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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칠곡군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이다. 내가 오늘 이 글을 투고하게 된 것은 같이 근무하는 동료의사의 행태를 더이상 참기 힘들기 때문이다.

1. 파리 이야기
아까 설거지하러 관사에 들어갔다가 싱크대에 파리 두마리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ㅡ_ㅡ;;;;;;; 요즘 바깥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지 부쩍 파리가 집안에 많이 날아 다닌다. (어제도 3마리 잡았다. 나는 파리를 잡으면 휴지를 둘둘말아서 집어서 쓰레기통에 버린다. 아니면 집밖에 버리거나..) 그런데 옆방은 벌레를 잡으면 싱크대에 버린다. 전에도 노랭이를 싱크대에 버렸더군. 노랭이는 냄새가 아주 지독한 벌레다. 그때는 내가 참았다. 원래 그런 인간이려니 생각해서.. 근데 오늘은 파리를 두마리씩이나 싱크대에 버려놨다. 물론 옆방은 밥을 안 해먹기 때문에 싱크대에 뭘 버리든 자기는 상관없다. 그 싱크대는 나만 쓴다. 내가 밥그릇 놓고 설거지하는 데다. 이거 참 알 수 없는 조화로다.

2. 액취이야기
어젠 내가 저녁에 라면 먹었다. 내가 한창 먹고 있는데 옆방이 읍내 가서 밥먹고 들어오더니 주방옆의 창문을 확 열었다. 음식 냄새 난다는 표시다. 옆방은 내가 저녁먹을때마다 항상 창문을 확 연다. 밥먹고 있는 나는 굉장히 뻘쭘해진다. 물론 환기하는 거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인간 사이에서 그러는거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음식냄새를 극도로 싫어하는 옆방의 액취증은 상상초월이다.
옆방은 꼭 지소에서 샤워를 한다. 옆방이 샤워하고 나면 난 화장실에 못 들어간다. 상상초월의 냄새로. (난 칫솔도 진료실 세면대에 갖다놓고 쓴다.)
어제는 밥먹는데 내 옆을 휙 지나갔다. 밥먹다가 토할 뻔 했다.
난 남의 질병 갖고 뭐라고 하고싶진 않지만. 그래도 군내에서 가장 인내심 깊은 내가 참기 힘들만큼 정말 심하긴 심하다.

근데 음식냄새가 그렇게 싫나?
작년에 같이 있던 선생님이 고기를 굽는데, 갑자기 옆방이 들어오더니 가스렌지 후드를 확 켰단다. 쓴지 오래돼서 먼지가 폴폴나는 후드를 틀어서 고기굽던 샘이 옆방과 대판 싸웠다는데...ㅋㅋㅋ

나의 발령 초기에 옆방은 내가 지소에서 밥해먹는 걸 참 못마땅하게 여겼었다. 음식냄새 나면 여사들이 싫어한다는 둥, 김선생님, 여기선 밥 못 해먹어요라는둥...온갖 루머로 나를 회유시키더니...ㅋㅋㅋ


3. 니꺼 내꺼
보통 지소에 같이 살면 형제처럼 지낸다고 한다. 근데 내가 있는 곳은 아니다.
몇달전 있었던 일. 냉동실에 내가 사놓은 고향만두와 옆방이 사놓은 고향만두가 있었다. 봉지가 똑같길래 내가 헷갈려서 그만 옆방의 고향만두 몇개를 먹어버렸다.
그날 저녁 옆방이 물었다.

"선생님, 제 고향만두 드셨어요?"
ㅡ_ㅡ;;;;;;;;;

속으로는 '어 그렇냐 이자식아 내가 모르고 니꺼 몇개 먹었나보다. 미안하다'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아, 예. 아이구 헷갈려서 죄송. 모르구요. 거기 제꺼 드세요"

난 그 뒤로 절대로 옆방에게 내 음식물을 나눠먹지 않는다. 오후에 출출할때 부침개, 떡, 식혜 자주 해먹지만 여사들만 준다. 인과응보일세.

4. 맨날 지소에서 자는 이유
옆방은 대구에 집이 있다. 근데 맨날 지소에서 잔다. 이유는 대구 집의 자기방에 보일러 때는 기름이 아깝단다. 그래서 지소에서 잔단다. 지소 기름은 보건소에서 주니까.
그리고 나보고 기름 아껴쓰란다. 하지만 난 낮에는 관사에 들어가지 않는다. 보일러도 안 돌린다. 근데 옆방은 맨날 낮에 자기방에서 뭐 한다. 주로 자거나 오락하거나 주식한다.
어제 점심먹는데 기름 아껴써야한다고 한마디 하더군. ㅡ.ㅡ;;;


5. 무조건 자기말이 맞다.
옆방은 참 아는 거 많다. 근데 자기가 잘못 알고 있어도 자기가 맞다고 막 우기기 대왕이다.
전에 내가 스포티지 2000년식 샀다고 하니까 스포티지는 2000년식이 없다고 막 우기길래...ㅋㅋㅋ 웃어줬다.
한번은 세탁기에 내가 빨래를 돌려서 자꾸 수채구멍이 막힌다고 우기길래, 그때는 여사님이 나서서 씹어줬다.
"전선생님, 이 세탁기에 보풀 거르는 망 있어요."

그저께 면사무소까지 수도가 들어왔다.(지금까지 지하수 끌어올려 썼다.ㅡ.ㅜ) 그래서 내가 "우리 지소에도 이제 수돗물 나오겠네요." 그러니까 지소에는 안 나올꺼라고 우기기 시작. ㅡ_ㅡ;;;; 내가 면사무소랑 지소랑 관이 연결돼 있다고 하자 그제서야 꼬리 내림.


6. 옆방의 말말말

내가 발령직후 혼자서 지소 대청소하고 난후
"김선생님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같이 하면되는데"
-그 이후로 청소하자는 말 한번도 안 했음 ㅡ.ㅡ;;

"김선생님 저기 티비 다이 밑에 되게 더러울꺼에요. 언제 한번 청소 합시다."
-그 이후로 한번도 청소 얘기 안 꺼냄. 그럼 나보고 그거 치우라는 소리였나?

"접종도 끝났는데 언제 한번 여사들이랑 회식한번 해야할껀데요.."
-그 이후로 회식 이야기 안함. 그럼 나보고 하라는 이야기였나?

"저기 김샘 드라이어 고장났는데 이거 중대장 갖다주면 잘 고치거든요."
-음. 그렇게 잘 고치면 니가 갖다주지. (결국 답답한지 고쳐오더군)

"가스렌지 이거 위험해요. 언제 터질지 몰라요" 그러길래 내가 "그렇게 걱정되면 샘이 보건소에 바꿔달라고 하시죠. 전 괜찮은데요."하자, "아, 김샘이 한번 말씀해보시겠어요?" ㅡ.ㅡ;;;;
-결국 그 가스렌지 우리 여사가 보건소 말해서 바꿨다.



7. 계속 살아야하나.
그래! 계속 살아야한다. 이제 6달만 더 참으면 된다. 이해하기 힘든 면이 많지만 옆방이 죄를 짓거나 잘못한건 없다. 직접적인 피해는 안 주니까 그냥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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