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김씨가 누렁이를 데리고 한바탕 쇼를 보여줬다.
사건의 발단은 이날 점심 때 읍내에 밥을 먹으러 가려고 누렁이 시동을 켰을 때 시작됐다.

다음은 김씨의 증언으로 재구성한 사건의 줄거리이다.

스타트모터는 도는데 예열등이 들어오질 않는 것이다.
서너 차례 시동후, 포기하고 옆방 차를 타고 밥을 먹으러갔다. 밥먹는 내내 누렁이 생각만 가득.

지소로 돌아온 후 바로 쌍용화재에 전화를 했다.
"시동이 안 걸려욧!!"

약 30분 후 쌍용 아저씨가 도착했다.
아저씨는 내리자마자 점프 선부터 꺼냈다. ㅡ0ㅡ
김씨 : "아저씨 밧데리는 정상인데요."
아저씨: "그래도 함 해보자구"

아저씨 고집대로 점프 꽂고 시동걸었으나 역시 안된다.
아저씨:"견인불러야겠네"
김씨:"네 근데 이건 후륜이라서 뒷바퀴까지 드는 견인차 불러주세요"
아저씨:"알았어."

다시 30분 후 견인차가 왔다.
아저씨 말과 달리 앞바퀴만 드는 작은 트럭이다.

김씨:"아니 이거 후륜이라니깐 왜 이거 보냈어요?"
견인기사:"앞바퀴 들고 살살 가면 괜찮아유. 머 빨리 가면 미션 다 망가지지만. 살살 갑시다."

기사는 김씨에게 차를 좀 밀자고 제안했다.
김씨는 얼떨결에 기사와 함께 누렁이를 밀었다. 지소에서 예비군중대까지.

한참 누렁이를  밀다 생각해보니 플러그만 교체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친 김씨.
김씨:"아저씨, 그냥 가시져. 그냥 기아 서비스 부를께요"
아저씨:"살살 가면 되는데...넵, 알겄시유"

결국 누렁이를 예비군중대 앞 주차장에 45도 각도로 댔다.
면사무소 직원들이 지나가다가 다 한번씩 시동을 걸어봤다. 물론 걸리지 않는다. 졸지에 마루타가 된 누렁이.

예비군중대에 있는 상근 애들까지 구경하고, 급기야 면장까지 한마디 하고 간다.
"김선생, 거 차가 왜 그래?"

여사들은 김씨에게 이번 기회에 새차를 사라고 종용했으나, 김씨는 굴하지 않고 기아서비스에 전화를 했다.

막 수화기를 드는 순간.
어디서 소식을 듣고온 면사무소 박주사가 지소로 들이닥쳤다.

박주사: "김쌤, 차 고장났다면서, 내가 고쳐줄께"(살살 얘기하셔도 되는데..ㅡ.ㅡ;;;;;;)

김씨: "아...저...그게......기아 부를려고하는데..."

박주사:"아니야. 내 사위가 읍내에서 카센타 하는데 기아서비스보다 더 잘 보거든. 전화해줄께."

김씨:"아..네"

30분 후 스피드메이트 잠바를 입고 박주사 사위가 등장했다.
발판 퓨즈통과 엔진룸 퓨즈통을 확인해보더니

"어 이거 퓨즈 나갔는데요."

3분만에 시동이 걸렸다.
박주사 사위는 냉각수 새는것도 간단하게 조이고 난 후 퓨즈값 만원(꽂는 과정에서 3개를 태워먹음.)만 받고 유유히 사라졌다.

시동이 걸린다는 기쁨도 잠시.
이번에는 경보기가 갑자기 먹통이다. 이 추운 겨울날 시동경보기는 얼마나 소중한 제품인가.

김씨는 경보기를 장착한 대구 봉봉샵까지 갈 요량으로 농협에 가서 돈 십만원을 뽑아왔다.

봉봉샵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씨:"저 배선쇼트가 나서요 경보기가 안되는데요...봉봉님 오늘 저 작업 좀..."
봉봉:"어 그거 쇼트날리 없는데, 거기 설명서에 있는대로 등록 한번 다시 해보시구 전화주세요."

김씨는 냅다 달려가서 누렁이 글로브박스에서 설명서를 찾아서 다시 리모콘을 등록했다.

그리고 다시 경보기를 누르는 순간 우렁차게 울리는 뽁!뽁뽁!

김씨의 그 소리를 듣고 회한에 잠겨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는 확인되지 않은 풍문도 들린다.

결국 이날 누렁이 소동은 별탈없이 마무리됐다.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씨는 "요즘 농한기인데다가 면민들이 너무 무료하게 지내는 것 같아서 내가 재밌게 해주려고 한 짓이다. 근데 아까 누렁이 밀어보니까 예상보다 잘 밀리더라. 문제해결에 결정적 도움을 주신 신일자동차정비 이상원 사장님께 각별한 감사와 더불어 대구 봉봉샵 사장님께도 감사드린다."

<문화부/ 왜관읍>