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열대, 아열대지방의 원시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자. 우리 마을의 구성원은 10명이다 이 10명으로 집도 짓고 농사도 짓고 고기도 잡고 사냥도 하고 물도 길어오고 옷도 만들고 다 해야 한다. 좋소기업처럼 1명당 해야할 일이 너무 많다. 지식은 얕을 수 밖에 없고 당장 하루하루 먹고 살기가 급급하지만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다. 1년 내내 여름이라 늘 먹을 곡물과 과일이 어딘가 있고 옷도 필요없고 집도 대충 비만 막을 정도면 된다. 망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흥하지도 않는 좋소기업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열대의 인류문명들이었다.
그러다가 인구가 늘어나고 서서히 불만이 생긴 애들이 영역을 점점 확장한다. 더 멀리 가보는 거다. 호기심이 많은 종자들일수록 더 멀리 간다. 산을 넘어가기도 하고 바다를 건너가보기도 한다. 근데 가보니 4계절이 있다. 농사가 안 되는 계절이 있고 아열대보다 더 춥다. 그러면 살아남기 위해서 기술이 발전한다. 옷도 만들어입고 농사법도 연구하고.
이 지역에서는 식물조차도 추운 겨울을 지나서 싹을 틔워야하기 때문에 씨앗의 저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인간과 동식물 모두 계절에 적응하게 된다. 그러면서 인간들이 서로 뭉쳐서 협동하게 된다. 농사만 연구하는 놈은 농사만하고 집만 짓는 놈들은 집만 짓는다. 그러면서 아열대 문명과 서서히 격차가 벌어진다. 지식이 늘어나니 기록해서 후대에 전수해야하고 자연스럽게 문자가 발생하고 학문이 발달한다. 분업은 점점 심해지고 직업이라는 게 생겨난다. 흑백요리사를 보면 요리 하나 파고는드 애들의 기술이 엄청나게 고도화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뉴질랜드 마오리족 요리법은 그냥 곡물이랑 고기랑 전부 다 모아서 뜨거운 땅속에 집어넣는게 끝이다.) 온대지방으로 진출해보니 추운계절의 출현과 상대적으로 결함이 있는 지형과 기후라는 결핍 덕분에(?) 이 지역 인류들은 거대한 문명을 이뤘다. 대기업을 이룬 것이다. 적당한 정도의 <결핍>은 오히려 발전의 <모티브>가 된다. 그래서 어릴때 아이들의 요구를 전부 다 쉽게 들어주면 안된다. 결핍과 절망을 가르쳐야 분발심을 기르게 된다.
스페인의 잉카제국 학살은 대기업이 가볍게 중소기업을 작살낸 사건이라고 보면 된다.
좋소기업에서 만든 리어카 10만대보다 현대차에서 만든 소나타 1대가 더 빠르다.
현대에서 직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소나타 자동차가 인류가 이루어낸 하나의 거대한 현대문명이라면 그 속에는 수많은 부품이 들어간다. 그 부품들 중에서 내가 쓸모있고 인기있는 <부속품>이 되려고 교육받고 트레이닝받아 아주 좁고 작은 임무를 담당하는 것이 직업이다. 차량 부속이 4만개라면 그 중에 하나라도 안 중요한 부품이 없다. 모든 인간은 나름대로 다 소중하다. 어떤 인간이라도 충분하게 교육시키면 비행기도 조종할 수 있고 수술도 가능하다. 정말 바보가 아니면 교육으로 충분히 트레이닝이 가능하다. 그런데 입시를 보고 필터링해서 직업을 배분하는 것은 효율성 때문이지, 인간의 능력에 그렇게 큰 차이가 있는게 아니다. 누구라도 충분히 시간들이면 파인다이닝 셰프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게 3년에 되는데 누군가는 30년이 걸린다면 3년안에 되는 인간에게 그 직업을 갖도록 하는게 제한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 맞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다 나름대로의 쓸모가 있다. 귀천이 없다. 소고기가 미나리보다 귀하다고 볼 수가 없는거다. 나름대로 다 좋은 재료들이다. 인류가 거대한 자동차라면 엔진 개스캣만큼이나 범퍼 끝의 나사도 소중하다. 호텔 사장직업도 필요하지만 발렛하고 방청소하고 수건 빠는 사람도 필요하다.
그런데 모든 부품이 다 동일한 강도로 소중한 건 아니다. 엔진 실린더 헤드는 마후라팁보다 몇십배 더 중요한 부속품이다. 핸들은 선바이저보다 훨씬 더 중요한 부속품이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귀천이 없지만 직업에는 귀천이 있다. 귀천이라는 어감이 나빠서 그렇지 실제로는 중요도와 호불호의 문제일 뿐이다.<b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