할 때는 얌전한 것처럼 행동하고 결혼 하고 바람 피우는 것도 사기꾼들이죠. 사기꾼들은 운 좋게 결혼하더라도 결국 뽀록나서 100% 이혼하고 룸메이트도 절반 정도 이혼합니다. 바보들끼리는 절대 이혼하지 않아요. 바보들은 손해를 보거든요. 그만큼 상대의 행복 불행을 나의 것처럼 느낍니다. 그래서 늘 손해보는 행동을 하는데 학술적으로 '사랑'이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씁니다. 사랑은 바보들만 하는 거에요.
나는 바보인데 상대방이 사기꾼이라면 굉장히 힘들죠. 거의 이혼합니다. 사기꾼끼리 결혼해도 이혼 직행이죠. 바보랑 룸메이트가 만나면? 룸메이트가 바보를 보고 깨닫고 빨리 바보레벨로 올라가려고 시도해야 합니다. 룸메이트끼리도 언젠가 이혼당할 우려가 있죠. 아무리 잘 맞는 대학동기라도 몇년동안 같이 자취하면 안 좋게 깨지는 경우가 다반사에요. 일상을 모두 공유해야하는 결혼은 그것보다 몇 배 더 어려운 미션이죠.
캐롤이 연애할 때 남자친구 자취방에 놀러갔어요. 그때 치약을 중간부터 짜는 남친을 발견했어요. 어? 야 너 왜 중간부터 짜냐? 끝부터 짜야지! 라고 컴플레인 하나요? 아니죠. 그냥 보고 넘기죠. 연애할 때는 상냥하게 넘기다가 결혼 이후에 돌변해서 잔소리하고 지적질하기 시작하죠. 그게 사기꾼이에요. 연애할 때는 너그럽게 눈감아주다가 결혼하면 돌변해서 따지는 거.
연애할 때 탕수육 찍먹 부먹으로 싸우는 연인들이 있나요? 거의 없죠. 근데 결혼하면 부어먹니 찍어먹니 하면서 피터지게 싸우면 그게 사기꾼들이에요. 사기꾼들은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어요. 안타깝지만 두 사람은 곧 이혼합니다. 그럼 이혼 안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 최소한 둘 중 한명이 바보가 돼야해요. 둘 다 바보가 되면 더 좋고요. 약속한 것보다 더 많이 베풀어야해요. 상대방 말에 토달지 말고 하자는대로 하세요. 서로 상대방이 하자는대로 하는 바보가 되면 두분은 이혼 안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바보가 될까? 간단합니다. 한마디만 하면 됩니다.
이번 주에 본가 한번 갈까? -어 그래
치약 중간부터 짜면 안돼? -어 그래
수건 한번만 쓰고 빨래통에 넣어라 -어 그래
그 잠바 좀 버려 - 어 그래
지금 마트 갈까? - 어 그래
영숙이랑 만나고 12시 전에 들어와 - 어 그래
바보들은 오직 "어, 그래."밖에 말할 줄 몰라요. 그럼 성공입니다. 참 쉽죠.
여기서 의문이 들죠? 약속대로 잘 지키는 룸메이트는 왜 이혼하나요? 100주기로 약속하고 결혼 후에도 100을 주는데 왜 이혼하죠? 합리적인데? 사람은 누구나 다 자신만의 호불호가 있어요.결혼은 약속한대로 지킨다고 유지되기 힘들만큼 어려운 미션이에요. 와이프가 설겆이 담당인데 퇴근하는데 쇼파에 디비자고 있고 싱크대에는 설겆이가 잔뜩 있으면 룸메이트는 아내를 깨웁니다. "야. 설겆이 니 담당인데 왜 안 하냐? 빨리 하고 자라."고 하면 굉장히 합리적이죠.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룸메이트는 맞지만 남편감은 아니죠. 지금 대학생들 투룸 얻어서 룸쉐어하나요? 그건 동거지 결혼이 아니에요. 그럴 거면 뭐하러 결혼하나요? 그냥 대충 살림 합쳤다가 서로 서운한 마음이 쌓이면 갈라서면 되죠. 바보라면 와이프 더 자게하고 자기가 설겆이를 합니다. 스스로 돌아보세요. 나는 지금 사기꾼인가? 룸메이트 레벨인가? 아니면 바보인가? 두분 결혼생활에 행복이 가득차길 빕니다.<b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