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농부를 죽이다

Essays 2004. 7. 21. 12:30

반응형


지방의 이름없는 신문의 사회면 1단 기사. 우리 지소에서 5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다.

매일 침 맞으러 오던 할머니가 안 보였다. 오늘 왔는데 신문에 난 사람이 자기 사촌이라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사람 전형적인 농부였다. 참외농사와 사과밭을 했는데, 빚이 점점 늘어 친척들 보증에 얹히고, 사과농사도 안되고 1년 내내 일했는데 이자도 못 갚았다고 한다.
밭도 경매에 넘어가고 집도 넘어가고...지난 겨울부터는 잘 곳이 없어서 비닐하우스에서 숙식을 했다고 한다. 결국 지난주에 자신의 비닐하우스 구석진 곳에 들어가서 농약 먹고 휘발유뿌리고 불을 질렀다고 한다.
칠십 평생 농부로 충실했던 늙은이의 인생이 사회면 1단짜리 가십기사로 끝나버렸다.

자살하는 사람을 이해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들이 주로 하는 말은
"자살할 용기 있으면 살지 왜 죽어. 죽는다고 해결되나."

자살의 주원인은 절망감이다. 절망 때문에 죽는다는게 이해가 안되는 분은 아직 그만한 절망을 느껴본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위의 기사에 '홧김에'라고 되어있는 부분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거대한 절망감을 견디지 못하고'로 수정되어야한다.
반응형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