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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참 갑갑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은데, 그 대부분은 용어에 대한 오해로 인한 것이다.

근대에 들어 서양에서 전래된 서양의 의학용어를 한자어 또는 한글화하는 과정에서 번역자(주로 한의사들)은 '한의학의 용어'를 차용하게 되었는데, 그 시발은 일본인들에 의한 '해체신서'의 출간이다.

1774(安永3)년, 前野良澤(마에노 료타쿠). 杉田玄白(스기다 겐바꾸)들이, '타헤르아나토미아'의 번역 개시후 3년반, 고생 끝에 '해체신서를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한의학용어들이 서양의학의 번역에 차용되었는데, 이때 번역된 용어의 틀이 2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의 발목을 죄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한의학의 血이 양방의 '혈액'으로 번역되는 그 순간 이미 우리 사이는 틀어지기 시작한 것이고 서양의 liver가 한의학용어인 '간'으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이미 양한방 사이에서 '간'이라는 용어를 두고 깊은 오해의 싹이 시작된 것이다.

본인의 정력부족으로 인해 포기하고 있지만, 얼마전까지만해도 본인은 서양의학의 도입기에 있어서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최초의 충돌과정(?) 및 번역과정에서의 용어의 호환 및 오용사태를 연구해보는 것에 깊은 관심이 있었다. 그 첫째 타켓이 일본의 '해체신서'였으나, 정력부족이라..ㅡㅡ;;;;

아무튼 250여년 전의 번역 과정에서 많은 한의학적 용어들이 사라졌으며(대표적인 예가 삼초), 일부 용어는 오역되기도 했다.(대표적인 케이스는 비장의 번역이다. 서양의 스플린을 비장으로 번역한 것은 정말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심대한 번역의 오류라고 생각한다. 물론 당시에는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었겠지만.)

간은 원래 한의학적 용어였으나, 이미 한국 땅에서 간이라는 용어는 서양의학의 '리버'와 동일한 의미로 통하는....엄밀하게 말하자면 한의학적 용어가 아니라 서양의학적 단어가 돼버렸다.

우울한 일이다. 한의학의 용어들이 번역과정에서 엄밀한 고민없이 차용되면서 기존의 한의학적 뜻을 잃어버리고 단순한 서양의학의 번역어로 전락한 것이다.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맨 처음 누가 왜 어떻게 그런식으로 번역했어야했는가를 밝히고, 잘못된 차용은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스플린은 비장이 아니지 않는가!

역사란 열정적인 사람들의 열정적인 행동에 의해 만들어져 가는 것이다. 과연 이 짓을 할 열정적인 인간이 나타날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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