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아가씨  
  

  작성자 : doctor_bk  
  작성일 : 2003/07/16 13:28 (2003/07/17 14:14)  
  조회수 : 43  
    
  어느날 퇴근하기 몇분 전 아가씨가 왔다.
(참고로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환자가 갑자기 몰리거나 의사가 피로한 시간대에는 진료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개 오전 10시-11시 전후, 점심시간 직후, 오후 4-5시 전후에 환자가 많이 몰리는 경향이 있으므로 로컬 의원을 방문할 때는 위 시간을 피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높은 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팁이 아닐까..?)

아무튼 퇴근을 늦추고 10분동안 아가씨가 호소하는 현기증,오심,오한,열감.몸살기운 등등을 열심히 문진해드렸다.
아가씨가 머 생리일이 며칠며칠 예정이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더군.

몇가지 물어보고 나서 치료해주려고 침놓으려니까 침 안 맞겠단다.
"혹시 그거일지도 모르니깐요."

(그거뭐??? )

그리고는 대뜸 나보고 원장맞냐고 할배원장은 어디갔냐고 따지기 시작.

(뭐? 그래 나 부원장이고 우리 할배는 오전만 본다.)

이 아가씨 눈빛이 왠 젊은놈이 의사사칭하냐는 식이다.

그래 그건 글타치고. 결국 침도 싫고 약도 싫단다.
왜 그러냐니까.
무슨 의사가 피검사도 안하고 맥도 잘 안잡고. 뭐 이러냐는거다.

(근데 니가 잘 몰라서 그렇지 문진한게 더 중요하단다. 뭘 몰라도 한참 모르시네. 니들이 진맥을 알어? )

그럼 그냥 가라했더니.
그제서야 자기가 임신일지도 모르니까 침 못 맞겠단다.
그리고 나보고 임신인지 맥 탁 보면 모르냐. 니가 한의사 맞냐는 식이다.

아하, 남자랑 섹스했는데 임신같아서 그걸 알아보려고 왔군.!!

이 쯤되면 슬슬 열받는다.

가시나야 니가 뭘 원하는지 처음부터 말해라.
임신인지 아닌지 알고싶다고 말해라.
무슨 현기증..어쩌고 저쩌고...괜히 사람 헷갈리게 하지말고.
그게 쪽팔리는 일이냐.
섹스한게 죄냐.
한의사가 무슨 점쟁이냐.
진맥에 대한 환상은 어디서 주워들었냐. TV 너무 많이 보았군.
한의원에서 피검사도 해주냐? 피 들여다보면 임신인지 나오냐?

그냥 있다가 일주일 지나서 약국가서 검사해보라고 했는데

이 여자가 나가면서 접수에 또 한바탕 하고 갔다.
저 한의사 맥으로 임신인지도 못 맞추는 돌팔이라고.

근데 이 여자는 임신인지 아닌지 알고싶다는 말은 하지도 않았는걸.. 지 입으로는 임신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냥 그거란다. 그거 뭐.
섹스를 며칠날 했는지.
남자가 콘돔은 했는지.
질 안에서 사정을 했는지.

정작 중요한건 입도 뻥긋 안하고, 손만 터억 내밀면서 어지럽고 몸살기운 있다고만 말한다.
이런식이면 도와주고 싶어도 곤란해진다.

그래 그여자가 나가면서 나보고 돌파리라고 욕했지만 괜찮다.
어차피 다른데 가도 마찬가지일테니.

글고 웬만하면 콘돔 좀 쓰라고 하시지...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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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agis 2003.12.22 13: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맨날 살 맞대고 살면서 일주일에 한두번 손목잡아보는 나도 울 마누라 임신했을 때 맥잡으니 아리까리 하더라. (임신 4주령, HCG 검사는 안했음) 그냥 평소 맥과 좀 다르게 활삭한 맥이 좀 있는 정도... 이게 감긴지, 아님 뭐 다른 일인지....? 그냥 멘스가 나올 땐데 안나오니 혹시? 하는 마음에 약국가서 5000원 투자해봐라. 고 말할 뿐....
    생전 처음 잡는 처자의 손목에서 임신을 알아낼 재주는 나에겐 없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한의사는 아주 기억력이 뛰어난 천재이거나, 아님.... 상상력이 뛰어난 천재이거나 둘 중에 하나는 되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